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대한축구협회(KFA)가 경질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후임 대표팀 사령탑으로 K리그 현역 감독 선임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축구팬들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유력한 후보로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거론되자 울산 팬들이 반대 성명까지 발표했다.

울산 HD 팬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22일 공식 SNS를 통해 '대한축구협회의 무능력함을 규탄한다. 협회 졸속 행정의 책임을 더 이상 K리그에 전가하지 마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처용전사 측은 "다수 매체에 보도된 '대한축구협회의 K리그 현역 감독 대표팀 선임'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협회는 최근 한국 축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그 어떤 책임감도 느끼지 않고 오롯이 K리그 감독을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잘못된 대표팀 감독 선임 사례로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K리그 현역 감독이었던 최강희 당시 전북 현대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던 것을 거론했다. 성명서에서는 "최강희 감독을 방패로 내세워 표면적인 문제 해결에만 급급했으며 그 결과는 K리그를 포함한 한국 축구 팬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고 주장하면서 "지금 협회는 지난날의 과오를 반복해 또 한 번 K리그 팬들에게 상처를 남기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 홍명보 울산 감독 등 현역 K리그 감독이 새 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되자 울산 서포터즈 '처용전사'가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울산 HD 홈페이지, 처용전사 공식 SNS


처용전사는 "홍명보 감독을 포함한 모든 K리그 현역 감독을 선임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그들을 지켜내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K리그 현역 감독의 선임 논의 자체를 무효화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위해 어떠한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울산 서포터즈가 성명서까지 내며 반발한 것은 협회 전력강화위원회가 새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벌이면서 외국인 감독이 아닌 국내 감독 선임 쪽에 의견이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보도를 통해 홍명보 울산 감독, 김기동 FC서울 감독,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등 현역 K리그 감독들이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팬들은 K리그 감독 빼가기의 악영향을 우려하며 성명서를 통해 협회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한편 협회 전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는 24일 열린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회의 후 브리핑은 없을 예정이다. 전력강화위원회에서 감독 후보를 추려 논의를 하고 최종 결과가 나오면 그 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감독 선임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런 비판 여론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울산 HD 서포터즈 '처용전사' 성명서 전문]

1. 처용전사는 다수의 매체로 보도된 '대한축구협회의 K리그 현역 감독 대표팀 감독 선임'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 협회는 최근 한국 축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그 어떤 책임감도 느끼지 않고 오롯이 K리그 감독을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2. 협회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준비 당시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에 책임감 있는 자세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K리그 현역 감독이던 최강희 감독을 방패로 내세워 표면적인 문제 해결에만 급급했으며 그 결과는 K리그를 포함한 한국 축구 팬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지금 협회는 지난날의 과오를 반복해 또 한 번 K리그 팬들에게 상처를 남기려 하고 있다.

3. 처용전사는 홍명보 감독을 포함한 모든 K리그 현역 감독을 선임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그들을 지켜내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을 성명한다. K리그는 더 이상 협회의 결정대로만 따라야 하는 전유물이 아니며 팬들과 선수, 구단, 감독 모두가 만들어 낸 노력의 결과물이다. 협회는 더 이상 K리그 감독을 방패 삼아 자신들의 잘못을 회피하는 과오를 반복하지 말고 무거운 책임감과 경각심을 가지고 본 사태를 해결하길 바란다. 또한 처용전사는 리그 현역 감독의 선임 논의 자체를 무효화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위해 어떠한 단체행동도 불사할 것임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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