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상업주의·선동 이념의 장 걷어내고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로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KBS 10기 이사회가 다음 주면 출범한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10기 이사들은 지난 주 임명장을 받고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우파시민사회에서 검증된 인물, 애국심 뿐 아니라 능력과 열정 면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인물들이 합류했기에 이번 공영방송 이사회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그동안 우파정권이 임명했던 공영방송 이사들은 대개 말과 행동보다는 침묵과 모르쇠로 일관했었다.

공영방송사가 선동기관인지 언론사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좌로 비뚤어지고 국민의 방송이기보다 그들만의 나팔수로 전락했을 때도 제 역할을 하는 이사들은 드물었다. 우파정권에서도 이런 경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는 민주노총 산별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KBS 기자와 PD들이 KBS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상관없는 그들만의 생존방법과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다. 임기가 있는 사장은 순종이 아닌 조종의 대상일 뿐이다.

공영방송 이사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노조와 경영진이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존하면서 공영방송사의 경영뿐 아니라 보도가 서서히 망가지는 현상을 올곧게 바로 세우라는 것이다. 노조는 사장의 약점을 쥐어 뒤로 협박과 거래를 일삼고 임기가 정해진 사장은 대개 그런 노조와 싸우지 않고 대충 야합해서 가려고 하는 속성이 있다. 특히 일반 노조도 아닌 언론노조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공영방송사들은 이 외에도 이념의 문제까지 더해 갈수록 국민의 골칫덩이로 전락하는 감마저 있다.

오늘날 KBS·MBC 등 공영방송사들이 구조개혁은 언감생심, 방만 경영에 적자는 쌓이고 시시각각 변하는 매체환경에 굼뜨며 심각한 정치노조 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된 이유의 하나도 이사회가 그런 경영진과 노조 간의 은밀한 야합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그런 야합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한다. 다행히도 이번 이사회에는 그런 부조리를 보고 그냥 넘길 인물들은 없어 보인다. 특히 언론과 공영방송에 대한 주관과 철학이 뚜렷한 인물들이 이전에 비하면 이사회에 많이 선임·추천되어, 공영방송이 선동기관이 되어 날뛰는 현상은 대폭 줄거나 사라질 것으로 기대돼 마음이 놓인다.

특히 KBS 이사에 추천된 여권 이사들은 더욱 든든하다. 언론노조 세력은 KBS 조 모 이사 등이 극우니 여권 편향 인사니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폄훼하기 바쁘다. 하지만 그런 언론노조 세력이야말로 법원으로부터 ‘종북소리 들어도 싸다’는 지적을 당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나 종북정당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대주주였던 민주노총과 손잡고 사실상의 이념전사들을 KBS에 내려꽂지 않았나.

   
▲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KBS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정치중립적 이사·사장 선임 투쟁' 기자회견에서 안경순 부위원장이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가 그런 극좌형 전사들을 내려보내기 위해 만든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이하 공추위)는 어떤가. 언론노조, 민언련, 민주노총, 민변 등 이념적으로나 정파적으로나 여권 추천 이사들은 비할 바가 못 될 정도로 야권 편향에, 하나같이 극좌로 분류될만한 단체들이다. 그런 주제에 여당 추천 이사들에게 극우니 공영방송 부적격 인사니 하는 따위의 말 같지도 않은 얘기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더니 적반하장도 이런 황당한 경우가 없을 정도다.

언론노조 측 매체들이 여당 추천 이사들을 시비 건 대목들도 하나같이 가관이다. 조 모 이사가 칼럼에 쓴 “공영방송을 포함해 언론사 사장과 이사회는 뉴스 편집 편성권의 최종 책임자라는 게 상식”이라는 당연한 소리까지 “방송법은 이사회의 보도개입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한다. 그럼 KBS나 MBC가 북한 김정은 찬양방송을 하더라도 이사회는 보도개입권이 없으니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긴가?

KBS 이사회와 MBC 방문진은 공영방송사 최고의결기관이다. 당연히 공영방송이 반헌법적이고 반대한민국적인 막가는 방송을 한다면 이사회가 책임지고 뜯어고쳐놔야 하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을 떼쓰는 존재로 묘사했다? 두 눈이 달렸고 생각이란 걸 할 줄 안다면 지금이라도 글을 다시 읽어보길 권유한다. 순수한 세월호 유가족에게 떼쓰는 존재라고 한 것인지 유가족을 빙자한 꾼들인지 구분해야 할 게 아닌가. 세월호 참사를 반정부 시위거리로 변질시키는 자들을 비판하지는 않고 변질됐다고 비판한다 해서 시비를 거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

MBC 관리, 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에도 비교적 괜찮은 인물들이 선임됐다고 판단한다. 이전 9기 이사회에 어떤 인물들이 있었나를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다. 특히 시장주의자인 권 모 이사가 새로 이사에 선임된 것은 고무적이다. 우리의 공영방송들은 언제부터인가 재벌과 대기업을 때리는 것으로 정의로운 체 하는 이상한 겉멋이 들어 대중의 정서를 쫓는 포퓰리즘에 빠져 있다. 또 그러는 사이 반기업 정서를 은연중 확산시키고 있는데 이런 기조를 뿌리 뽑는데도 일조를 할 것으로 믿는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지금의 이 모습으로 키워놓았는데 공영방송사가 좌파상업주의에 빠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거부하는 정서와 논리를 국민 머리에 각인시켜서는 이 나라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새로 선출된 방문진 이사장과 다른 여당 측 이사들도 평소 보여준 그 모습대로, 공영방송 MBC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또 아직 하지 못한 적폐를 개혁하는데 힘쓰리라 기대한다.

새로 선임된 공영방송 이사들에게 필자를 포함해 많은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생각하기에 어려울 수도 있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쉬운 일이기도 하다. 그저 KBS와 MBC가 공영방송답길 바라는 것뿐이다. 그러려면 국민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날렵하고 슬림한 구조를 갖도록 경영을 감독하고 태생부터 편향적인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제 손 안의 공깃돌처럼 갖고 놀지 못하도록, 경영진이 직무유기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법에서 정한 이사회의 기능을 그대로 수행해주면 된다.

일부 인사의 흠집이나 자질문제가 없지 않지만 여당 추천 이사들은 그래도 전례 없이 뛰어난, 비유하자면 어벤저스팀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임감을 갖고 공영방송 이사로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특히 KBS에서 심심하면 쏟아지는 편파, 왜곡보도 사건은 그냥 넘겨선 안 된다. 이번 북한의 지뢰도발과 포격사건도 마찬가지다. 나라와 국민전체가 긴장된 상황에서 종편과 신문사 등 언론매체들이 앞을 다투어 보도할 때 KBS는 개점 휴업했냐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KBS에서 왜 이런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해주기 바란다.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