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 금리인하 가능성에 2월 예대금리차 1.22%p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격차)가 25년여만에 최저수준인 1.22%포인트(p)를 기록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 5월 0.44% 이후 최저치다.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예대금리차 감소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5일 금융권 및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예금은행의 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는 1.22%p를 기록해 한 달 전 1.37%p 대비 약 0.15%p 하락했다. 평균 여신(대출)금리가 연 4.85%, 수신(예적금)금리가 연 3.63%였다. 지난해 11월부터 매달 여수신금리가 모두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출금리의 하락세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격차)가 25년여만에 최저수준인 1.22%포인트(p)를 기록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 같은 예대금리차는 IMF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8년 이후 최저치다. 1998년 5월 예금은행의 예대금리차는 0.44%p(여신금리 16.87%, 수신금리 16.43%)에 불과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에는 여신금리가 13.01%, 수신금리가 8.55%로 벌어지면서 금리차가 4.46%p까지 커지기도 했다. 

이후 2013년부터 1%p 대에 형성되던 금리차는 지난 2022년 본격적인 금리인상기를 맞이하면서 다시금 오르기 시작했는데, 같은 해 2월 금리차는 1.81%p까지 벌어졌다. 금리인상에 따른 영끌족 및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원리금 부담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면서, 당국은 은행권의 급격한 대출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은행이 고금리로 과도한 이익을 남겼다며 은행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를 의논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이 있었던 지난해 11월 예대금리차는 1.27%p까지 떨어져 2022년 10월 1.25%p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12월 1.29%p, 올해 1월 1.37%p까지 상승했지만 2월에 0.15%p 하락한 1.22%p로 조정됐다.

예대금리차 감소는 정부 차원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 외에도 '시장금리 하락'이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혼합형 주택담보대출(5년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전환) 금리의 준거금리인 '금융채 5년물 무보증 AAA' 금리는 전날 연 3.785%를 기록했다. 

5년물 금리는 지난해 10월 26일 4.810%를 기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다 12월 13일 4.046%를 기록한 후 꾸준히 3%대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 2월 14일 금리가 3.951%까지 치솟으면서 다시금 반등 조짐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달들어 3.7%대에 안착했다.

이에 은행권의 수익성을 지난해보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약 4조 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2%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은행들이 1분기부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선 만큼, 이익감소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증권업계가 추정하는 4대 시중은행의 배상 규모는 총 1조 4000억~1조 5000억원대다. 은행들은 이번 1분기 실적부터 배상금을 충당부채로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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