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청년단체 임금피크제도입청년본부 결성 노동시장 개혁 촉구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청년실업률 10.2% 청년실업자 44만5000명? 이건 속 모르는 이야기다. 취업준비생·아르바이트생·구직단념자 등 잠재실업자만 67만6000명이다. 이를 합한 체감실업자 수는 자그마치 112만명. 청년경제활동인구 434만7000명 중 약 20%는 그야말로 백수다. 즉 우리나라 청년 4명중 1명은 일자리가 없다는 얘기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 세대’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다. 여기에 취업·주택을 포기한 ‘5포 세대’도 이젠 명함조차 못 내민다. 인간관계·희망을 포기한 ‘7포 세대’를 거쳐 외모·건강까지 포기하는 ‘9포 세대’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등장했으니….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잔인한 현실이다.

저성장·고실업 늪에 빠진 한국경제는 쉽사리 일어설 줄을 모르고 있다. 청년들의 고용절벽을 깨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기대치와는 너무나 멀다. 일하는 현장에서 창출 되어야 할 일자리가 탁상에서 이루어 질 수는 없는 일.

   
▲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한국노총 산하 조합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노동현장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힘 있는 노조는 자기 밥그릇 뺏기라며 핏대를 세우고 그 눈치를 보는 야당은 표 생각에 주판알 튕기기에만 여념이 없다. 노사정위원회를 꾸려 노동개혁을 해 보겠다는 거창한 울림은대답 없는 메아리가 된 지 오래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제멋대로다. 민주노총은 1998년 이후 노사정위에 줄곧 불참하고 있고 한국노총은 수 틀리면 자리를 박찼다. 이대로라면 청년들의 취업 꿈은 요원하다.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 청년들이 직접 들고 일어섰다.

청년들은 귀족노조의 고용세습을 현대판 음서제로 규정하고 악습을 넘어선 패악질이나 다름없다며 노조가 노동개혁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일자리 나눔과 상생으로 세대 갈등을 풀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5개 청년단체들이 모여 이름하길 임금피크제도입청년본부.

5개 청년단체의 대표들 면면이 이채롭다. 한국 대학생포럼 여명(24)대표는 광우병 괴담에 분노하여 이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뭉친 대학생 시민단체의 대표.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 김동근(25)대표는 음대생으로 강성 노조의 ‘갑질’에 맞서기 위해 합숙투쟁. 청년이여는미래 신보라(32) 대표는 천안함 유언비어 난무 현실을 보고 결성한 청년단체 대표. 청년지식인포럼 스토리K 이종철(32) 공동대표는 주사파에서 전향한 전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 청년이만드는세상 조승수(42)공동대표는 고개 떨군 청년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나선 청년단체 대표다.

이들은 말한다. 양대 노총은 기득권 사수에 여념이 없고 야당은 노동시장 개혁의 방법과 내용에 물타기를 하면서 초장부터 발목을 잡고 있다고. 그래서 노동개혁은 강성노조의 기득권을 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청년이만드는세상 조승수 대표는 “늦었지만,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고, 빠른시일내에 노동시장개혁과 관련된 사회적 타협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임금피크제는 왜곡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첫걸음으로 장년들에게는 고용안정과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청년들의 신규 채용에 대한 문을 열어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대표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취업규칙 변경의 남용을 예방하는 정부의 조치도 필요하지만 노동계 역시 자신들의 ‘이익과 기득권 지키기 떼쓰기’가 아닌 기업 경영과 청장년층의 일자리 만들기에 함께 할 수 있는 현명하고 성숙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토리K 이종철 대표는 “청년실업이 10%를 넘어서고 있다. 취업을 위해 대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고 있나. 그런데 강성노조가 만든 노사협약에는 '현대판음서제'라고 할 수 있는 우선 채용 조건이 들어 있다”고 지적하며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은 투자위축을 낳고 있고 신입채용을 저하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화에 따라 정년연장도 했는데 임금피크제 같은 제도라도 신축적으로 고려해야 청년실업 해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며 반문했다.

