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지역 중소·벤처 돕는 '성장 사다리'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지난 2005년 충청북도에서 설립된 KPT는 의약품의 제조기술을 응용해 화장품 원료를 생산하는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구슬모양의 캡슐, ‘환(丸)’에 액체상태 화장품을 넣은 형태의 ‘에멀전 펄’이라는 원료 제형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유럽 화장품원료박람회 ‘IN COSMETICS 2014’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우수한 원천기술을 자랑한다.

회사는 중소·벤처기업으로서 이 기술을 응용한 상품 개발과 판로 확보에 힘을 쏟았으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은 지난 2월초 LG그룹이 전담기업으로 참여하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출범하면서부터 풀리기 시작했다.

   
▲ 강남에 위치한 한 더페이스샵 매장에서 KPT와 LG생활건강이 공동개발해 출시한 '백삼 콜라겐 진주환'을 고객들이 체험해보고 있다. / LG그룹 제공

국내외 K-뷰티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LG생활건강이 KPT의 원천기술인 ‘에멀전 펄’을 기반으로 한 상품기획, 연구개발, 마케팅, 판매를 함께 진행키로 한 것이다.

먼저 LG생활건강은 KPT에 화장품 마케팅의 핵심인 ‘감성적 어필’의 마케팅 아이디어 개발에 착수했다. 기존엔 피부타입에 따른 권장 사용량을 그램(g) 단위로 표기했다면, ‘에멀전 펄’은 ‘한 알, 두 알’씩 보다 쉽고 편리하게 조절해 사용할 수 있음에 기반을 뒀다.

이에 더해 KPT가 만드는 크기의 ‘에멀전 펄’은 4mm로 시각적 측면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조금 더 큰 크기인 7~10mm 크기의 ‘에멀전 펄’을 만들도록 제안해 개발했다. 특히 LG생활건강과 KPT는 이 ‘에멜전 펄’에 들어갈 수 있는 기능성 로션과 크림을 공동 개발했다.

LG생활건강과 KPT는 약 4개월간 공동연구 개발을 거쳐 크기를 키우면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제조기술을 적용한 국내 최초 ‘환’ 형태의 화장품인 ‘백삼 콜라겐 진주환’으로 출시했다.

이 제품은 자연에서 얻은 진주 성분을 농축 함유한 주름 개선과 미백 효과가 탁월한 기능성 로션으로 진주 성분을 가장 신선하고 밀도 높게 바를 수 있는 환 형태로 농축 함유하고 있다.

진주 성분을 한 알씩 그대로 크림 안에 담아 고급스러운 사용감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 제품은 지난달 15일부터 전국 1200여개 더페이스샵 매장을 통해 판매중이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며 “하루 평균 200~300개, 월 평균 약 7000여개의 높은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KPT는 이달 중순 LG생활건강과 2번째 협력 성과물인 ‘녹용 콜라겐 자생환’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후 중국 등 해외에 진출한 더페이스샵 매장을 통해 해당 제품의 해외진출도 추진할 예정이다.

충북 청원에 소재한 광학, 산업용 내외장 보호필름을 개발·생산하는 세일하이텍도 LG의 도움을 톡톡히 봤다.

한국형 ‘3M’을 추구하는 이 회사는 국내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나, 신기술 개발의 어려움으로 인해 최근 3년간 매출이 정체돼 이를 극복할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LG그룹이 전담 운영하는 충북혁신센터의 특허 개방 정책에 따라 LG화학이 점착제 조성물 및 충전용 스웰링 테이프에 관한 특허 실시권을 무상 제공하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LG화학의 스웰링 테이프 관련 특허와 세일하이텍의 필름 제조기술을 융합해 기존 제품보다 성능이 더욱 향상된 2차전지 적용소재인 ‘스웰링 테이프’(Swelling, 팽창)를 생산하는 제조 공정 특허를 신규 출원하는데 성공했고, 현재 미국과 중국 등에 해외 특허 출원을 추진 중이다.

   
▲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위치한 세일하이텍 직원들이 LG화학 2차전지에 적용될 세계 최초 습식 제조 방식의 '스웰링 테이프' 첫 생산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LG그룹 제공

스웰링 테이프는 원통형 2차전지를 전극 조립체로 감싸서 외부충격으로부터 진동을 최소화하는 핵심소재다. 이미 스웰링 테이프 기술을 적용한 전동 공구용 2차 전지를 출시한 LG화학은 다른 2차 전지 제품과 노트북, 휴대폰 등 전자제품의 보호필름 등으로 다양하게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의 지원으로 생산 수율도 크게 향상됐다. 7명의 생산기술원 엔지니어가 투입돼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 매달린 결과 73%에 불과했던 필름 제조(필름 제막공정, 접착 코팅공정, 이형 박리공정, 백코팅 공정) 수율이 90%까지 상승했으며, 앞으로 98%까지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대기업이 개방한 기술 특허와 중소기업의 생산 기술이 결합된 상생협력의 결과로 LG화학은 2차전지의 성능을 더욱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세일하이텍은 이를 통해 추가 신규 매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박광민 세일하이텍 대표는 “우리의 생산방식에 LG의 특허를 더해 새로운사업에 진출하고 생산성도 혁신할 수 있었다”며 “신사업 진출로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처럼 LG그룹이 전담하는 충북혁신센터는 뷰티·바이오·에너지 등 충북지역의 특화된 산업 분야에서 LG의 기술과 노하우를 결합해 유망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데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충북은 창조경제의 전략 육성 사업 분야 중에서 뷰티/바이오/에너지에 특화된 산업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에 충북혁신센터는 이곳의 산업적, 지리적 특성을 적극 활용해 LG생활건강, LG생명과학, LG화학, LG하우시스 등 관련 산업분야 LG 계열사의 기술과 사업 노하우를 결합한 시너지로 충북을 K-뷰티와 K-바이오, 제로에너지의 메카로 거듭나게 하고 있다.

또한 충북혁신센터는 충북지역 특화산업과 연관된 중소·벤처기업 발굴·육성을 위해 투자와 융자 목적의 총 1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투자 목적인 창조경제 바이오펀드, 창조경제 혁신펀드에 각각 100억원, 300억원을 조성해 현재 펀드 적용 대상기업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