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15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이 재심 절차에 들어갔다. 아버지와 딸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이를 눈치 챈 어머니를 부녀가 공모해 독을 탄 막걸리로 살해했다는 엽기적인 이 사건은 왜 재심을 받게 된 것일까. 

▲ 12년 만에 교도소에서 출소한 부녀

올해 1월 4일, 순천교도소에서 일흔넷 나이의 무기수가 출소했다. 지난 2011년 살인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12년 넘게 복역했던 백 모 씨. 12년 전 존속살인 혐의 등으로 2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그의 딸 백희정(가명) 씨도 같은 날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출소했다. 12년 만에 교도소 밖 세상을 다시 마주하게 된 부녀. 놀랍게도 법원에서 두 사람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고, 이례적으로 형 집행을 정지한 것이다.

"아주 (마음이) 무겁습니다. 제가 뭐 말할 수가 없습니다.."  - 형집행정지로 출소한 백OO 씨

부녀는 15년 전 발생한, 이른바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피의자들이었다. 2009년 7월 6일, 백 씨의 아내인 최 씨를 비롯한 주민 4명이 일터에서 막걸리를 나눠 마신 뒤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누군가 최 씨가 아침 일찍 챙겨나간 막걸리에 청산염 중독을 일으킬 독극물을 대량으로 집어넣은 것인데, 바로 백 씨 부녀가 공모해 청산가리 막걸리를 미리 준비했다는 것이었다.

   
▲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홈페이지


▲ 자백의 탄생과 번복된 판결

사망한 최 씨의 유가족이었던 부녀는, 사건 발생 70여 일 만에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었다. 검찰이 밝힌 살인 동기는 더 충격적이었다. 아버지 백 씨가 막내딸 희정 씨와 오래 전부터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었는데, 이를 아내에게 들키자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백 씨가 딸과 함께 청산가리를 탄 막걸리를 준비해 그날 새벽 화물차 뒤에서 우연히 발견한 척하며, 이를 아내 최 씨가 가지고 나가도록 행동했다는 게 검찰의 발표였다.

"처음부터 어머니를 왜 죽였냐고 해서 딸 수사가 시작된 게 아니었고요. 딸이 결국 자기가 어머니를 죽였다고 인정했고."  - 당시 검찰관계자

검찰에서 돌연 아버지 백 씨와 함께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딸 희정 씨. 자신과 성적인 관계를 맺어온 아버지가, 관계에 있어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 어머니 최 씨를 살해하려고 했고, 자신은 이에 동조했음을 스스로 고백했다는 것이다.

1심에서 살인 등의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던 부녀는, 2011년 11월 2심에서 각각 무기징역형과 20년형을 선고받았다. 자백의 신빙성과 살해동기가 충분히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 누락된 수사 기록과 325호 검사실의 비밀

"수사 기록이 4,000페이지쯤 됐어요. (검찰이) 이걸 전부 제출하진 않았다는 거.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거죠."  - 박준영 변호사 / 부녀 재심 담당

부녀의 자백을 포함한 진술 과정을 영상으로 남겨두었고, 그 과정에서 무리한 수사나 진술 유도는 없었다는 검찰.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 일주일 만에 항고하면서, 여전히 이 사건의 범인은 부녀가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부녀를 도와 재심을 준비해온 박준영 변호사는, 검찰이 불리한 수사기록을 의도적으로 누락하거나 허위진술을 강요하면서 부녀의 삶을 파탄 냈다고 반박했다.

경찰 수사에서는 보이지 않던 딸 희정 씨의 자백은 어떤 이유로 검찰에서 쏟아져 나온 걸까? 325호 검사실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며, 자백을 둘러싼 법원의 판단은 왜 계속 뒤바뀌어 온 걸까? 그리고 부녀를 파렴치한 살인범으로 지목했던 당시 검찰관계자들은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오늘(17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재심이 결정된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진실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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