이 대표는“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하청기업, 회사와 노동자의 상생을 위한 열린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해결해 나가는 타협과 협력의 관점이 아니면 결국 우리 경제는 난관도 타개하지 못하고 청년실업도 해소하지 못한다는 절박한 인식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올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추진키로 한 노동개혁과 관련,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될 그런 국가적 과제"라고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유철 원내대표, 김 대표, 이인제 최고위원, 정갑윤 국회부의장. /사진=연합뉴스
한국대학생포럼 여명 회장은 “노동시장 개혁이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가져오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노사정위원회가 다시 재개되었지만 한노총은 노동시장유연화에 해당하는 개혁에는 타협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며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헤쳐 나오면서 가장 먼저 노동시장 유연화에 많은 힘을 쏟았다. 우리도 고령화 사회, 저성장, 청년실업의 위기 탈출의 시발점을 노동시장의 유연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 회장은 “노조는 노동자 전체를 대표하지 못한다. 그들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괴상한 집단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부디 노조가 이 나라의 미래와 국민들의 안녕을 생각하는 행로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청년이여는미래 신보라 대표는 “노동시장개혁은 어른 노인 자녀세대 모두가 공정하게 일할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시작이다. 지금의 노동시장은 이미 노동시장에 편입된 사람들에게만 유리하게 형성돼 있다”며 “그러다보니 이미 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만 일할권리, 근로소득 모두를 차지하고, 배제된 사람들은 정규직에 비해 매우 낮은 조건의 비정규직에 매달리거나 취업포기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신 대표는 “모두가 상생하고, 가장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청년들이 일할 기회를 가져 대한민국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어른세대의 양보와 함께 상생할 노동개혁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 김동근 대표는 “청년일자리 창출과 대한민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노동시장개혁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중점 과제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노동시장개혁은 지난 20여년간 조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노동계의 극심한 반대와 정부의 유약한 대처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김 대표는 “노동시장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열쇠는 일자리문제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청년세대가 계몽되어 직접 나서는 것”이라며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선봉에는 늘 청년, 대학생들이 있었다. 이번에도 청년들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임금피크제에 대해 야당은 ‘아버지 월급을 깎아서 아들에게 나눠주라는 말이냐’고 반발한다. 민주노총은 ‘아들 월급+아버지 월급=아버지 월급’이라고 비웃는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말하면 우리 딸과 우리 아들의 일자리는 맞는데 결코 자식에게도 일자리는 내어 줄 수 없다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책임을 누군가에게 미루어 보겠다는 속보이는 얘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전면 도입시 4년간 최대 18만여개의 청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내년인 2016년부터 모든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경우 이를 통해 발생되는 재원으로 2019년까지 18만2229개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힘들게 노사정 대표가 오늘 오후 5시 다시 만난다. 4자 대표자회의에는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등 4명이 참석한다. 이번 만남이 ‘혹시나’에서 ‘역시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에 발맞춰 한국대학생포럼은 오늘 오후 2시 여의도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앞에서 ‘노동시장 개혁이 청년 실업 해결의 시발점, 야당은 노동시장 개혁에 앞장서 주십시오!’라는 성명 낭독과 항의서한을 민주당사에 전달할 예정이다.

한국대학생포럼은 성명에서 “노동시장 개혁의 데드라인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연내에 노동시장에 유연화를 가져올 여러 개혁적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노동개혁은 다음 대통령 대에서나 가능할 일”이라며 "야당이 노동시장개혁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즐겨 사용하는 ‘청년을 위한’ 이라는 문장에 부끄럽지 않는 정당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임금피크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 통상임금 범위 산정,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근로시간 단축, 파견업종 확대, 성과 중심 임금체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노동시장개혁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청년 4명 중 1명이 일자리가 없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노조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야당은 표심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미래 없이는 노조도 야당도 있을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청년은 이 나라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