[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보험사들이 여전히 보험료 카드결제를 기피하면서 소비자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카드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보험료 카드결제를 꺼리는 모습이다.

6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생명보험사의 신용카드납 지수(금액 기준)는 4.0%, 손해보험사는 3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미디어펜


생보사별로 신용카드납 지수를 살펴보면 라이나생명이 34.3%로 가장 높았고 AIA생명이 20.3%, 동양생명이 12.1%로 뒤를 이었다. 이어 처브라이프생명, 신한라이프생명, KB라이프생명이 각각 9.4%, 9.3%, 9.0%를 기록했다. 이외 대부분은 0~5%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신용카드를 통한 보험료 납부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보험 등 단기상품이 많은 손보업계는 상대적으로 카드결제 비중이 높았으나 100건 중 30건만 가능한 수준이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디지털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이 95.6%로 가장 높았으며, AXA손해보험 75.6%, 에이스손해보험 70.6%, 하나손해보험 52.9%, AIG손해보험 48.3%를 기록했다. 이외에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은 30%대로 집계됐으며 나머지는 30% 이하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를 유도하고자 보험사별 카드결제 여부를 비율로 보여주는 ‘카드납 지수’를 개발하고 2018년 4월부터 각 협회에 보험사별 카드납 지수를 공개토록 했다. 그러나 신용카드 납부 비중은 여전히 미미해 소비자의 편의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서도 여러번 신용카드를 이용한 보험료 납부 의무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연이어 발의했으나 이마저도 폐기되면서 보험료 카드납부 비중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카드결제가 돼도 매월 자동 결제가 되지 않아 보험가입자는 매달 고객센터를 방문하거나 설계사에게 직접 결제를 요청해야 한다. 보험사 대부분이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 가입자들이 매달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보험가입자들은 편의점에서 1000원 이하의 물건도 카드결제가 되는데 매달 몇만원 씩 내야하는 보험료가 카드결제가 안 되느냐며 이를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보험료 카드결제에 소극적인 데는 카드수수료에 대한 고민이 숨어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카드납부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현 2%대인 카드수수료율을 인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카드사가 보험사에 적용하는 수수료율은 2% 초반대로 월 보험료가 10만원일 때 2000원가량을 카드사에서 수수료로 떼어간다는 의미다. 

반면, 카드사들은 수수료가 이미 원가에 준하는 수준이고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수수료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양측이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사업 마진률이 5% 정도인데 이 가운데 카드수수료로 2%를 떼어가게 된다면 보험사들의 이익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카드결제로 보험료를 받게 되면 사업비도 증가해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게 되고 부담은 계약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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