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기 감사에게는 인사 비리 지적

“그날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저한테도 문자가 왔어요. 이게 미쳤나라고 생각했어요. 그건 큰 실수였습니다. 물의를 일으켜 정말로 죄송합니다.”

5일 서울 메트로 김익환 사장이 서울시 의회 '233회' 교통위원회에 참석해서 이무영 본부장의 실수를 사죄한 발언이다. 이무영 서울 메트로 지원관리본부장은 지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있어 휴대폰 문자 투표 참여 운동을 펼쳐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무영 지원관리본부장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인정했다. 이 본부장은 경기도 주민으로 주민투표권이 없는 자로서 공직자 직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한 것에 대해서 문제가 된 것이다. 주민투표법 제21조에는 주민투표권을 가지지 못 한자는 투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게다가 공직자 직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한 경우 주민투표법 제28조 5항에 의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전철수 교통위원이 "오세훈 시장처럼 사퇴할 의향은 없느냐"고 묻자, 이 본부장은 답변을 피했다. 또 전의원은 "모범을 보여야할 본부장이 오 시장 개인의 인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서울 시민의 봉사자가 되어야한다. 공직 선거법을 위반했다. 책임을 통감하고 물어나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무영, 강연기 감사 모두 딸 때문에

이무영 본부장과 강연기 감사는 모두 딸 때문에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교통위원회가 시작하자 마자, 김익환 사장은 "8월 21일 임명된 인물이다"면서 두 사람을 소개했다. 그때부터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무영 본부장의 딸이 '투표독려 문자메세지'를 보낸 것에 대해 집중적 추궁을 받은 것이다. '20명에게 재전송해서 400만명 투표 참여토록 합시다. 행동하지 않는 보수는 이 나라를 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 서울메트로 사장 등 포함한 일부 임직원과 일부 서울시 의원들에게까지 전달된 것이다.

강연기 감사는 도시철도 인사부장 시절 '딸 편법채용'과 관련해 인사 비리(非理)가 있어서 서울시 감사 결과, 주의 권고라는 징계를 받았다. 임원에게 주의 권고 처분은 직원에게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처벌이다.

◆교통위원들, '감사'에게는 무딘 칼

감사의 직위는 가장 청렴해야하는 직분이다. 강연기 감사는 강덕기 전 서울시 부시장 시절 서울시 비상계획실 계약직으로 입사해,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자산관리팀장, 경영평가팀장, 인사팀장을 지냈다. 강 감사는 인사팀장 시절 '딸'을 채용하기 위해 채용방법에 '서류심사'가 포함되도록 변경했다.

이러한 채용과정의 비리가 내부에서 드러나 투서가 감사원에 접수됐고, 결국 서울시 특감결과 본부장 재임시 주의 권고 징계를 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서울메트로 사장은 "알고있다"고 답변했다. 박준희 교통위원의 지적에 대해서다.

박 위원은 강 감사의 과거 비리 사실에 대해 설명식으로 나열했고, "직원들을 조사해야할 감사에 인사 비리가 있는 인물이 되어서 내부에서 비판의 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메트로 한 직원은 "강 감사는 인사 비리가 있는데, 감사에 임명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감사 업무 경험도 전혀 없는 인물이다. 도시철도에서도 연임하려다가 인사 비리 때문에 탈락된 자인데, 다시 서울메트로 감사로 임명한다는 것은 서울메트로를 무시한 전형적 낙하산이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무영 본부장에 대해서는 무차별적 칼날이 날아왔다. 모두 무상급식을 독려한 문자 메시지에 대한 것이었다. 딸이 이무영 본부장의 전화번호로 보냈다고 변명했지만, 대부분 의원들이 이 본부장의 자진 사임을 촉구했다.

◆교통위원들, 정치보다는 교통에 신경써야

이날 교통위원회의 대부분 질문은 무상급식과 관련한 것이었고, 서울메트로 경영에 대한 질문은 별로 없어 아쉬웠다. 서울 메트로 경영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강연기 감사 임명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고, 무상급식 운동을 한 이 본부장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만 모든 질문을 쏟아내는 식이었다.

오전에 열렸던 도시철도 업무보고에서 질문도 마찬가지였다. "기관사 재량에 맡겨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했느냐, 강제적으로 하게 했느냐, 적극적 운동인지 소극적 운동인지 판단해야겠다. 답변하라"는 식의 탁상공론적 정치 질문이 많았다.

어떤 의원은 써온 질문을 읽기에 바빴다. 문어체와 구어체가 뒤섞여서 문맥이 맞지도 않게 문장이 흐르고, 시간에 쫓겨서 혼자 말하기 급급한 의원들도 있었다. 정작 날카로운 '질문'으로 공직자를 감시하려는 소신 있는 발언은 간혹 있었다.

공석호 의원은 "메트로 사장님께 지난번 영화를 찍지 마시라고 부탁드렸는데, 지금은 드라마를 찍고 계십니다. SBS 보스를 지켜라, KBS2 공주의 남자를 보는 듯 드라마를 찍고 있습니다. 서울메트로 수장으로서 경영에 몰두하십시오. 무슨 뜻인지 알겠지요"라고 하자, 메트로 사장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공 의원은 웃으면서 "아니, 앞서 동료 의원들이 계속 질문하고 지적해서 또 말하기 뭐해서 주민투표 그 메시지 말입니다"라고 농담 섞은 질문을 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서울시 의회 별관 앞에서는 서울메트로 노조원들의 시위가 있었다. 이들은 '전단지'를 배포하면서 "서울메트로는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서 승객 안전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2호선과 3호선은 같은 지하철이라고 해도 차량이 다르고, 차량 특성도 다르고 신호체계가 다른데, 이를 무시하고 인사이동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2호선 기관사가 3호선에 배정됐다는 것이다. 30년 동안 3호선 차량만 운전한 기관사 김충례 씨는 "인사이동에 따라 2호선을 맡게 돼 운행을 하고는 있지만 불안하고 매일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라고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시의회 교통위원회 서울메트로 업무보고에서는 투표권이 없는 자로서 공직자의 신분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한 이무영 본부장에 대한 처세, 인사 비리 감사결과 나온 김연기 감사의 자질이 문제였다. 하지만 서울메트로 경영의 업무 보고에 관한 질의보다 정치적 무상급식 관련 추궁에 벗어나지 못하는 등 정치적 이슈에 빠져있는 민주당 위원들에게도 시민들의 눈총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