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상장 대다수 기업 주가 조정…"고유한 캐릭터 필요"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들어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코스피 이전상장’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 시총 1위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해 시총 3위인 HLB도 코스피 이전 상장을 준비 중이다. 문제는 코스피로 이미 옮겨간 코스닥 기업들이 대부분 주가 폭락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코스닥이 ‘2부리그’ 이미지로 굳어가는 것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스닥→코스피 이전상장 흐름이 연이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주들 가운데서 이러한 흐름이 두드러진다. 최근 1년간의 기록을 보면 SK오션플랜트, 비에이치, NICE평가정보, 포스코DX, 엘앤에프 등 총 5개사가 코스피로 이사를 마쳤다.

   
▲ 근 들어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코스피 이전상장’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심지어 현재 코스닥 시총 1위‧3위인 에코프로비엠‧HLB조차 이전상장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이들 두 기업까지 더하면 작년 기준 코스닥 시총순위 상위 10위 기업들 중 절반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사를 가게 된다. 이밖에 지난 2013년 한차례 이전상장을 추진했던 파라다이스 역시 코스피 입성에 재도전한다.

주요 기업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데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우선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 문제가 거론된다. 당초 코스닥은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며 돛을 올렸지만, 마치 코스피 입성을 하지 못한 회사들의 집합처럼 비치는 측면이 생겨나는 것이다. 

양 시장의 균형을 생각해야 하는 한국거래소로서는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출범, 코스닥 글로벌지수 선물 등 파생상품 상장 추진 등 묘수를 고민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한편 코스피 이전상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코스피로 옮겨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상장 이슈가 주가에 선반영되는 과정에서 한차례 주가 부양이 있긴 하지만, 정작 기대감이 ‘현실’로 바뀌면 주가가 폭락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첫 코스피 이전상장 사례였던 포스코DX를 포함해서 SK오션플랜트, 엘앤에프, 비에이치 등의 주가는 이전상장 이후 모두 20% 넘게, 심한 경우 40% 가까이 하락했다. 결국 투자자로서는 코스피 이전상장이라는 이슈를 반길 수만은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 셈이다. 

궁극적으로는 코스닥이 코스닥만의 확실한 특색과 장점을 갖고 있어야 양 시장 간의 균형이 고르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들로서는 좀 더 큰 시장으로 가서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하려는 욕구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코스닥 시장만의 고유한 캐릭터를 좀 더 강화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