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 벨호가 필리핀에 2연승을 거뒀다. 여자 A매치 역대 최단시간 골 진기록도 나왔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대표팀(FIFA랭킹 20위)은 8일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필리핀(39위)과 친선경기 2차전에서 2-1로 이겼다. 경기 시작 후 단 27초 만에 추효주(인천현대제철)가 선제골을 터뜨렸고 최유리(버밍엄시티)가 전반 33분 추가골을 넣어 승리를 합작했다.

추효주의 '27초 골'은 한국 여자축구 A매치 역대 최단시간 골이다. 종전 기록은 성현아가 2003년 아시안컵 조별리그 홍콩전에서 기록한 38초였다.

   
▲ 추효주가 경기 시작 27초 만에 골을 넣은 후 도움을 준 최유리를 비롯해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지난 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1차전에서 한국은 최유리, 지소연, 장슬기의 연속골로 3-0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한국은 이번 필리핀과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면서 역대 상대 전적 6전 전승의 압도적 우위를 이어갔다.

벨호는 오는 6월 미국과 원정 2연전을 앞두고 다시 소집된다. 여자대표팀은 2024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해 올해 큰 대회가 없지만 2026 아시안컵과 2027 월드컵을 바라보고 팀을 재정비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포르투갈에서 체코(2-1 승), 포르투갈(1-5 패)과 친선경기를 치러 1승 1패를 기록했고, 이번에 필리핀과 올해 첫 국내 친선경기를 통해 점진적인 세대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벨 감독은 1차전과 마찬가지로 스리백을 구사했으나 멤버 구성을 달리 해 2차전에 나섰다. 1차전과 비교하면 6명이 달라진 라인업이었다.

최전방에는 최유리와 이금민(브라이튼)이 포진했다. 그 바로 아래 지소연(시애틀레인)이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다. 중원은 추효주, 장슬기(경주한수원), 전은하, 강채림(이상 수원FC)으로 구성됐다. 스리백은 이영주(마드리드CFF), 고유나(화천KSPO), 김혜리(인천현대제철)로 구성하고  골문은 김정미(인천현대제철) 대신 최예슬(경주한수원)이 지켰다.

한국은 킥오프 직후 필리핀 수비진이 채 정비도 하기 전에 처음 시도한 공격에서 선제골을 뽑아냈다. 최유리가 오른쪽 측면에서 내준 땅볼 크로스를 강채림이 다리 사이로 흘리자 반대편에서 쇄도하던 추효주가 오른발로 차 넣었다. 

리드를 잡은 한국은 파상공세를 펼쳤다. 선제골을 도왔던 최유리는 전반 8분 골 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오른발 슛을 쐈으나 골대를 살짝 비켜나갔다. 전반 중반에는 강채림의 헤더, 장슬기의 터닝슛, 이금민의 중거리슛이 이어졌으나 골대를 외면하거나 골키퍼에게 잡혔다. 

힌국은 필리핀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골키퍼 최예슬의 선방으로 실점하지 않았다.

   
▲ 최유리가 골을 넣은 후 특유의 하트 화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의 추가골은 전반 33분 터져나왔다.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던 최유리가 이번에는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최유리는 강채림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가까운 골 포스트로 쇄도하며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골네트를 흔들었다. 1차전 골에 이어 A매치 두 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최유리는 특유의 '하트 화살' 세리머니를 다시 선보였다. 

전반을 2-0으로 앞서며 마친 한국은 후반 들어서도 계속 필리핀 골문을 위협했으나 좀처럼 달아나는 골은 나오지 않았다. 후반 5분 최유리가 이금민의 크로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한 볼이 크로스바를 맞는 아쉬운 장면도 나왔다. 후반 18분 코너킥 상황에서는 문전 혼전 중 한국이 수 차례 슛을 했으나 필리핀 골키퍼 올리비아 맥다니엘이 잇따라 놀라운 선방을 하며 모두 막아냈다. 

한국이 달아나지 못하자 필리핀이 추격골을 넣었다. 후반 29분 프리킥 찬스에서 안젤라 비어드가 만회골을 성공시켰다.

한 골 차로 좁혀지자 벨 감독은 공격수 문미라(수원FC)와 케이시 유진 페어(엔젤시티)를 투입해 공세를 끌어올렸다. 한국의 맹공이 펼쳐졌으나 더 이상 골로 결실을 맺지 못하고 그대로 2-1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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