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벨트 중심 '스윙보트' 양자대결 치열…여론조사 들쑥날쑥
'정권 심판' 분위기 속 재개발 열망 강해 승부수는 '샤이 보수'
[미디어펜=최인혁 기자]‘한강 벨트’ 중심인 서울 중구·성동구갑(중성동갑)이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성동갑은 중도층 성향이 짙어 ‘스윙보트’로 알려져 있다. 정치 현안 반응이 민감한 탓에 4·10 총선이 보름이 채 남지 않은 현재까지도 민심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렵다.

중성동갑은 수도권 격전지인 한강 벨트 중심에 위치한 선거구다. 이번 총선 수도권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 선거구로 꼽힌다. 이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에 맞춰 ‘오픈런’ 유세에 나설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민주당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출정시키며 수성에 돌입했다. 전 후보는 윤석열 정권에서 권익위원장 임기를 끝까지 지켜낸 바 있다. 정권의 탄압을 견뎌냈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긴 덕에 정권 심판의 적임자로 지역 내 인지도가 높다. 더불어 민생경제 위기를 해결할 ‘민생’ 전문가를 자처하며 표심을 사로잡는 중이다.

   
▲ 한강 벨트 중심인 서울 중구·성동구갑이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수도권 최대 격전지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왼쪽부터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민의힘은 한강 벨트 탈환을 위해 윤희숙 전 의원을 출격시켰다. 윤 후보는 ‘경제통’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국내 대표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팩트 폭격기’, ‘포퓰리즘 파이터’ 등 다양한 수식어가 있지만, 임대차 3법 반대토론으로 부동산 전세시장의 종말을 예언한 덕에 경제전문가 ‘윤스트라다무스’로 지역에서 큰 호응을 받는다.

‘후보’ 보다 ‘정당’ 선호…정권 심판 민주당 vs 재개발 국민의힘 경쟁 치열  

중성동갑은 스윙보트 지역인 만큼 판세를 예단하기란 매우 어렵다. 여론조사조차 각기 다른 결과를 도출하며 민심을 정확히 읽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언론을 통해 공개된 다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 후보가 우세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는 두 후보가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보이는 등 결과가 들쑥날쑥하다. 이에 여론조사로 표심을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후보와 윤 후보 측도 모두 여론조사 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디어펜과 만난 전 후보 측은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전 후보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여론조사별 편차가 커 신뢰도가 낮다는 것이다.

윤 후보 측도 부정적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이번 총선에서 중성동갑을 ‘탈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 윤 후보가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하며 체감한 민심과 여론조사 결과 간 차이가 크게 느껴지고 있다는 이유다.

미디어펜이 공식 선거운동이 개시된 28일, 중성동갑에서 직접 유권자들을 만나 파악한 민심은 ‘정권 심판’과 ‘재개발’에 대한 열망이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국민의힘을 지지하지만, 이를 드러내지 않는 이른바 ‘샤이 보수’가 존재하는 것으로도 파악돼 선거의 변수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중성동갑 유권자들은 후보보다 정당에 대한 호감도를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전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지역에 특별한 연고가 없기 때문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3월 28일 서울 중성동구갑을 후보 전현희,박성준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전반적 분위기는 전 후보에게 우호적으로 느껴졌다. 중성동갑이 수도권 스윙보트지만, 최근까지 임종석 전 대통령실장에 이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3선을 달성하며 ‘텃밭’ 분위기가 강해진 덕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쏘아 올린 정권 심판론에 공감하는 유권자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게다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날 전 후보 출정식에 참석해 ‘원팀’을 강조함으로써 문-명 갈등이 해소돼 지지층이 결집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어 보였다.

상왕십리역 인근에서 만난 60대 여성 김모 씨는 “개인적으로 임 전 실장을 매우 좋아한다”며 “(공천 과정에서) 갈등이 있어 마음이 쓰였는데, (전 후보와) 민주당과 함께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참 다행”이라며 ‘하나 된 민주당’에 지지를 보냈다.

또 50대 여성 손모 씨는 “지난 2년 동안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장을 보기가 무섭다”며 “이번 선거에서 정권을 심판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며 정권 심판론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월 28일 윤희숙 서울 중성동구갑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반면, 지역 발전과 낙후된 지역을 재개발하기 위해 힘 있는 여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목소리도 상당했다. 특히 윤 후보가 경제 전문가라는 점에서 지역 주민들은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정부는 물론 오세훈 서울시장과 협력할 수 있는 집권 여당 후보라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왕십리역 인근에서 만난 60대 여성 원모 씨는 “낙후된 지역을 발전하려면 집권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힘 있는 후보가 당선돼 오세훈 시장과 함께 재개발에 속도를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50대 남성 이모 씨는 “요즘 경제가 힘드니 경제를 잘 아는 후보에게 관심이 더 간다”면서 “하지만 지역 자체가 민주당에 우호적이라, 여론조사도 잘 응하지 않고 개인적인 생각을 주변에 드러내지도 않는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정권 심판론을 배경으로 수성에 돌입한 전 후보와, 재개발에 대한 열망을 자극하며 탈환을 노리는 윤 후보의 치열한 양자대결 속 ‘샤이보수’의 투표 참여가 중성동갑의 표심을 결정지을 것으로 여겨진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