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정부 중대본회의 '내일까지 복귀 호소'에도 현장 잠잠
'미복귀 시 사법처리' 尹 의지 강해…형사처벌, 근본 해결될까
현장 떠난다는 개인 선택, 법으로 강제할 수 있나 '관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일촉즉발. 어디서 어떻게 터질까. '강 대 강'으로 치닫고 있는 의사들과 정부 간 충돌이 오는 29일을 계기로 가까스로 봉합될지, 아니면 최악으로 치달을지 주목된다.

정부가 의료 현장 복귀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29일까지는 섣부른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실정이다.

정부와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8일 오전부터 전공의 자택에 방문해 업무개시명령을 직접 전달하기 시작했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송달하려는 장소에서 대상자를 만나지 못한 경우, 동거인 등 대리인에게도 문서를 교부할 수 있다. 대상자나 대리인이 자택에 없는 경우는 복잡해진다. 송달 효력이 없다고 판단될 수 있어 향후 법정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사단체의 지도부를 중심으로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피고발인이 합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하면 검찰과 협의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 되자 정부가 일반 환자에게 국군병원 응급실 12곳을 개방한 2월 20일 오전 한 민간인 응급 환자가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정부로선 앞으로 벌어질 의료 현장 미복귀 사태에 대해 대처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형사처벌로 갈 경우, 미복귀 의사에 대한 처벌이 설사 법원에서 확정되더라도 '의사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근본적 문제 때문이다. 충돌하면 서로 죽어버리는 '치킨게임'이다.

앞서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3월부터 면허정지 처분과 사법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의사들이 미국 및 일본으로 이주하는 등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을 원천 봉쇄할 방법도 없다.

의료 현장은 일단 29일 오전까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전공의들의 뚜렷한 복귀 움직임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의사들과의 합의 없이 의대 2000명 증원을 강행해 이번 사태를 야기한 정부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대통령실은 28일 의대 증원 방침에 대해 "보건의료에 관한 인력수급 문제는 헌법이나 법률상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할 사안"이라며 "인력 수요나 공급을 추계해 정확하게 몇 명이 필요하겠다는 것을 의료계에 의견을 들을 수는 있겠지만, 사실 결정하는 책임은 국가에 주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의대 증원 규모는) 합의하거나 협상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며 "이 문제는 국민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윤 대통령 또한 전날 열린 제6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국가의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 조치"라며 "그래서 이는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들을 향해 "과학적 근거 없이 직역의 이해관계만 내세워서 증원에 반대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미 정부는 의대 정원 정상화와 함께 사법 리스크 완화,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 체계 강화 등 의료계의 요구를 전폭 수용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에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벌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지금 의대 증원을 해도 10년 뒤에나 의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어떻게 미루라는 것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실마리는,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결정은 온전히 '의사 개인 선택의 문제'라는 점이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하는 의사의 자유 의지는 누구도 강제할 수 없다.

일하라고 해서 일하는건 일종의 '노예'다. 그만 두고 잠시 떠나있겠다는 의사들에게 매만 드려는건 해결책이 아니다. 상대를 더 혐오스럽게 만드는 우책이다.

정부는 의료 현장 혼란을 조속히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정작 온갖 형사처벌 경고를 하면서 의사들의 선택을 굳히고 떠날 결심을 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의료 현장을 이탈한 의사들의 마음조차 떠나게 만드는 정부의 대대적인 강제 조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