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취업·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의미에서 '삼포세대'로 불리는 한국판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가 자산 운용에서는 X세대나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보수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주식이나 펀드 등 투기성 자산보다는 예·적금에 투자하고 주택 보유를 선호하는 등 안전자산을 더 좋아했다.

주로 20~30대가 포진한 삼포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를 말한다. 고속 성장기에 태어났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세대다.

X세대는 외환 위기 이전 물질적으로 풍요로웠던 1990년대에 20대를 보낸 현재 40대를, 베이비부머는 전후(戰後) 출산이 급증한 1955년~1963년에 출생한 50대를 주로 의미한다.

26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0~60대 국내 성인남녀 약 1500명을 대상으로 금융소비 패턴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삼포세대의 위험 회피 성향은 X세대보다 높았다.

삼포세대의 주택청약저축 보유비율은 59.5%로, X세대(53.5%)나 베이비부머(46.5%)를 웃돌았다. 예·적금 보유 비율도 68.3%로, X세대(71.8%)보다는 낮았지만 베이비부머(65.0%)보다는 높았다.

그러나 펀드나 주식 등 투자자산에 대한 보유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삼포세대의 주식형 펀드 투자 비율은 18.0%에 불과해 X세대(25.0%), 베이비부머 (21.5%)와 견줘 가장 저조했다. 주가연계증권(ELS)과 주식연계상품에 대한 투자도 4.8%에 불과해 X세대(10.0%)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집에 대한 집착은 강했다. 자가 소유의 집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답한 삼포 세대는 50.2%로, 베이비부머(46.7%), X세대(41.7%)보다 많았다.

은퇴 후 자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희망하는 비율도 X세대(19%) 보다 높은 25%나 됐다.

노후에 대한 준비도 빨랐다. 베이비부머의 42%가 40대 후반부터, X세대는 30대 후반부터 주로 노후를 준비하지만 삼포세대의 절반 이상은 20대 후반부터 시작해 30대 초반까지는 대부분 노후 대비를 시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도철환 연구위원은 "투자자산에 대한 투자는 X세대, 베이비부머, 삼포세대 순으로 활발해 전반적으로 20~30대가 투자에 있어 가장 보수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삼포세대가 이처럼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건 취업난을 겪고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학습효과 탓에 최대한 자산을 안전하게 축적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