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우리나라 산업을 이끌어온 석유화학 분야가 중국의 거센 도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황 악화가 중국의 성장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고 있어서 개혁 수준의 변화가 요구된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혹한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업계는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실적을 낼 만큼 고전했다. 올해는 작년보다는 개선된다는 전망이 많지만 불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 석유화학은 중국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전체 석유화학 수출 중 중국 비중은 단연 1위다. 지난 2010년에는 그 비중이 48.8%에 달할 정도였고, 지난해에도 36.3%였다.

중국이 여전히 석유화학 최고 고객이지만 비중이 크게 줄은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중국은 코로나 2년여 동안 석유화학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7대 석유화학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공장 증설을 진행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5174만 톤으로 5년 전인 2018년(2565만 톤)의 두 배를 넘어섰다.

중국은 에틸렌 생산력 증대와 더불어 품질 향상에도 성공했다. 중국산 범용 플라스틱의 품질이 한국산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중국의 석유화학 굴기(屈起)는 우리나라에 이중고를 안겼다. 중국 시장이 자국산을 쓰면서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입었고, 값싼 중국산 제품 공급과잉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했다.

위기가 찾아왔지만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과거 조선, 철강에서도 능력을 키우며 우리나라에게 어려움을 안겼다. 이제 석유화학 차례라면 중국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하면 된다.

우선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군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업계는 SAP(고흡수성수지)와 NBL(NB라텍스), POE(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와 CNT(탄소나노튜브), 헤셀로스 등 고부가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사업 축을 전환해야 한다. 석유화학사의 주력 제품이 플라스틱이 아닌, 신사업이 돼야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신사업을 부업이 아닌 주업으로 키워 종합 소재사업자로 변화해야 한다.

일부 석화사들은 신사업으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 중이지만 대부분 업체들은 아직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석유화학 수준이 아직 높게 올라오지 않은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구조 전환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인도, 동남아시아 등 떠오르는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필요하다. 신사업 중심 사업구조를 완수하기 전 과도기 수익성 향상에 필수적이다. 특히 인도는 화학 제품 수요가 2020년대 들어 연평균 9%씩 성장하고 있어 중국 시장을 대신할 곳으로 기대를 모은다.

위기를 지혜롭게 넘기면 큰 기회가 온다.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로 우리만 할 수 있는 영역들을 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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