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장관 취임 후 27일만 왕이 中외교부장과 통화
루덴코 러시아 차관 방한 연기 후 5개월만 전격 서울 방문
중·러 모두 장애물 여전하지만 관계 관리 의지 평가 가능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최근 1주일 사이 중국과 러시아와 잇달아 소통하면서 소원했던 관계가 개선될지 주목된다. 한미일 3각 공조로 그동안 우리나라와 중국, 러시아 관계는 냉랭했지만 우리 외교수장 교체를 계기로 소통한 것이어서 일단 관계에 대한 관리 의지는 피력한 셈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취임 이후 27일만인 지난 6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상견례 전화통화를 가졌다. 박진 전 외교장관이 취임 후 나흘 만에 왕 부장과 통화한 것에 비해 늦은 감이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왕 부장이 최근 아프리카·중남미·태국 등 해외일정을 소화하고 있어 일정 조율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한중일 외교장관회의가 부산에서 열린 이후에도 중국은 한중일 정상회의에 묵묵부답인 점에서 한국과 소통에 미온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조 장관은 왕 부장과 가진 50분간 통화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후속협의를 진전시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왕 부장은 의장국인 한국의 노력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조 장관의 중국 방문을 제안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번 통화에서 “중국은 시종일관 한국을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삼고 있다”면서도 “먼 친척이 가까운 이웃보다 못하다. 올해 새로운 국면을 열어 양국 인민에 더 행복을 가져다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왕 부장은 북한 문제에 대해 “현 한반도 긴장에 이유가 있다”고 했으며,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며, 경제 문제의 정치화와 안보의 도구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 외교부./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는 미국·일본과 밀착하고 있는 한국정부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압박하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다만 외교가에선 중국이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끝내고, 한국의 4월 총선이 마무리되면 한반도 관리 차원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일자 조율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왕 부장은 양회를 계기로 외교부장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임에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거론된다. 따라서 중국이 인적 변화와 함께 한국에 유연한 외교를 펼칠지 지켜볼 일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추석연휴 이전 방한을 조율하다가 연기했던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이 지난 1일 전격 방문했다. 루덴코 차관은 2일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을 예방하고 정병원 차관보,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면담했다. 이어 3일엔 서울 모처에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도 별도로 만났다.

루덴코 차관의 서울 체류 중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대변인의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대한 비판 메시지가 나오는 등 러시아 내부의 ‘엇박자 외교’도 있었지만 5개월여만에 전격 방한한 계기에 시선이 쏠린다.

외교가에선 최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발언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지원’ 입장과 관련해 직접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는 관측이 있다. 물론 정부는 북한과 무기거래에 나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고 있는 러시아에 소통을 촉구해왔다.

이번에 정부는 루덴코 차관을 통해 러북 군사협력에 대한 엄중한 입장을 전달하고, 러시아측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물론 우크라이나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장애물은 있지만 러시아의 고위당국자가 방한해 양국 관계에 대한 관리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3월 러시아 대선이 끝난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북 및 북러 정상회담 여부를 지켜보면서 한러 관계의 변곡점 모색도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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