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했다고 믿는 부모님께 추석 선물 마련하려 강도짓

추석을 앞두고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명문대 출신의 무직자가 새벽에 귀가하는 여성을 상대로 강도짓을 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8일 흉기로 여성을 위협해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로 김모(3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7일 새벽 4시쯤 강도를 당했다는 한 여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행 현장 인근에서 검거한 30대 남성의 가방 속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신원 확인을 위해 열어본 가방 안에서 각종 취업준비 서류와 명문대의 장학증서, 우수학위 표창장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김 모(30)씨는 지난 2007년 서울 소재 명문 사립대 사회체육과를 졸업한 뒤 4년 동안 임용고시를 준비했지만 매번 고배를 마셨다.

명문대를 나온 자신의 형도 무직인 상태에서 직장을 다니던 아버지가 최근 정년퇴직을 하면서 김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2일 부모에게 취직을 했다고 속이고 집을 나온 김 씨는 PC방을 전전하며 일반 기업에 취업지원을 했지만 나이 많은 취업 준비생을 받아 주는 곳은 없었다.

김 씨는 추석을 앞두고 아들이 취업을 했다고 믿고 있는 부모에게 선물을 마련하려 했으나 본인 수중에 있는 돈은 불과 1만 5천 원.

밀려오는 자괴감에 이성을 잃은 김 씨는 이날 새벽 식당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박 모(48. 여)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위협해 현금 40만 원을 빼앗았다.

범행 후 휴대전화기는 돌려달라는 박 씨의 부탁에 김 씨는 순순히 전화기를 건낸 뒤 달아났고 박씨가 곧장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현장에서 3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붙잡혔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새벽시간 여성을 상대로 흉기강도행각을 벌인 혐의로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조사에서 김 씨는 "어머니가 편찮으시니 가족에게는 제발 알리지 달라"며 연신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의 사연을 전해들은 박 씨와 박 씨의 가족들 또한 선처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