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박용진·이탄희, 총선 후 포스트 이재명 후보 거론
비명횡사·친명 스피커 공천…내부 견제 세력 사실상 전멸
李, 당 대표 연임 안 한다지만…장악력 강화에 '추대' 전망
[미디어펜=최인혁 기자]오는 4·10총선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비명계가 탈당 대신 잔류를 택하며 당권 도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은연중 포스트 이재명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오는 총선 후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돼 비명계의 당권 탈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민주당의 공천 발 계파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양상이다. 지난 12일 선거대책위원회가 3톱 체제로 출범한 것이 표면적 원인이지만, 비명계가 총선 후를 도모하기 위해 ‘선당후사’를 택한 것이 가장 큰 배경으로 해석된다. 

이에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비명계는 탈당을 대신해 잔류를 결정하고 있다. 또 오는 총선에서 민주당의 ‘원팀’을 강조하며 세력을 정비하는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비명계의 행보에 당권 탈환의 밑그림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벌써부터 ‘포스트 이재명’ 후보를 물망에 오르내리는 중이다. 

   
▲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비명계가 탈당 대신 잔류를 택한 배경으로 8월 전당대회 당권 도전이 지목된다. 이에 공천에서 배제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 불출마를 선언한 이탄희 의원(중앙), 경선에서 패배한 박용진 의원(오른쪽)이 포스트 이재명 후보로 거론된다./사진=미디어펜


현재 가장 유력한 도전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거론된다. 임 전 실장은 서울 중·성동갑에서 컷오프 되자 탈당을 추진했다. 그러나 탈당이 예정됐던 당일 돌연 잔류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는 임 전 실장이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해석된다. 오는 총선 결과가 좋지 못할 경우 공천에서 임의 배제됐던 임 전 실장이 비명계 구심점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불공정 공천의 당사자로 공천 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당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친명 자객으로 출마한 정봉주 의원에게 경선에서 패배한 박용진 의원도 포스트 이재명 후보로 거론된다. 박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직격하며 대표적 비명계 의원으로 낙인찍혔다. 박 의원은 이 대표에게 큰 격차로 패배했지만 소신 있는 정치인 이미지를 구축. 차기 대선주자로서 이름값을 올렸다. 

특히 사실상 컷오프인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결선투표를 치르며 저력을 입증해 당권에 재도전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인물로 여겨진다. 

오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탄희 의원도 후보로 거론된다. 이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을 촉구하며 신뢰와 소신을 가진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계파색이 옅은 덕에 강성 팬덤에 사로잡혔다는 지적을 받는 민주당의 외연 확장을 이끌 적임자라는 기대를 받는다.

오는 총선을 목전에 두고 비명계를 중심으로 포스트 이재명 후보가 속속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이 당권 탈환에 성공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공천 과정에서 이 대표의 경쟁 후보들이 대거 제거된 반면 이 대표를 호위할 친명계는 약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으로 이재명 사당화 완성…견제 세력 없어 당 장악력 강화

오는 총선에서 이재명 지도부 구성원 중 공천에서 탈락한 이는 전무하다. 반면 비명계 구심점이던 박광온 전 원내대표 등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포함되며 줄줄이 경선에서 탈락했다. 

더불어 비명계 중진인 설훈, 홍영표 의원 등도 현역 의원 평가 하위 대상자에 포함됐거나,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함으로써 당을 떠났다. 민주당 내부에 이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중량급 인사가 전멸하게 된 것이다.

반면 이언주, 추미애, 정봉주, 김준혁 후보 등 ‘친명 스피커’로 평가받는 후보들은 결승행 티켓을 확보했다. 친명 호위무사들이 원내 진입에 성공할 경우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은 더욱 강해져 이재명 체제에 대한 비판 목소리조차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패배했음에도, 이재명 지도부 체제 출범 뒤 사후 평가조차 이뤄지지 못한 바 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언급할 경우 강성 팬덤으로부터 ‘수박’으로 낙인찍혀 문자폭탄 등 압박이 가해지기도 했다.

이에 중량급 비명계의 빈자리를 친명계 강성 스피커로 채움으로써 22대 국회에서 이재명 지도체제는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이 대표가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대표 연임 도전을 묻는 질문에 “당대표는 3D 중에서도 3D”라며 “공천이라는 것을 처음 해봤는데, 누가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연임 도전을 부정했지만, 이 대표가 암암리 공천 과정에서 연임을 위한 밑 작업을 사실상 끝마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현재 민주당에서 당권에 도전할 만한 당내 정치세력은 전무하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 대표가 선대위 체제로 전환하며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도 분산했고, 총선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151석도 아닌 제1당이 목표라며 기대치도 확 낮췄다”면서 8월 전당대회에서 비명계의 이재명 책임론은 파급력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당대표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며 “내부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친명계와 당원들로부터 당대표로 추대 받아 연임하는 상황을 생각 중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