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지주 설립, 분할 수순…'선대 전통' 형제 독립경영 착수
조 회장, 중공업 중심 기존 효성…조 부회장은 첨단소재
잡음 없이 책임경영 몰두 여건 조성…ESG경영 강화 표본 기대
[미디어펜=조성준 기자]효성그룹이 형제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 독립경영을 추진한다.

경영권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각각 책임경영을 강화해 효율적인 조직 운영으로 독립경영의 표본을 남길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효성 그룹 지주사 ㈜효성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6개 계열사를 인적 분할해 신규 지주사 ㈜효성신설지주(가칭)를 설립키로 결의했다.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상 부회장.사진=효성그룹 제공.png


신설지주에는 효성첨단소재를 대표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 효성홀딩스 USA, 효성토요타 등 6개사가 속하게 될 전망이다.

효성은 오는 6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분할 승인절차를 거쳐 7월 1일자로 존속회사인 ㈜효성과 신설법인인 ㈜효성신설지주 2개 지주회사로 재편할 예정이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기준으로 ㈜효성 0.82 대 ㈜효성신설지주 0.18이다. 존속 지주 산하 기업의 연간 매출은 약 19조 원으로 추산된다. 신설 지주사는 7조 원대다. 효성신설지주의 자본총계는 4620억 원, 부채총계는 420억 원이다. 자본금은 191억 원이다.

둘로 갈라지면 ㈜효성은 조현준 효성 회장, ㈜효성신설지주는 조현상 부회장이 맡는다.

각 지주사는 새 이사진을 꾸릴 예정으로 효성그룹은 신설 지주사 설립 이후 추가적인 회사구조 변경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 측은 "지주회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지주회사별로 사업분야와 관리 체계를 전문화하고 적재적소에 인적·물적 자원을 배분해 경영 효율화를 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가업 전통 이어받은 '책임경영' 기틀 마련

효성이 대대적 분할을 추진하는 것은 경영권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해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효성은 이미 한 차례 오너가 형제 간 갈등을 빚었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부친과 큰형인 조현준 회장에게 반기를 들어 논란이 됐다. 또한 친인척 관계인 한국타이어 그룹도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발생하면서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효성은 이 같은 불미스러운 상황을 만들지 않고 인적분할로 각자 경영에 몰입할 수 있는 구도를 구축해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사진=효성 제공


효성은 이번 인적분할에 앞서 지주사 전환 등 사전 작업을 차곡차곡 진행해왔다. 조 전 부사장의 일탈로 조직이 내홍을 겪으면서 책임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효성이 분할을 통해 ESG경영의 표본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범효성가는 과거 조홍제 효성 창업회장이 1984년 작고하면서 장남인 조석래 명예회장이 효성그룹을, 차남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 삼남인 조욱래 DSDL 회장 등으로 분할됐다. 

그 후에도 범효성가는 별다른 잡음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재계에 좋은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효성도 이번 분할로 가업의 전통을 지키면서 두 형제가 각자 책임경영에 집중하는 한편 사업경쟁력 강화의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조현준 회장이 중공업 중심 전통 사업을, 조현상 부회장이 첨단소재를 맡아 그간 경영에서 전문성을 보인 분야에 더욱 천착할 계기를 맞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분리를 통해 산재된 사업부문을 정리하는 등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책임경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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