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지키기 기득권 세력 '갑질'…임금피크제 도입 시급

   
▲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
대학 졸업식 행사 시즌이 되면 2005년 스탠포드대학교 졸업식에서 “계속 갈망하라. 여전히 우직하게”라는 담담한 고 스티브 잡스의 축사가 기억난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EO는 시카고 시립대 졸업식에서 “야망을 가져라. 끝없이 손 내밀어 꿈 꿔라”라고 하면서 사회로 진출하는 청춘들에게 연설했다. 저명인사들의 대학교 졸업 축사는 이제 학교를 졸업하고 막 사회로 진출하는 학생들에게 인생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하여 명연설로 일반인들의 머릿속에 남게된다.

MS의 빌 게이츠처럼 다른 사람들과 달리 비전과 관련된 이야기보다는 미래 상황 또는 인간 관계를 언급하는 경우도 있고, "바쁘신 가운데 참석해 주신 내외빈 여러분"으로 시작하여 식상한 주제와 사례로 자기를 과시하는 축사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교 졸업 축사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꿈을 잃지 않고 인생을 끊임없이 정진하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졸업 후 청춘들에게 부딪쳐야 할 현실은 축사처럼 의지만 가지고 나아가기에는 참으로 험난하다.

스펙쌓기 현장으로 전락한 상아탑

대학생 2명 중 1명꼴로 대출금으로 학비를 해결한다는 통계를 며칠 전 언론에서 보았다. 거기에 취직을 하기 위해서 일명 5대 스펙이라 불리는 학벌, 학점, 어학점수, 어학연수, 자격증은 물론 봉사활동, 인턴쉽, 수상경력 심지어 성형까지... 점점 증가되어 가는 경력을 쌓는데 바쁘다는 것이다.

취업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왜 이 활동을 했고, 무슨 공부를 어떻게 했고, 어떤 생각이 정립되어 있는지 확인하기보다는 천편일률적으로 어떤 경력을 갖추었는가가 더 중요시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캠퍼스 안에서 여러가지 활동을 하면서 보내는 것보다는 스펙이라고 불리는 경력을 쌓는다는 이유로 휴학을 하거나 졸업을 미루거나 혹 졸업을 하더라도 취업준비생으로 청춘을 보내고 있다.

경력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일명 열정페이, 무급근로도 마다하지 않고, 막 노동과 비슷한 험한 일을 서슴지 않게 하며, 국토대장정, 제품홍보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강의실에서 강의 듣고, 토론하고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 연구하고 꼭 읽어야 할 고전까지도 습득하지 못한 채 학창 시절을 보내게 된다. 인성, 인생의 목표, 인문학적 소양, 자신만의 철학을 쌓고 정립하는데는 소홀해졌다. 결국 자신의 장점을 알아채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아 주관적이며 능동적으로 삶을 개척하기 보다는 일자리에서 요구하는 사회적 욕구에 맞춰 피농동적이며 몰개성적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정년을 연장한 기업에서 임금피크제 도입과 임금체계 개편을 할 수 없도록 막는 것은 기업의 비용부담을 가중시켜 경영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뿐 아니라 일자리의 존속을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현대판 음서제의 부활과 포기하는 청춘

올해 청년실업률은 10% 내외로 증가하고 있다. 거기에 취업 자체를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취업만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 결혼, 주택구입, 출산 심지어 인간관계까지 포기하겠다는 5포세대, 9포세대라는 말이 등장했다.

절망적인 단어가 도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의 딸 취업 청탁 의혹에 이어 새누리당에서도 김태원 의원의 변호사 아들 특혜 취업 의혹을 받았다. 청년 취업난 속에 불거진 국회의원 자녀들의 특혜 취업 논란은 청춘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나도 국회의원 아빠가 있었으면", "열심히 해도 난 안 돼", "취업은 아빠의 빽으로", "국회의원이 이제 청년일자리에서 고민하지 마라", "현대판 음서제 부활" 등 비난의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많은 것을 포기한 이들은 비난할 힘, 좌절할 힘도 없다며 한탄해 하기도 한다.

고려·조선시대 때 과거 시험을 보지 않고도 상류층 자녀를 관리로 채용하는 음서제도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참으로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 정치인 자녀 중에는 공기업이나 대기업 취업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 자녀 취업현황도 전부 공개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사태들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꿈을 앗아가는 절망이 아닌가 모르겠다.

밥그릇 지키는 세력을 제거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병목현상과 같은 문제점을 칼로 도려내겠다는 의지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가 없어 인생을 포기하는 청춘들이 증가하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미래가 안타까운 것은 대통령부터 일반인까지 매한가지이다.

결국 노동개혁은 반드시 이뤄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집단의 떼쓰기가 상당히 세기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노조의 비리 때문에 사회문제로 지탄의 대상이 된지도 꽤 되었지만 여전히 노동계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생떼를 부리고 있다.

청춘들의 문제가 심각한데로 제대로 문제점을 간파 못하는 정치권도 문제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자신들의 밥그릇과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밤낮으로 정쟁만 일삼고 있다. 이제 자신들의 수를 늘려야겠다는 주장까지도 하고 있다.

정년연장, 임금피크제는 동시에 이뤄져야

적어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머리를 맞대고 이 난국을 벗어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OECD국가 중 국회의원수가 적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지 말고 어떻게 하면 국가재정건전성을 높이고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늘어나는 국회의원 세비 감당할 예산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에 더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낫다.

최근에는 30만명이 넘는 대학졸업생이 배출되어 2016년 대기업부터 2017년 중소기업이 차례로 시행하는 정년연장과 맞물려 신규채용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무조건 정년을 연장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일자리 수급을 생각하면서 고용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아버지 봉급을 깎는다"는 저급한 생각은 접고 정년을 앞둔 제조업 근로자 1인의 인건비가 신입직원 3명의 인건비와 맞먹는 상황에서 정년연장에 따른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신규채용을 확대해야 한다. 정치권과 노조가 기득권을 내려 놓고 밥그릇 지키기보다는 미래세대와 밥그릇을 나누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