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을' 김경진 후보의 토로…"정치가 저 분들에게 뭘 해줄 수 있나"
"삶이 너무 바빠 이야기할 창구조차 없어…빈 공간 살피는게 정치의 본령"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선거운동을 하다가 사무실로 걸어 돌아오는 길에, 빈 박스를 줍는 할머니를 본 한 후보의 '심경 토로'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동대문을 선거구에 출마한 김경진 국민의힘 후보의 이야기다.

김경진 동대문을 국민의힘 후보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선거운동을 하다 보니 관내를 걸을 일이 많다"며 "어제는 답십리역에서 사무실로 걸어오다 빈 박스를 줍는 할머니를 봤다"고 전했다.
 
김경진 동대문을 후보는 이날 오후 글에서 빈 박스를 줍던 할머니에 대해 "체구가 140cm는 될까요?"라며 "옛날 분 치고도 작은 체구의 할머니는 당신 체구의 몇 배나 되는 손수레를 힘겹게 끌고 반대편 방향으로 걷고 계셨다"고 묘사했다.

이어 "아마 차도로 가면 조금 더 편했겠지만, 빵빵거리는 자동차들의 경적이 자그마한 할머니에게는 위협적이었을 겁니다"라며 "리어카는 인도를 가로지르고 있었고, 다행히 인도엔 인적이 드물었다"고 말했다.

김경진 후보는 빈 박스를 줍는 할머니를 보고서 "나의 정치가 저분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라며 "한참을 씁쓸하게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이번엔 그보단 젊지만 역시 연세가 지긋하신 또 한분의 할머니가 바퀴와 흰개미를 소탕하는 약을 수레에 싣고 아까 그 할머니와 같은 방향으로 가시더군요"라고 밝혔다.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동대문을 선거구에 출마한 김경진 국민의힘 후보. /사진=김경진 캠프 제공


그러면서 "이런 행상분들은 바퀴약이나 흰개미약이 있다고 외쳐야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구입할 텐데, 그 할머니는 그냥 묵묵히 수레만 끌고 가셨다"며 "아마도 장사하는 곳이 있고, 그곳으로 이동 중이셨나 봅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서 "바퀴벌레 퇴치 약을 하루에 몇 개나 팔 것이며, 저거 하나 판다고 이문이 얼마나 남을까?"라며 "5분 사이, 두 분의 할머니를 뵙다 보니, 정말이지 심난해지더군요"라고 자신의 속마음을 토로하고 나섰다.

김경진 후보는 이날 글에서 "제 선거사무소에도 어르신들이 많이 오십니다"며 "오셔서 세상 사는 이야기, 동네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저를 격려해주고 가십니다"라고 전했다.

특히 김 후보는 "저는 적어도 어르신들과는 소통이 잘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제 일을 되새겨 보니 정작 정치의 햇볕이 필요한, 그 할머니들 같은 분들은 삶이 너무 바빠 저희 사무실에도 오지 못할 것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창구조차 없는게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분명히 우리의 복지와 그리고 정치인이 말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말속에는 비어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며 "아무리 햇살이 강렬해도 어딘가에는 늘 해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연계야 그런 공간이 당연하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문명을 구축했고, 모두가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케어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며 "어제 저녁 명함을 나눠주고, 시민들께 인사하면서도 그분들에 대한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고작 전직 초선 의원 한 번 했을 뿐이지만 '그 시절 내가 조금 더 잘했다면'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며 "다시 뵙게 되면 말을 걸어봐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서 김 후보는 "그토록 고단하신 분들에게 '저를 찍어주세요'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며 "그저 손이라도 잡고,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혹시나 우리 복지의 사각에 계신건 아닌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알고 싶다"고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김 후보는 글 마지막에서 "어쩌면, 아니 이런게 정치의 본령일테니까요"라며 "더 세심하게 거리와 골목과 제 눈앞의 풍경을 살펴야겠다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