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롯데·한화·코오롱·삼양 등, 3·4세 경영인 전면 배치
안정적인 후계 토양 마련, '젊은 감각' 신사업 촉진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재계 주요 그룹 오너가 3·4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승계 토양 마련에 나선다.

이들은 주로 80년대생으로, 선대 관례에 비해 비교적 빠른 시기에 중책을 맡아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과거와 달리 후계를 이을 자녀가 한 두 명에 불과해 리더십 훼손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2020년대 들어 80년대생 경영인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4월 미국 조지아주 달튼에 위치한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 공장에서 미국 최대 태양광 밸류체인 프로젝트 '솔라허브'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사진 한화솔루션 제공


우선 SK그룹에선 최태원 SK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이 지난해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는 SK그룹 내에서 최연소 기록으로, 입사 6년, 팀장 1년 만에 임원을 달았다. 

마찬가지로 SK가 3세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도 부친 최신원 회장을 대신해 경영을 전두지휘하고 있다.

SK그룹은 후계를 가족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최태원 SK 회장도 최종건 SK 창업회장의 조카다. 따라서 향후 SK그룹 대권을 현재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최태원 회장대에 이르러 SK그룹이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는 점에서 그의 자녀인 최윤정 본부장 등이 향후 그룹 내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도 지난해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신유열 전무는 신동빈 회장의 장남이자 신격호 창업회장의 손자로 3세에 해당한다. 

신 전무는 전무 승진과 함께 처음으로 롯데그룹의 국내 계열사 등기임원에 등재됐다. 신 전무는 미래성장실장을 맡아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사업 관리와 제2 성장 엔진 발굴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신유열 롯데케미칼 전무./사진=연합뉴스

한화그룹도 지난해 8월 김동관 부회장이 취임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이며, 3세 경영체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1983년생인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그룹의 방산·화학·신재생에너지(태양광) 부문 사업을 이끌며 한화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화오션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키며 육·해·공을 모두 아우르는 방산 경쟁력을 구축했다.

코오롱그룹은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 사장을 지주회사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규호 부회장은 4세 경영인에 해당한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 부회장은 1984년생으로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해 코오롱글로벌(건설) 부장,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코오롱 전략기획 담당 상무 등 그룹 내 주요 사업 현장을 순환하며 경험을 쌓았다.

삼양그룹도 얼마전 김윤 회장의 장남 김건호 경영총괄상무를 지주사인 삼양홀딩스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건호 사장의 직책은 전략총괄이며 앞으로 그룹의 성장전략과 재무를 책임지게 된다. 김 사장은 1983년생으로, 2014년 삼양사 입사 후 해외팀장, 글로벌성장팀장, 삼양홀딩스 글로벌성장PU장, 경영총괄사무 및 휴비스 미래전략주관(사장)을 두루 거쳤다.

   
▲ 이규호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코오롱 제공

재계 주요그룹은 이처럼 세대교체를 통해 미래 사업의 새바람을 불어넣고 안정적인 후계 구도를 다진다는 방침이다.

자녀들이 최소 30대 중후반을 넘기면서 조직을 이끌 수 있는 연륜이 쌓였고, 일찌감치 계열사 임원급 이상의 중책을 수행하면서 체계적인 경영 수업이 가능하다.

다만 이들이 조직 내에서 리더십을 쌓는 것은 철저하게 경영 성과에 달렸다. 대부분 해외 유학 경험이 있어 글로벌 감각에 탁월하고, 신사업 의지가 강해 향후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리더십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풀이된다.

지분승계도 관건이다. 주요그룹들은 후계자로 지목된 이들이 경영일선에 나서기는 했지만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대부분 한 자릿수 지분을 보유한 데 그쳐 향후 긴 시간을 두고 다양한 방식으로 지분 상속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 3·4세 젊은 경영인이 여럿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세대교체기 시작됐다"며 "젊은 감각에 더해 글로벌 소양을 습득했기 때문에 미래 중심 사업구조 구축을 담당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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