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유럽 무대에서 최고 수비수로 입지를 굳히고 있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에게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 닥쳤다.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에서 버린 카드 취급을 받으며 이적해온 에릭 다이어에게 밀려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선발로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뮌헨은 오는 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라치오(이탈리아)와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 홈경기를 치른다. 앞서 1차전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했던 뮌헨은 반드시 이겨야 8강 진출을 할 수 있다.

이런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김민재 선발 제외설'이 현지 매체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독일 유력지 빌트는 5일 "김민재가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라치오전을 앞둔 최종 훈련에서 A팀 그룹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민재는 라치오전에 선발이 아닌 교체 멤버로 벤치에 앉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 라치오와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뮌헨이 중앙수비수로 김민재(왼쪽) 대신 다이어를 선발로 기용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바이에른 뮌헨 SNS


김민재가 선발에서 빠진다면 뮌헨의 중앙수비는 다이어와 마테이스 더 리흐트 조합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센터백 다요 우파메카노는 라치오와 1차전에서 퇴장 당해 2차전에는 출전하지 못한다.

김민재 대신 다이어가 선발 자리를 꿰찬다는 것은 김민재 자신은 물론 팬들에게도 충격적이다.

김민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큰 기대 속에 나폴리(이탈리아)를 떠나 뮌헨으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 김민재는 나폴리의 핵심 수비수 역할을 하며 33년만의 세리에A 우승을 이끌었고, 리그 최고 수비상까지 받았다. 뮌헨이 이런 김민재를 눈여겨보고 거액의 바이아웃 금액(5000만 유로, 추정)까지 지불하며 영입했다.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은 김민재 영입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고, 시즌 초반부터 김민재를 수비의 중심으로 중용했다. 더 리흐트와 우파메카노가 번갈아가며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김민재는 혹사 논란이 있을 정도로 거의 전경기 풀타임을 뛰며 뮌헨 수비 라인을 지켰다.

하지만 11년 연속 분데스리가 우승을 했던 뮌헨은 이번 시즌 부진에 빠졌다. 리그 2위로 밀려났고 선두 레버쿠젠과 승점 차가 10점으로 벌어져 12년 연속 우승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 DFB 포칼컵에서도 2라운드에서 조기탈락했다. 이제 뮌헨은 챔피언스리그 우승 도전만 남았는데, 그마저도 16강 1차전에서 라치오에 패해 벼랑 끝으로 몰려있다.

뮌헨 구단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투헬 감독과 결별을 선언했다. 당장 경질하지는 않고 이번 시즌이 끝나는 6월까지만 지휘봉을 맡긴다고 발표했다.

투헬 감독이 이미 뮌헨에서 마음이 떠난 가운데 지난 2일 프라이부르크전에서 뮌헨은 실망스런 경기 끝에 2-2로 비겼다. 이 경기 후 김민재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뮌헨이 2실점한 책임을 김민재에게 덮어씌우는 목소리가 독일 매체에서 나온 것이다.

독일 축구 전문지 키커는 지난 3일 "(뮌헨의 위기 탈출) 해결책은 마테이스 더 리흐트와 에릭 다이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프라이부르크전 2실점을 김민재 탓으로 돌리며 선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뮌헨 훈련에서 김민재의 A팀 제외로 이어진 듯하다. 라치오전을 앞둔 마지막 훈련에서 김민재가 A팀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선발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김민재가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면 선발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문제는 김민재의 대체 선수로 다이어가 선발을 맡는다는 것이다.

다이어는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에서 계륵같은 존재였다. 수비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자주 범해 주전에서 밀려났다. 토트넘 팬들은 다이어를 팀에서 방출하라는 요구를 많이 했고, 안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이어를 거의 기용하지 않았다.

이런 다이어를 뮌헨이 지난 1월 임대로 영입했다. 다이어가 토트넘을 떠난다는 소식에 토트넘 팬들은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뮌헨은 다이어를 몇 경기 출전시켜 보더니 최근에는 다이어와 내년 6월까지 계약하며 완전 이적을 발표했다.

그리고 현지 매체 보도대로라면 뮌헨은 라치오와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이 걸린 운명의 대결에 다이어를 주전으로 내세우고 김민재를 선발 제외하기로 했다.

투헬 감독은 어떤 생각으로 김민재 대신 다이어를 선발로 기용하려는 것일까. 다이어는 김민재 대체 선수로 뮌헨에서 입지를 굳히는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6일 열리는 뮌헨과 라치오전은 결과 못지않게 김민재의 출전 여부, 다이어의 활약 등으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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