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심리 지나친 집착 안돼…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 성시완 범죄심리학자·범죄학 박사
인디애나 대학의 범죄학 교수인 헤럴드 페핀스키 교수가 쓴 「범죄에 관한 10가지 신화」라는 저서가 있다. 그는 공식통계처럼 과연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지, 가난한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가설이 정확한 것인지, 화이트칼라 범죄는 폭력적이지 않다는 통념은 타당한지 등 범죄와 관련된 여러 그릇된 신화(myths)를 지적하고 있다. 범죄에 대한 일종의 ‘만연한 오해’를 바로잡겠다는 의도가 흥미로운 범죄전문 서적이다.

최근 중학생이 교실에서 부탄가스를 폭발시켜 방화를 시도한 사건이 발생하여 우리 모두를 충격에 빠지게 하였다. 팩트는, 9월 1일 오후 1시 50분경 이모(15세)군이 양천구의 A중학교 교실에 들어가 부탄가스통 2개에 불을 붙여 폭발시켰다는 것. 죄명은 현주건조물방화죄와 폭발성물건파열죄. 다행히 당시 학급 학생들은 체육시간으로 운동장에 모여 있었기에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군은 서초구의 B중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으로 사건발생 얼마전 A중학교에서 전학을 온 터였다. B중학교에서도 화장실에서 방화를 시도하다 교사들의 제지에 미수에 그친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화장실 방화 사건을 계기로 정신병원을 찾은 이군에게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는 진단이 내려졌고 당장 입원치료가 이뤄졌다. 부탄가스라는 범행도구가 주는 끔찍성, 학교 사회에 던져 준 공포감, 그리고 사회적 여론을 고려하여 결국 영장이 청구되었다.

이 사건을 흥미롭게 생각하는 전문가와 누리꾼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세 가지가 있다. 신화(myths)에 갇혀 사건을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한다면 전문가라 할 수 없다. 과학적이고도 규범적인 판단만이 범죄를 저지른 학생과 그 사회를 합리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 서울 양천구 A중학교 학생이 이모 군이 교실에서 부탄가스를 폭발시켜 방화를 시도한 사건이 발생하여 우리 모두를 충격에 빠지게 하고 있다./사진=jtbc 캡처
먼저, 첫 번째 신화. 범죄심리를 따질 일인가.

아래와 같은 전문가들의 심리학적 평가가 있다. “평소 위축되고 친구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순간적으로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판단하지 못하고 단순히 ‘결과물’로만 판단,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에 몰두한 것으로 보인다”, “이군은 이번 범행을 하나의 ‘놀이 프로젝트’로 생각했을 수 있다. 마치 일정한 놀거리에 몰입하다 테러를 저지르면 타인의 관심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즐거움을 얻기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 “반사회적 잠재욕구에 기반한 과시욕의 표출” 등등. 저널리즘에 동원된 심리학적 평가는 이와 같았다.

범죄는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 끝에 배출된, 결국에는 다차원적일 수밖에 없는 하나의 해악적 부산물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이군의 경우 심리적 평가만으로 그 범죄를 설명하기 어려운 사정이 많다. 이른바 조승희 사건을 모방하여 학교 사회 방화범죄를 시도했다는 ‘영웅주의’적 접근 또한 피상적 원인분석에 불과하다. 학교사회에 적응하지 못하여 그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으로 소영웅주의적 방화범죄를 저질렀다는 평가가 과히 전문가적 설명이라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군 사건은 병적인 기질에서 발현된 것일 가능성이 많고 개인의 심리적 원인 내지 환경적인 요소를 콕 집어서 설명할 수 없는 무동기의, 무원인의 범죄일 수 있다.

우리는 범죄에는 원인이 있고, 반드시 어떤 동기가 있어야 한다는 신화에 사로잡혀 있다. 물론 수사를 하고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심리적 동기요인을 집중적으로 캐묻는 관행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것은 또 판사의 양형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어서 이군 사건과 같은 경우 저널리즘과 일부 전문가들이 만들어 내는 신화에 의해 한 인간의 심리가 재탄생하고 그에 따라 양형이 좌우되는 어처구니가 납신다.

