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부사장교체, 한나라는 문방위 간사교체로 국면전환 노려

3달 전, 前문방위 간사인 한선교 의원이 “제가 처음부터 (말씀) 드리지 않으려 했습니다만, 이것은 틀림없는 발언록, 녹취록입니다. (중략) 이것이 거짓이라면 내가 책임을 지겠습니다”고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했다. 김인규 KBS 사장이 동석한 자리다.

“28일 민주당 사람 총 집결해야한다. 시민사회단체, 언론노조위원장도 밖에서 오고 거기에 몸을 던지고 하지 않으면 안된다. 문방위원으로 깜짝 놀라서... 28일 날은 시민사회단체 또 민주당 총동원령, 언론노조위원장 이런 인사들도 이 공간으로...”라는 내용을 한 의원이 읽어 내려갔다. 이는 23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천정배 의원의 발언이다.

KBS 수신료 인상 녹취록 사건이다. 당시 한나라당 간사였던 한선교 의원이 이 녹취록을 읽으면서, 6월 24일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궁지에 몰아넣었지만, 당일 민주당은 ‘민주당 최고위 도청 사건’으로 한나라당을 궁지에 몰아 넣은 사건이다. 일명 국회 녹취록 파문. 그런데 KBS는 부사장이 교체되고, 한선교 의원은 9월이 넘어서 허원제 의원으로 간사직이 넘겨지면서 덮여지고 있다.

‘도청 사건’에 대해서 ‘국회의 현대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비유하는 이들이 많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이 민주당 워터게이트 건물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가 발각되면서 결국 대통령직을 잃게 된 사건이다. 1973년 6월 17일 새벽이다. 사건의 발단은 작은 실수에서 비롯됐다. 호텔 구석에 붙여진 녹음기가 발견된 것이다. 호텔 경비원은 녹음기를 보고 경찰에 신고했고, 남자 5명이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범인 중 제임스 매커드 수첩에서 닉슨 대통령 측근의 전화번호가 발견됐다.

작은 실수가 한선교 의원의 입에서 불거져 나온 것이다. 전날 민주당은 원내대표합의를 통해서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에 대해 공식 기자회견까지 마친 상태였다. 말을 정치적으로 바꾼 것은 민주당이었다. 문제는 말을 교묘히 바꾸려는 민주당을 ‘도청’ 즉 도둑질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 워터게이트 사건에서는 ‘닉슨’도 없고, 게다가 ‘워싱턴 포스트지’도 없는 듯 하다. 더욱 ‘CBS’와 같은 방송도 없다. 닉슨이 “5명은 절도범에 불과하다. 그들은 백악관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발뺌할 때, 언론은 그들의 거짓을 증명했었다. 김인규 사장은 “도청은 KBS와 상관없다”고 했고, 한선교 의원은 오히려 “민주당에서 알려줬다”고 발뺌했다.

정권의 감시역할을 해야할 KBS가 수신료를 목적으로 정권보다 더한 언론권력으로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도적질’하고, 그렇게 입수한 정보를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에게 넘겨주고, 한선교 간사는 당일 녹취록을 공개하고.... 다들 절도범으로 붙잡힌 ‘워터 게이트 5명’을 연상케 한다.

1974년 이후 미국 언론은 대변혁을 맞이했다고 한다. 정치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감시기능으로서 ‘비판 보도’ 사명이 강화된 것이다. 그런데 KBS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제1당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도청해서 그 녹취록을 한나라당에 건네주고, 김인규 사장은 24일 그날 회의에 참석까지 했다. 한선교 의원도 입수한 녹취록에 대해 김인규 사장이 몰랐다는 것은 ‘사장’이 아니라는 말이거나, ‘거짓’이라는 것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국회 워터게이트 사건이 워터게이트가 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한 것 같다. 도덕성의 부재 그것이다. 국민이 부여한 보이지 않는 사명에 대한 진정성이 국회에도 없고, 언론에도 없고, 경찰에도 그다지 없는 듯 하다. KBS 자체적으로 ‘KBS 도청같다’는 설문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자체적으로 한선교 의원에 대한 엄중한 추궁도 없었고, KBS 김인규 사장으로서 책임있는 발언을 한 적도 없었다.

오히려 한나라당은 지난 6일 “한선교 의원님께 축하드릴 일이 생겼다. KBL총재로 취임을 하면서 더 이상 상임위 간사를 하는 것은 좀 적절치 않다는 판단 하에 오늘 문방위 여당 간사가 허원제 의원으로 교체될 예정이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게다가 한선교 의원이 “아리랑도 뺏겼는데 한글ㆍ김치는 무사할까”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여러 언론사들이 보도자료를 여과없이 보도하기도 했다. 근본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눈가리고 아웅하는 언론·정치·권력의 도덕성 도적질이 혹 아닐까 도덕성을 뺏겼으면서도 알지 못하는 그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