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기한 1년 전 선거구 획정안, 총선 41일 앞두고 겨우 합의
거대 양당 텃밭 의석 지키려 비례의석 1석 줄이는 '묘책'
군소정당들 "거대 양당 땅따먹기 야합" "밥그릇 먼저" 비판
[미디어펜=이희연 기자]비례대표(47석) 의석을 1석 줄이는 대신 전북 지역구 10석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하는 등의 선거구 획정안이 29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가 4.10 총선을 불과 41일 앞두고 겨우 합의에 이른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거대 양당의 땅따먹기 야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국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가 제출한 원안에서 일부 내용을 수정한 선거구 획정안을 반영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재선 의원 259명 중 찬성 190명, 반대 34명, 기권 35명이었다. 

이 선거구 획정안에는 비례대표(47석) 의석을 1석 줄이는 대신 전북 지역구 10석을 현행대로 유지 안이 담겼다. 텃밭 의석수를 줄일 수 없다고 맞섰던 민주당의 제안을 국민의힘이 받아들인 셈이다. 

또한 특례 구역도 4곳 지정했다. 이로써 강원에 서울 면적의 8배에 달하는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선거구가, 경기 북부에는 서울 면적의 4배에 달하는 '포천·연천·가평' 선거구가 생기지 않게 됐다. 다만 지역구 명칭에 포함되지 않은 인근의 다른 행정 구역 거주자가 해당 지역구에 투표해야 하는 문제점이 생기게 됐다. 

   
▲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4·10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비례대표 의석을 1석 줄이는데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텃밭인 전북 지역 의석수를 줄일 수 없다며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불리는 부산 의석수를 줄이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여당은 민주당의 요구를 절대 받을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양당은 각각 전북과 부산의 의석수는 그대로 둔 채 비례 의석을 1석 줄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거대 양당은 이미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통해 비례의석까지도 싹쓸이 하겠다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는 내달 4일부터 비례대표 후보를 공모하는 등 비례의석을 위한 공천 작업에 돌입한다. 민주당도 민주개혁진보연합 내 자당 몫 비례대표 후보자를 정하기 위해 내달부터 6일부터 추천인 공모를 진행한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은 이날 "양당의 비례 의석 축소 막판 담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민의보다 밥그릇이 먼저인 양당 체제가 진저리난다"라고 반발했다. 새진보연합은선거구 "국민 요구를 외면하는 땅따먹기식 야합"이라며 "거대양당의 유불리 때문에 다양한 국민을 대변해야 할 비례대표 축소를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선거구 획정 법정 기한은 선거 1년 전이지만 이 약속은 총선 때마다 지켜지지 않았다. 19대 총선에서는 선거 44일 전, 4년 전 있었던 21대 총선에서도 선거를 39일 앞두고 선거구 획정안이 지각 처리됐다. 총선 때마다 반복되는 선거구 획정안 늑장 처리에 대한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거대 양당이 자기들 손해는 절대 안 보겠다는 거 아닌가"라며 "소수당에 돌아갈 의석 하나라도 더 뺏겠다. 소수당을 희생시켜서 자기 배를 불리겠다는 건데, 거대 양당의 횡포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라고 지적했다. 

선거구 획정안 지각 처리와 관련해선 "위성정당까지 만들어서 소수 정당 몫으로 돌아갈 비례 의석까지 자기들이 싹쓸이로 가져가겠다는 건데, 거대 양당이 횡포를 부려도 결국 입법권은 자기들한테 있고 하니 여야 모두 비난 따위는 개의치도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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