이렇게 말만 많은 사건에 대해 필자는 오히려 형법적 규범력의 잣대로만 드라이하게 처리하는 편이 차라리 공정하다고 보는 편이다. 15세의 아이에게 무슨 일정한 동기나 심리상태가 있었을까. 정신병적 질환이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며, 나머지는 법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신화는 도움될 게 하나도 없다.

두 번째 신화. 형사처벌로 해결될 일인가.

만 14세를 넘긴 중학생이라 형사처벌이 어렵진 않다. 범죄수단과 죄질이 좋지 않다는 점이 인신구속과 형사처벌로 가는 지름길임에는 틀림없다. 이군의 경우 형사처벌은 가능하나 만 19세 미만의 자로써 소년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 법의 목적은 이렇게 명기하고 있다. 제1조. “이 법은 반사회성(反社會性)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矯正)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궁극적인 목적이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게 하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형사처벌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것 또한 목적은 소년의 미래를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만14세를 갓 넘긴 아이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다소 지나치다. 수사당국의 이러한 조치가, 세상이 모두들 호들갑 떨고 있는데 자칫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가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십상이라는 점에서 이해 안가는 바 아니다. 수사선상에 오르지는 않았으나 방화시도의 전력이 있었다거나 아이의 입에서 조승희 사건 운운이 있었다니 ‘재범의 우려’라는 심각한 고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방화로 인한 현실적 인명피해가 없는 사안이다. 그에 비해 우리 사회는 ‘모방범죄’, ‘영웅주의’, ‘연쇄방화’ 등과 같은 집단적 범죄신화(myths)에 빠져 그 아이에게 수갑을 채우고 감옥을 보내고도 어떤 연민의 정을 보일 배려가 없다. 신화의 마력은 그런 것이다. 가혹한 형사처벌은 신화로 시작되지만 아이의 미래는 끔찍하리만치 불투명하다. 조금만 더 차분하자.

   
▲ 신화에 사로잡혀 청소년 범죄에 접근하면 안된다. 아이들에게는 소년법이 있다. 아이들에게 어떤 동기나 심리를 따져 죄를 묻는 신화는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는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법의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사진=MBC 캡처
세 번째 신화. 학교는 무죄인가.

이군은 한번의 전학을 거쳐 대안학교로 가기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제도권 학교에서 소위 ‘포기’한 학생이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 당국이 가장 선호하는 징계가 ‘강제전학’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논란거리나 불안요소를 자기 학교 안에 두고 싶지 않다는 인간 말초신경적 감정 그 자체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이군은 이렇게 학교로부터 버려진 아이였을 가능성이 높다. 병든 아이가 학교로부터 떠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 이후 발생한 방화. 동기나 원인을 굳이 따져야 하는 범죄인지 다시 묻게 된다.

이군에 대한 공세적 저널리즘으로 학교는 온전히 무죄인 것처럼 대중의 시선을 벗어나고 있다. 학교가 병원은 아니니 아이의 병까지를 치료할 수는 없었다 해도 사태의 심각성이 이러했다면 방화범행의 재발가능성을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 최소한의 법적인 조치가 있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쉬쉬하고 덮어 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소년법 제4조 제3호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성격이나 환경에 비추어 앞으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인 소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할 수 있고, 이러한 소년을 발견한 학교장은 소년법원에 통고하여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의 도움을 받은 후 학교밖 또 다른 제도권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소위 우범소년 통고제도. 이군의 경우 첫 번째 방화시도가 있은 후 학교장이 소년법에 따라 소년법원 통고를 했었다면 아마도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위 조항대로 우범소년을 소년법원에 통고하는 학교장은 전무하다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범죄심리라든지 엄벌주의 같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는 것 없는 신화에 사로잡혀 청소년 범죄를 접근하면 안된다.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처리하도록 지켜보는 것이 합리적 해결책. 다시 시간을 되돌려 한 가지 해결방법이 있었다면 학교에서 아이를 소년법원으로 통고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소년법이 있다. 일단 그 룰에 따르자. 아이들에게 어떤 동기나 심리를 따져 죄를 묻는 신화는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는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시 법의 원칙으로 돌아가자. 신화는 없다. /성시완 범죄심리학자·범죄학 박사·죄와벌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