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시경 기자] 정부의 주거안정강화 대책이 '미친' 전세난과 거리가 먼 데다 재탕에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비난에 봉착했다.

본보가 2일 박합수 KB은행 부동산 팀장과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교수,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 등 부동산 전문가 4인을 대상으로 국토교통부의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강화방안’을 평가한 결과, 발표 시점을 비롯해 실효성이 의문에다 재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 2일 부동산 전문가 4인은 국토교통부의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강화방안’을 평가, 발표 시점을 비롯해 실효성이 의문에다 재탕이라는 지적을 제기했다.

▲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

낡은 단독·다가구주택 소유자에게 연 1.5% 낮은 이자로 리모델링 비용을 최대 2억원까지 빌려주는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주변 시세의 50~80% 선의 임대료를 최장 20년 의무적으로 임대해야 하는 조건에 비해 1.5%의 리모델링 비용 대출 이자는 집주인 입장에서 그리 효과적인 유인책이 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합수 팀장은 “1.5% 이자로 1억을 빌렸다고 가정하면 연간 주택담보대출(3%)보다 약 150만원을 절감하는 셈”이라며 “주변 시세의 50~80% 저렴한 임대료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수수료 7%를 합쳐 계산하면 절감액이 크지 않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재현 팀장은 “임대를 놓는다고 해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수익을 꼭 얻는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차라리 서민용 일반 아파트를 지원하는 편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권대중 교수는 “효과를 좀 더 보기 위해서는 재개발을 시행하려다 취소된 지역을 위주로 선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공공실버주택

국토부가 제시한 ‘공공실버주택’은 영구임대주택 단지의 1개동을 선정한 뒤 저층을 복지시설로 지어 물리치료실·24시간 케어시설 등을 만들고 ‘돌보미’ 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부분 무난한 대책이라는 반응이었다. 박합수 팀장은 “서민 수요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대책”이라며 “정부의 재정뿐 아니라 민간사회기금 등 기부금으로 이뤄진 복지 개념의 공급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 가지씩 우려 사항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장재현 팀장은 “복지동이나 단지 주변에 전문 의료시설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기존의 공공임대아파트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실버타운’을 연상시키는 개념 자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고 운을 뗀 권대중 교수는 “공급을 밀어붙이기 전에 사람들의 인식부터 변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함영진 센터장은 “SK그룹과 LH의 기부금 등으로 진행이 되는데 이후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의 기부금을 기대하기 어려워져 지속성에 있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행복주택 대학생 우선 배정

더불어 국토부는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 모집물량인 3만 가구 중 5000가구를 대학생에게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권대중 교수는 “대학가 인근에 위치한 지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주거 걱정이 큰 대학생들에게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함영진 센터장은 “대학생 맞춤식의 다른 지원 대책 없이 5000가구 우선 배정이라는 식으로 공급부터 늘리는 것이 크게 도움을 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박합수 팀장은 “직장인도 마찬가지지만 대학생은 통학문제가 중요하다”며 “대학생 특화단지로 언급된 지구 중 서울 가좌를 제외한 인천 주안·공주 월송 등은 서울에 비해 대학생 수요가 적은 지역이라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주거안정강화 대책을 총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백화점식 나열”이라고 함영진 센터장은 정리했다.

이어 “종합 대책이라기보다 기존의 대책을 조금 손보거나 답습해 서민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속 시원한 대책으로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평했다.

박합수 팀장 역시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은 이전에 서울시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던 주택계량자금 지원 사업과 유사하다”며 “당시 인기가 없어 오래 지속되지 못했던 사업이다”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