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경고 보듯 집권 1기에 쌓은 친분 활용하려할 가능성 커
신냉전 구도 이익이라 여기는 北, 핵능력 증강에 우선할 수도
“북의 군축 활용 전술 우려, 주한미군 철수·핵능력 은닉 경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은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재대결이 될 전망이다. 같은 공화당 안에서 경쟁 중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독재자 김정은을 찬양했다”고 공격할 만큼 트럼프가 재집권했을 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또다시 브로맨스룰 시작할 가능성에 눈길이 쏠린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임기 초에 북한과 핵 문제를 놓고 무모한 협상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선 시즌이 돌아오자 트럼프 행정부 시절을 폭로하기 위해 2020년에 펴냈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서문을 새로 써 이런 주장을 펼칠 만큼 트럼프의 김정은에 대한 관심은 간과할 수 없다.  

그런데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에 재선되더라도 미국의 대북정책은 현재 유럽과 중동에서 진행 중인 두 개의 전쟁, 대중정책 및 동북아 정세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두 개의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복잡다단한 비핵화 협상을 벌일 여력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트럼프 재선 시 두 개의 전쟁 모두 좀 더 빨리 종식될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의 경우 트럼프가 지원을 중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벌써부터 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국경 통제 강화와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 관련 예산을 하나로 묶은 ‘안보 패키지’ 법안 통과가 무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탓”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친 트럼프 극우방송과 인터뷰를 가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앞으로 트럼프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최근 오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집권하는 것이 이스라엘에 더 낫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를 진압하는데 있어서 더 많은 자유를 줄 것”이라는 것이 그가 제시한 이유이다. 이에 이스라엘 야당 등 중도파는 반발했지만,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두 개의 전쟁 양상이 달라질 것이란 신호는 감지되고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대중국 견제 강화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측이 최근 중국과 유럽연합(EU)에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한 내용도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이 6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것으로,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측은 중국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 금지 및 중국에서 제조하거나 중국산 부품을 이용해 조립된 전기차의 판매금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미군 전력을 재배치할 계획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외교를 총괄할 인물로 거론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의 구성과 역할이 조정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한국군은 강력해졌다. 미군 전투기나 함정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졌다./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또한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북한 비핵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현재 입장이자 비전”이라고 말해 북한 비핵화 목표가 살아 있다는 점도 내비쳤다. 따라서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측은 재집권할 경우를 대비해 조 바이든 행정부보다 더욱 강력하게 중국을 압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가 이전에 쌓았던 김정은과의 친분을 최대한 활용해 북한 비핵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전망도 가능하다.     

이를 예상하듯 북한 김정은정권도 최근 지속적으로 미사일을 쏘면서 새무기를 개발하고, 러시아와 군사협력에 나서 밀착을 과시하면서, 남한에 대해선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는 등 입장의 대전환을 과시하고 있다. 앞으로 또다시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에 대비해 몸값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나 김정은 모두 대화에 나서지 않거나, 다시 대화에 나선다 하더라도 이전과 다를 것이란 전문가 분석도 많다.  

우선 북한이 트럼프 당선 분위기에 일조하면서 향후 재협상에 대비해 최대한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반면, 지금 예상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한미일 공조 강화를 이어가면서 대북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아울러 신냉전 구도를 바라는 김정은이 대화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북핵 문제가 이미 임계점을 넘었으므로 이전과 같은 톱다운 방식으로 핵담판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올해 정세를 전망하며 “북한이 미국 대선 이후 북미관계 추진을 위해 트럼프 당선 분위기에 일조하고, 선거 캠페인에서 활용할 다양한 전술적 미끼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하는 시기인 2월과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는 3월에 맞춰 강력한 도발 카드로 북핵 문제를 중심 이슈로 부상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지금 북한은 신냉전적 질서가 필요하고, 이롭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보유한 핵능력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한다면 비록 트럼프가 재집권하더라도 미국과 대화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실장은 “북한은 오히려 북중러 연대를 통해 더 안정적으로 핵능력을 증강하고, 결국 미국과 대등한 군축협상을 통해 체제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일거에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다시 한 번 톱다운 방식을 통한 대북 드라이브에 주력할 가능성 있다”면서도 “그러나 북핵 문제가 이미 임계점을 넘었으며, 유럽과 중동 등 국제정세가 복합적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1기의 하노이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과 같은 상황이 재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한국도 총선 결과에 따라서 대북정책 환경에 일정한 영향의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외 정세가 변했다는 점에서 대북정책의 파격적인 전환은 쉬운 과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국립외교원의 김현욱·민정훈 교수는 트럼프 2기의 대북정책에 대해 “하향식(톱다운) 또는 상향식(보텀업) 방식이 아닌 제3의 접근 방식을 도입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성향에 따라 미국이 푸틴-트럼프, 김정은-트럼프 간 지도자 수준의 보텀업 방식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북미 대화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트럼프 재집권 시 북한의 군축 활용 전술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럴 경우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거나 사실상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할 경우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성윤 실장은 “북한의 이런 속내는 이미 2021년 8차 당대회 발표 내용에 포함돼있다”며 “북한은 군축협상이 시작되더라도 비핵화 실질적 조치를 최대한 늦추려하거나 핵능력의 일부를 은닉하고 확보하려 할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실패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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