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심 공동화 대처, 유권자 관심 집중…베드타운 전락, 어떻게 극복할까
여야 주고받아온 '특정 텃밭' 아니라 초접전 양상…"커다란 변화 필요"
대전동구 주민들 "교육과 일자리 다 잡아야…민심 만만치 않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깝깝하다. 이 동네 산지 50년 넘었지만 정치인들이라고 하는게 지역 주민들에게 짜웅(아부)한 것 밖에 없다."

"대전 동구는 구도심이지만 일종의 베드타운이다. 여기 살긴 하지만 다 다른 곳에 가서 일하고 돌아와 잠만 자는 곳으로 되고 있다. 뭔가 커다란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8일 본보가 오후 내내 대전광역시 7개 선거구 중 여야 간 가장 치열한 접전지로 꼽히는 '대전 동구' 유권자들의 민심을 곳곳에서 들은 결과는 하나로 모였다.

바로 도심 재개발과 재생으로 인한 '경제적 부흥'이다. 대전 동구는 중구와 함께 대전의 역사를 함께한 두 자치구 중 한 곳이다. 구도심답게 대전역-대전복합터미널-한국철도공사 및 국가철도공단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경제적 지표가 악화일로라는 것이다. 대전시 인구비례 상 가장 낮은 GDP를 기록하고 있다. 동구에서 맡던 중심지 기능이 지난 1990년대부터 서구 신시가지로 옮겨가면서 도심 공동화가 일어나고 있다.

경제적 부흥이 지역 최대 현안으로, 이는 정당을 가리지 않은 대전동구 유권자들의 일관된 선택이었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대전 동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후보(1번)과 국민의힘 윤창현 후보(2번)이 각각 유세하는 모습이다. /사진=(좌)장철민 캠프 제공, (우)윤창현 캠프 제공


실제로 지난 2000년 총선 선거구가 신설된 후 자유민주연합-열린우리당-자유선진당-새누리당(재선)-더불어민주당(현 장철민 의원)에 이르기까지 한 당이 독식하지 못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맞붙은 후보는 현 지역구 의원인 민주당 장철민 후보와 국민의힘 윤창현 후보다. 둘 다 서울대 출신 21대 현직 의원으로 초선끼리 맞뭍게 됐다.

수성하는 입장인 장철민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대전 유일 40대 재선 국회의원에 도전하고 있다. 홍영표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민주당에서 경력을 다져왔다.

국민의힘 윤창현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의 경제공약을 총괄한, 국내에 손꼽히는 금융경제 전문가다. 서울시립대 교수로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번 총선에서 어떤 후보가 좋을지에 대해 본보가 대전동구 유권자 20여명을 취재해본 결과, 매서웠고 구체적이었다.

   
▲ 국민의힘 윤창현 후보가 지역 유권자들을 만나 어르신 말씀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윤창현 캠프 제공


50대 후반 자영업자이면서 대전 동구에 거주한다는 한 여성 유권자는 본보의 취재에 "지난 4년간 민주당 현직 의원이 대전 동구를 위해 무엇을 바꿨고 새로 들어온게 있는지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며 "세금을 낮추길 했나, 지역 주민들이 잘 사는데 보탬이 된게 있나 돌이켜 보면 실정이 많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녀는 이어서 "민심이 어디에 있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민심은 뜬구름 잡는 말이다. 지난 4년간 국회의원이 이 동구 지역을 위해 무엇을 이루었냐, 그것으로 인해 주민들 삶이 나아진게 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30대 후반 여성으로 동구에서 두 아이의 엄마라는 한 유권자는 본보 취재에 "멀리 출퇴근 다니는 남편과 열심히 살아가고는 있지만 물가 등 어려운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누가 되든 애 키우기 좋은 동구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교육과 일자리를 다 잡아주길 원하면 지나친 욕심인가"라고 물었다.

또한 "대통령도 그렇고 대전시장도 그런데,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만 따로인게 영 그렇다"며 "대전 동구 민심이 만만치 않다는걸 이번에 정치인들이 좀 알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후보가 지역 유권자들을 만나 엄지를 추켜세우고 있다. /사진=장철민 캠프 제공

20대 초반 남성으로 동구에서 대학교를 다니며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할 것이라는 청년 유권자는 본보 취재에 "첫 투표라 기대되고 신기하다"며 "이 곳이 젊은 대학생들이 공부하기에 좋지만 인턴쉽 등 어린 학생들이 가질만한 일자리 경력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이 곳에 산지 이제 3년 다 되어가지만 좀 더 변화가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며 "동구라는 특정 지역이라기 보다는 대전시 전체의 발전을 위해 더 좋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0대 중반으로 은행에서 은퇴해 살고 있다는 한 남성 유권자는 본보 취재에 "이제 일부 지역에 아파트 대단지가 들어서고 있지만, 중요한 건 부동산 관련 규제와 세금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어느 후보가 이를 잘 해결할지, 어떤 정당이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왔는지만 보면 정답은 정해져 있다"고 밝혔다.

내일 하루되면 22대 국회의원 선거의 막이 열린다. 대전 동구 국회의원은 누가 거머쥘지, 접전 끝의 승자는 누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