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납치자 문제 해결 안 되면 힘들 것이란 관측 속 깜짝 성사 가능성도
외교소식통 “일본만 북과 정상회담 못해”…한미일 공조 흔들 전략 필요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최근 수개월째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이 언론을 통해 회자되는 상황에서 한 일본 주간지는 6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의 방북설을 제기했다. 그동안 북한과 일본이 제3국에서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아직 물밑접촉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양측의 입장차가 줄어들지 주목된다.  
 
북일 접촉설은 지난해 5월 기시다 총리가 납북자 관련 집회에 참석해 북일 정상회담 실현 의지를 밝히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에 박상길 북한 외무성 부상이 관영매체를 통해 일본이 결단만 내리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기시다 총리는 다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없이 만나겠다며 고위급협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북일 간 논의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하다가 올해 초부터 다시 북일회담 가능성이 재부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월 6일 기시다 총리에게 ‘각하’라는 극존칭까지 쓰면서 ‘노토반도 지진피해에 위로 전문’을 보낸 것이다. 이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이달 15일 늦은 밤 담화를 내고 기시다 총리의 평양 방문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핵·미사일 문제와 납치 문제를 조건으로 삼지 말라’며 평양을 방문하려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기시다 수상의 속내를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무엇보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북일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사진=뉴스1·일본 자민당 홈페이지

북일 정상회담은 지난 2002년과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성사됐다. 2002년 북일 정상간 국교정상화 등 내용이 담긴 평양선언을 발표했고, 납북 일본인 5명의 귀환이 이뤄졌다. 이후 2004년 고이즈미 총리의 2차 방북으로 납북 피해자 5명의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도 일본에 입국했다.

하지만 2004년 일본으로 반환된 납북 일본인 소녀 요코다 메구미의 유골이 가짜로 드러나면서 양국 관계는 다시 단절됐다. 일본정부는 1970~1980년대 일본인 17명이 북한으로 납치됐고, 일부 귀환했으나 아직까지 12명의 일본인이 북한에 남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12명 중 8명이 사망했고, 4명은 아예 오지 않았다며 더 이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상징인 메구미의 죽음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는데도, 북한이 2004년 내주지 못한 유골을 지금에 와서 줄 수도 없을 것인 만큼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북한은 핵·미사일 문제도 언급하지 말라고 조건으로 내걸고 있으나, 일본은 이미 일본 전역을 사정권에 둘 만큼 발전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국내 문제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북한과 일본이 모두 잘 알고 있는데도 기시다 총리와 김 위원장 모두 관련 발언을 내놓고 있는 점에서 깜짝 북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일본정부가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디어펜’에 “그동안 북한이 정상회담을 하지 않은 주변국 가운데 일본만 남았다”고 말했다. 당초 장기집권을 목표로 삼았던 기시다 총리에게 지지율 회복을 위한 빅 이벤트가 필요한 이유도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도 당연히 일본측에서 제기될 문제를 잘 알면서 회담 테이블에 올라갈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견제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일교포 출신 친모를 둔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도 추진했던 북일관계 개선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을 수 있다. 특히 김정은 입장에선 러시아와 밀착하는 와중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 일본을 통해 한미일 공조를 흔들어보려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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