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연구원, ‘기업상속세 개혁, 강원도서 시작하자’ 세미나
“상속세 완화 효과 분명…중앙 정부서 안 되면 지역서 먼저”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상속세 완화’ 카드를 꺼냈지만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해진 가운데 강원특별자치도에서 기업상속세 개혁을 시작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앞 다투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외치는 가운데 강원도가 혁신의 불씨를 당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원연구원은 2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업상속세 개혁, 강원도에서 시작하자’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상속세가 한국시장이 저평가된 주요 원인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 강원연구원이 2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업상속세 개혁, 강원도에서 시작하자’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한국재정학회장), 김승욱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명예교수, 현진권 강원연구원장, 유상범 국회의원,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자유시장연구원장),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임재영 강원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미디어펜 조우현 기자



◆ 우리나라 상속세율 60%, OECD 최고…“오래된 지적”

현진권 강원연구원장은 이날 “우리나라 상속세의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높은 상속세율로 인해 기업은 본연의 경제활동을 하기보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여러 비경제적인 활동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해 기업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체돼 투자 규모가 감소하고, 성장이 저해돼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을 더디게 할 수 있다”며 “강원도형 기업상속세 개편의 기틀을 마련해 강원특별자치도의 성공적인 출범 및 안착을 위한 정책 지원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최고 60%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때문에 높은 상속세 부담이 초래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관련 제도가 개정된 2000년 이후 24년 동안 개혁이 전무한 상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상속세가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하는 데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소액 주주는 주가가 올라야 이득을 보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된다. 거기다가 할증세까지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의 상속세 완화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그동안 학계와 재계가 지적해 온 상속세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이에 재계에서는 상속세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야당을 비롯한 시민단체에서 ‘부자 감세’를 이유로 이를 반대하면서 논의가 주춤한 상태다.


◆ 상속세 완화 효과 분명…“민간투자‧생산성‧기업 유입 효과↑”

대기업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에 20%의 할증을 붙이는 ‘최대주주할증평가’는 우리나라에만 적용되는 제도로, 기업의 영속성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규제로 꼽힌다. 이에 강원연구원은 강원도가 먼저 기업상속세 개혁을 시작하자고 포문을 열었다.

임재영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기업에 부과하는 높은 상속세율은 민간의 투자 규모 축소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상속세제의 개편은 기업의 투자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활발한 기업승계를 통해 기업 고유의 기술 유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민간 투자 활성화를 통해 지역사회의 경제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임 연구위원은 “올해 1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전국에 4개의 특별자치시도가 존재한다”며 “여러 특별자치시도 가운데 강원도의 장기 발전 비전 달성을 위해 핵심적인 기업 유치를 위한 유인체계로 기업 상속세제 관련 특례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여러 지역 간 경쟁을 통해 상속세제 개편을 확대하면, 국가 전체 차원의 제도개혁으로 연결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별자치도로서의 자치권 확보를 통해 주어지는 특례를 활용해 기업상속세제 개편에 대한 논의 결과를 특례에 반영해 선제적으로 시행하자는 것이다.


◆ “상속세, 부자들만의 문제 아닌 전 국민 문제”

김승욱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명예교수는 이날 토론자로 참석해 “최근 우리나라도 상속세제의 문제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상속세는 부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중앙 정부에서 상속세 완화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지방에서 먼저 시작하면 된다. 25%, 50% 완화가 아니라 철폐가 답”이라며, “상속세 폐지는 기업 뿐만 아니라 은퇴 세대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을 맡고 있는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 원장 역시 “현행 상속세의 세율과 과세표준은 2000년 개정된 이래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며 “그 사이에 물가는 2000년 대비 약 70%가 올랐고, 그러다 보니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중산층도 상당한 수준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상속세 문제는 비단 기업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어 오 원장은 “재산 형성 과정에서 소득세 등을 납부하고, 이후 이를 자녀에게 상속하는 과정에서 다시 상속세를 납부하게 되는 이중 세금 납부로 재산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 “상속세 폐지, 중앙 정부서 안 되면 지역서 먼저”

한국재정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상속세를 개편하면, 개별 지역에 파급이 있겠지만 지역 간 차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방정부 차원에서 상속세에 대응한다면 지역 간 기업 환경 개선 경쟁이 가능해 훨씬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상속세 부담으로 추가 성장을 주저하거나 기업 매각을 결정하는 등의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최소한 주요국들과 동등한 여건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도록 상속세율 인하 등 제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명예교수는 “기업은 사회적 부를 창출하는 유일한 존재”라며 “대기업 지방유치가 지방 소멸을 막는 대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 유치를 위해 지방 기업과 지방 거주자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이날 영상 축사를 통해 “강원도가 ‘미래산업 글로벌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업 유치가 주요 핵심 과제”라며 “기업의 상속세제 개편은 보다 많은 기업이 강원도로 이전하는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역시 “세제 개선의 걸림돌은 ‘부자감세’라는 따가운 시선”이라며 “각종 특례와 자치권을 부여받은 강원도에서 상속세 감면을 실시해 효과를 검증한다면 부자감세에 대한 오해를 해소함은 물론, 경제성장의 새로운 모멘텀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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