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펜 고이란 기자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금융이 위축되면서 조선업계는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예상치를 밑도는 부진한 실적과 반토막 난 글로벌 선박 발주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국내 조선업계는 1등 자리를 내놓지 않으며 역량을 과시했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악재에 조 단위 손실을 떠안으며 국내 조선업계는 벼랑 끝에 서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24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3634억원의 적자를 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파업을 선택했다. 회사가 어려운데 파업에 나섰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치권에서도 귀족노조의 이기적인 행위라며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 날선 지적을 이어갔다.

현대중공업이 오후 2시부터 3동안 부분파업을 행사한 지난 26일, 제 29차 임금교섭도 동시에 진행됐다. 노조의 부분파업에도 교섭은 특별한 성과 없이 끝났다.

회사는 임금동결을 고수했고 노조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회사는 경영여건 때문에 추가로 제시안을 낼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다음달 9일 조선업종 노조연대의 공동파업도 예고했다.

현대중공업의 간판과 조선소의 고된 작업강도를 감안하면 임금동결이라는 회사의 제시안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7분기 연속 적자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회사상황을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 현대중공업이 지난 26일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이날 제 29차 임금교섭도 진행됐지만 성과는 없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동조합 홈페이지

회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고통분담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한다.

이원건 현대중공업 전 노조위원장도 지난 1월  ‘울산의 노동운동 이제는 변해야 한다’라는 주제로 가진 강연에서 “노조는 회사가 최대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마냥 돈만 더 달라고 요구해선 안 된다”며 “노조도 회사와 함께 기업의 경영을 같이 고민해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일본은 엔저에 힘입어 한국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수주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반면 한국은 노조가 파업을 단행하며 임금인상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사의 분열된 모습은 대외적으로도 선주사들의 신뢰를 잃게 만든다. 노조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각오로 파업보다는 산업 현장에서 위기극복의 힘을 더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