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축구가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속칭 '운빨'은 4강 진출까지였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2로 완패해 탈락했다.

독일 축구 스타 출신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1월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때부터 아시안컵 우승을 우선적인 목표로 내걸었다. 한국은 1956년 초대 대회와 1960년 제2회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한 뒤 한 번도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지 못해 우승 갈증이 너무나 컸다.

   
▲ 클린스만 감독(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이 요르단과 준결승에서 완패해 아시안컵 우승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번 한국대표팀은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튼), 김민재(뮌헨) 등 유럽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연히 팬들의 우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 2무의 예상밖 부진한 성적으로 조 1위를 놓치고 2위로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이로 인해 16강 이후 토너먼트에서 조 1위를 한 것보다 오히려 유리한 대진표를 받았다. 당장 16강전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일본을 피하게 됐고, 이란과 개최국 카타르 등 또다른 우승후보들과도 준결승까지는 만나지 않게 됐다. 이런 상황은 클린스만호가 '운이 좋다'는 말을 듣게 했다.

토너먼트에 돌입해서도 한국은 썩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도 힘겹게나마 두 차례나 고비를 넘겼다. 16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나 패배 일보 직전까지 갔던 경기를 조규성의 극장 동점골로 연장까지 끌고 갔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쇼로 승리를 따냈다. 호주와 8강전에서도 막판 황희찬의 극적인 페널티킥 동점골로 기사회생한 다음 연장전에서 손흥민의 환상적인 프리킥 역전 결승골로 이길 수 있었다.

뚜렷한 축구 색깔이나 전략적 경기 운영을 보여주지 못한 클린스만 감독은 해줄 선수들의 활약 덕에 4강 감독이 됐다. 클린스만 감독의 '운빨'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4강까지였다. 조별리그에서 만나 2-2로 비겼던 요르단을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 한국은 완벽한 패배를 당했다. 슈팅 수 7개-17개로 한국이 요르단에 완전히 밀렸고, 한국의 유효슈팅은 단 한 개도 없었다.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김민재의 공백을 절감하며 수비에서 실수가 잇따라 두 골을 내줬다. 클린스만호의 '운빨'도 준비를 잘 하고 나온 요르단에는 통하지 않았다. 

두 경기 연속 연장 혈전을 벌인 탓에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나 몸과 발이 무거웠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도 적절한 대비책을 전혀 내놓지 못했다.

   
▲ 클린스만 감독이 요르단전 패배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팬들의 실망감은 커졌다. 클린스만 체제로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나 불만도 커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전 패배 후 "감독으로서 원했던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지만 사퇴할 뜻은 없는 듯했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 이번 대회를 분석하고, 대한축구협회와 어떤 게 좋았고, 좋지 않았는지를 논의해보겠다"며 아시안컵 실패를 교훈으로 삼겠다고 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한국대표팀을 지휘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클린스만 감독은 "2년 반 동안 북중미 월드컵을 목표로 팀이 더 발전해야 한다. 어려운 예선도 치러야 한다"며 "우리 앞에 쌓인 과제가 많다"고 얘기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뜻이 이러하니, 공은 대한축구협회로 넘어간 셈이 됐다. 현재의 대표팀 멤버들로 거둔 아시안컵 4강 성적표가 성공적인지 실패인지,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북중미 월드컵까지 계속 지휘봉을 맡길 것인지 신중하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나 '운'만으로는 아시아 정상의 자리에 다시 오르고,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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