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1일 대국민담화서 "더 타당하고 합리적 방안 얼마든 논의"
"정부정책 늘 열려있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어" 조정 가능성 시사
의료계 대화창구 통합→통일된 대안 제안→의정 대화 시작→해법 도출 '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50분간 1만 1385자.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의료 현안 관련 대국민담화 '의대 증원,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쏟아낸 말의 분량은 상당했다.

대부분 앞서 국무회의나 의료개혁 관련 회의에서 언급했던 내용과 대동소이했지만, 이날 대국민담화가 달랐던 지점은 하나 있었다.

바로 의료계와 '대화의 여지'를 열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했던 것에서 의료계를 향해 한발자국 나아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며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있는 법"이라며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의료계의 현장 이탈에 대해 "제대로 된 논리와 근거 없이 힘으로 부딪혀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법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합리적 제안과 근거를 가져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대국민담화를 갖고, 2030 엑스포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밝히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그러면서 "정부가 충분히 검토한 정당한 정책을 절차에 맞춰 진행하고 있는데 근거도 없이 힘의 논리로 중단하거나 멈출 수 없다"며 "증원 규모에 대한 구체적 숫자를 제시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의료계는 이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000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 발언을 400자에 걸쳐 언급했는데, 이는 이날 대국민담화 전문에서 4%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100%에 해당하는 새로운 입장이었다. 의료계가 눈여겨 답변해야 할 대목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번 의정 갈등에 있어서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이라고 명시했고, 의대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신임 대한의사협회장의 입장도 언급하면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의료계는 대체적으로 정부의 '의대 증원 철회'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윤 대통령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아달라고 요청한 이상, 의료계가 이에 화답해야 대화의 실마리가 풀릴 전망이다.

더욱이 정부가 요구하는 의료계 대화 창구 또한 미지수이다. 각기 입장을 내놓을뿐 의료계가 통합된 입장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전공의 단체 대한전공의협의회 또한 정부와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또다른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은건, 전공의 처벌에 대해서다. 처벌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제가 대통령으로서, 앞으로 수많은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 또 수많은 국민의 건강을 지켜낼 여러분을 제재하거나 처벌하고 싶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면서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매우 중요한 미래 자산이다, 국민이 여러분에게 거는 기대와 여러분의 공적 책무를 잊지 말아주시기 바란다"며 간곡히 호소하고 나섰다.

아직 '의대 증원 2000명'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윤 대통령의 대화 제의와 복귀 호소에 의료계가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