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건설-LH, 쌍용건설-KT 등 공사비 증액 놓고 분쟁
건자재 가격 상승 견디지 못한 건설사들 증가 예상
정부, 물가상승분 공사비 반영하는 방안 발표할 계획
[미디어펜=서동영 기자]공사비 갈등이 아파트 등 민간공사뿐만 아니라 공공공사에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대보건설-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쌍용건설-KT 같은 갈등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세종시 공동캠퍼스 건설공사 근로자와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세종시청 앞에서 공사재개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보건설은 지난 2022년 LH로부터 세종시 집현동 공동캠퍼스 건설공사를 수주했으나 지난 5일 공사를 중단했다. 지난해 10월 17~26일에 이어 다시 한번 공사가 멈췄다.

대보건설은 LH로부터 총 9개 동 중 4개 동 준공을 앞당겨달라는 요구를 받고 자체적으로 추가 공사비를 투입해 공사를 진행했으나 레미콘 공급 차질,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화물연대 파업 등의 사유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LH는 지난 15일 "시공사와 수차례 협의를 통해 오는 18일부터 공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공사중단으로 지연된 공기를 만회해 정상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가까스로 공사가 재개되나 문제 자체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대보건설과 LH가 공사비를 합의한 것이 아니라 일단 공사만 다시 시작했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은 KT를 상대로 지난해 완공된 경기 판교 KT 신사옥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지난 2020년 967억 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했으나 완공되는 동안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171억 원을 손해봤다고 주장한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KT 판교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지난 12일 2차 시위를 예고했다. 그러나 대화를 하자는 KT의 요청에 의해 일단 시위를 연기했다. 

   
▲ 쌍용건설과 협력업체 직원 30여 명이 지난해 10월 KT 판교 신사옥 공사현장 앞에서 KT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사진=쌍용건설


건설사가 LH나 KT 같은 대형 발주처를 상대로 공사비 증액을 드러내놓고 항의를 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로서는 앞으로 해당 발주처로부터 수주는 없다고 각오해야 한다"며 "그만큼 건설사들이 공사비에 민감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공사의 경우 추가 공사비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계약서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KT가 쌍용건설에 공사비 인상을 거부한 이유도 해당 조항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사들로서는 최근처럼 건설자재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상황에서는 버티기가 어렵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3년간 철근과 시멘트 자재값은 각각 64.6%, 54.6% 올랐다. 다른 건설사들도 대보건설과 쌍용건설처럼 공공공사 시 증가한 공사비 때문에 발주처와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앞으로 공공공사 공사비로 인한 분쟁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단 정부는 공공공사 시 공사비 인상분을 공사비에 반영하도록 하는 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건설공사비지수를 기반으로 물가상승분을 등을 반영해 공사비 증액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의 공공공사 수주 시 발주처가 공사비를 무리하게 아낀다며 사실상 저가입찰을 유도하는 구조다. 적정 공사비 확보가 보장돼야 공사비 분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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