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 기자설명회 개최…"핀다 통한 상호주 우회투자 의결권 문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JB금융지주가 오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가운데, 이 회사 2대 주주인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27일 이번 주총의 문제점을 소상히 밝히는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얼라인 측은 전날 공개한 '핀다와의 상호주 의결권 행사 금지'에 대해 설명하는 한편, '해외 투자자의 집중투표권 제한'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이사가 27일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류준현 기자


현행법상 JB금융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보유 주식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방치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주주제안에 찬성한 외국인 기관투자자의 상당수가 '행사가능한 의결권의 20~60%'만 인정받을 수밖에 없어 집중투표권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설명이다. 

얼라인은 이날 오후 여의도 모처 한 카페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발표를 맡은 이창환 얼라인 대표이사는 지난해 김기석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실패했던 사례를 들어 "(당시 주총에서의 얼라인 지지율) 40%의 주주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이사회에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예를 들면 국회에서 51%의 지지를 받는 1당이 국회의원 모두를 임명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며 "승자 독식이라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보완된 제도가 집중투표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주주들이 집중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 못하고 있다"며 "저희 쪽 지지하는 외국인 주주들만 본인들이 행사 가능한 최대 주식 수의 20~60%밖에 행사 인정을 못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외국인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서비스 '프록시보트(Proxy Vote)' 및 '프록시엣지(Proxy Edge)'의 시스템 미비에서 비롯된 문제다. 해당 사이트는 외국인 주주에게 주총 안건에 '찬성·반대'만 표할 수 있도록 구현하고 있는데, 표의 분배를 위한 기입란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보유주식 수만큼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집중투표제가 활용되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데도, 외국인 투자자에게 이 같은 의결권 분배여부를 선택할 권리도 제공되지 않아 집중투표제의 뜻이 퇴색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얼라인 측은 이것이 의결권 시스템의 부재에 따른 문제인 만큼, JB금융의 문제는 아니라고 부연했다. 

집중투표제는 다수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 예정 이사의 수만큼 부여된 의결권을 1인에게 집중하거나 수인에게 분배해 행사하고 다득표 순으로 선임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가령 보유주식수 120만주에 선임 예정 이사가 5명일 경우로 가정하면 보유 의결권은 600만주다. 여기서 찬성표를 던지는 후보자 수만큼 600만주를 분배하고, 반대표를 던지는 후보자에게도 동등하게 600만주를 배분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처럼 행사가능한 의결권을 인정해주지 않게 되면 후보자당 120만주를 받는데 그친다. 후보자당 전체 의결권의 20%만 행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얼라인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으로 국내 상장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만큼, 선제적으로 JB금융이 해외주주의 신뢰를 사도록 모범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KT&G가 2023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집중투표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표결 집계방식의 대안을 제시한 바 있는 까닭이다. 법과 무관하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JB금융이 선제적으로 액션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집중투표제의 불완전한 시스템에 기대 표대결에서 이긴다 한들 JB금융지주의 운영방식과 명성에 금이 가면 회사로서도 좋지 않을 것"이라며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만큼 JB금융지주가 더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해외투자자들의 의결권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이사회 추천과 무관하게 1명을 선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얼라인이 JB금융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JB금융 이사회가 이희승 후보를 추천했지만,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이사회 추천 여부는 선임의 결정적 요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주주제안 이사를 1명이라도 임명하는데 성공한다면 금융지주 대상으로는 최초 사례"라며 "소유분산기업 경영진의 임원추천권 독점이라는 철용성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일 열리는 주총에서 주주제안 이사를 2명 이상 선임할 경우 '의미 있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 JB금융 이사회는 9명으로, 김기홍 회장(사내이사)과 성제환 사외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 7명(유관우·이상복·정재식·김우진·박종일·이성엽·김지섭)의 임기가 이달 중 만료된다. JB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젠더 다양성 및 주주 간 형평성을 고려해 이사회 멤버 수를 현행 9명에서 사외이사 2명을 증원해 11명으로 맞추겠다고 공시한 상태다.   

이에 JB금융 이사회는 기존 멤버 7명을 재선임하는 한편, 얼라인이 제안한 이희승 리딩에이스캐피탈 투자본부 이사와 OK저축은행이 추천한 이명상 변호사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하지만 얼라인은 비상임이사를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증원하고, 이 후보 외 4명(이남우·김기석·백준승·김동환)의 후보를 추가 추천해 이사회 물갈이를 요구하고 있다. 

JB금융 이사회는 다수의 이사를 추천하는 것이 이사회의 독립성, 공정성 등을 해칠 수 있다며 주주들에게 반대를 권하고 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