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동력 자체 약화 전망…중기적 방향성은 유지
노동개혁 추진동력 상실 우려, 상속세‧법인세 등 숙제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조우현 기자]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총선 이후 입법을 전제로 추진하던 ‘밸류업 정책’과 더불어 기업들이 바라던 ‘규제 완화’와 ‘노동 개혁’ 등 대부분의 정책들의 전면 수정과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금융정책을 비롯해 ‘규제 완화’, ‘노동 개혁’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본회의장 전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정부 밸류업 정책 추진동력 상실...금투세도 불투명

11일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총선 후 입법을 전제로 추진하던 정책에 대해서는 수정·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향후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야권을 설득할 수 있는 교집합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 자사주 소각 시 이를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를 줄여주거나 기업의 전기 대비 배당 증가분에 대해 세액을 공제하는 등의 세제 지원에 대한 기대감 약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단기에는 정부 정책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승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 주식시장의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양당 간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미 지난 3월 말 이후 정책 모멘텀 약화 가능성이 주가에 선반영된 상황인 만큼 추가로 관련주의 변동성이 나타난다면, 오히려 이는 매수 기회로 판단된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박소연 신영투자증권 연구원은 “총선 패배로 인적 쇄신 필요성이 제기되면, 그간 밸류업 정책을 이끌었던 금융당국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밸류업 프로그램의 중기 방향성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감면 등 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에 추진 동력은 일단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박 연구원은 “다만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도 기본적으로 상법 개정과 물적 분할 금지 등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입법과 규제를 옹호하고 있다는 점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5월 이후 밸류업 정책은 예정대로 이어지겠지만 주가를 부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밸류업 정책의 모멘텀 상실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밸류에이션이 받쳐주는 자동차, 배당 수익률이 높은 은행주는 기댈 구석은 있어 조정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이 선거에서 크게 승리했고 금투세 폐지는 부자 감세가 될 수 있다는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다”면서 “이제부터는 밸류업 정책보다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여부가 더 많이 논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노동개혁 등 재계‧산업계 과제 풀이 난항

민주당이 22대 총선에서 압승함에 따라 이번 정부가 추진했던 노동개혁 추진 동력이 상실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노‧사‧정은 지난 2월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정년연장 등을 경사노위에서 논의하기로 한 바 있었다. 또한 이번 정부가 추진하고 있던 상속세 완화, 법인세 감면 등 재계의 오래된 숙제도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주 52시간제’를 특정 업종에 대해선 유연하게 적용하고자 하는 근로시간 제도개편 △60세로 정해진 법정정년의 ‘계속고용’ 또는 65세로 연장 또는 폐지 등의 과제를 앞두고 있었다. 야권 일색의 국회가 꾸려지면서 입법 과정에서 첨예한 논쟁이 예상된다. 

특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의 재추진 가능성이 커졌고, 정부가 재추진하려던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 정책도 힘이 빠지게 됐다. 또 내년에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일부 업종에 대해서라도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노동계와 야당의 반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한국 증시가 저평가 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의 법인세를 감면하고,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세제 정책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정부의 감세 기조는 야권의 ‘부자 감세’와 ‘세수 부족’이라는 프레임에 막혀 번번이 구호에 그쳐야 했다. 재계에서는 총선 이후의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였지만, 제22대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입법은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법인세의 경우 기업들의 투자 유인을 저해하고, 재정 수입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는 게 재계의 목소리다. 실제로 우리 법인세 부담률은 한국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3번째로 매우 높은 수준이고, 주요 선진국(G7)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최근 OECD가 집계한 한국의 명목 법인세율은 26.5%로 전 세계 141개국 중 44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다 세율이 높은 나라는 대체로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로, 법인세만 놓고 보면 한국의 경쟁력이 높지 않음을 입증한다.

최근 논란이 된 상속세 문제 역시 제자리걸음이 예상된다.  

현행법상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인데다, 최대주주 지분을 상속·증여할 때는 평가액의 20%를 할증해 과세한다. 기업을 물려받기 위해서는 60%라는 상속세율을 지급해야 한다. 

반면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상속세를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OECD 38개 회원국 중 15개국이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고, 상속세를 부과하는 23개국의 경우에도 직계비속에게는 세율을 경감하거나 면제해주는 국가가 대부분이다.

이에 경제계는 22대 국회가 기업의 혁신 활동이나 투자를 저해할 수 있는 입법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인세·상속세 완화를 포함한 세제 개선과 규제 혁신 등에 22대 국회가 적극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총선 논평을 통해 “22대 국회는 우리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초당적인 노력을 기울여주고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제 개혁 등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해 힘써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대한상공회의소는 “22대 국회는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기업의 혁신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를 개선하고, 국가적 난제에 대해 민관이 힘을 모을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21대 국회에서는 친노동 입법이 대다수를 이뤘던 반면 규제개혁과 기업 활동에 대한 지원이 매우 부족했다”면서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해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도록 과감한 법인·상속세제 개선, 투자 세제 지원 확대,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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