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손해보험사의 방카슈랑스 채널 비중이 점점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21년 만에 철수했다.

방카슈랑스 채널의 주요 판매상품은 저축성보험으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 이후 수익성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은행과 보험업계 모두 방카슈랑스 판매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은행들을 대상으로 지난 1월부터 장기보험 신규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전했다. 제휴에 따라 기존 판매된 상품에 대한 관리만 하기로 했다.

   
▲ 사진=삼성화재


방카슈랑스는 보험사가 은행과 판매 제휴를 맺고 은행 창구에서 보험을 판매하면 보험사는 은행에 판매 수수료를 지급하는 판매채널 중 하나로 2003년 8월에 도입됐다.

전체 판매의 70% 이상이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 상품이다. 방카슈랑스 채널에서는 불완전판매 방지와 설계사 보호를 위해 종신보험, 개인보장성 상품, 자동차보험 등은 취급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방카슈랑스에서 철수한 것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은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

IFRS17 체제에서 보험사는 저축성보험을 매출에서 제외해 부채로 간주한다. 보험사의 이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하기 위해선 보장성보험을 파는 게 유리하다. 이에 은행에 수수료를 지불하며 방카슈랑스를 유지할 동기가 사라진 것이다.

삼성화재는 그전부터 수수료 등을 이유로 방카슈랑스 비중을 점점 줄여왔다. 손해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삼성화재의 방카슈랑스 수입보험료는 5904억2100만원으로 전체 수입보험료 22조5026억3500만원의 2.6%였으나 2022년에는 방카슈랑스 수입보험료가 1434억100만원까지 줄면서 전체 수입보험료 24조3314억7400만원의 0.5%까지 줄었다.

앞서 메리츠화재와 흥국화재 등도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발을 뺀 바 있다. 이번 업계 1위 삼성화재의 이탈이 다른 손보사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방카슈랑스를 취급하는 손해보험사의 비중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방카슈랑스 수입보험료는 2018년 6조2993억원에서 2022년 5조3001억원으로 약 15% 감소했다. 판매 비중은 같은 기간 2.3%에서 2.1%로 줄었다.

상품 공급자가 줄어들면서 은행에서는 ‘25% 룰’을 맞추기 어려워진만큼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5% 룰은 개별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이 25%를 넘지 않게끔 하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계열사 밀어주기를 방지하는 취지에서 도입된 규제다.

카드사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카드슈랑스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올해부터 카드슈랑스 룰을 25%에서 50% 수준으로 완화하기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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