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2030년까지 연 평균 27% 성장 예상…배터리 성장세 능가
LFP용 ESS 등 다양한 제품 개발…중국에 뺏긴 주도권 되찾아야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우리나라 배터리 3사가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케즘'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도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재탈환한다는 전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보다 성장 속도가 더욱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까지 연 평균 2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시장이 2021년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다 차츰 낮아져 올해 20% 내외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 달리 성장세가 꾸준하다는 평가다.

   
▲ 삼성SDI가 전시한 에너지저장장치(ESS) SBB(Samsung Battery Box) 모습.사진=삼성SDI 제공


이에 미국·유럽은 ESS 보급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ESS 보급 확산을 강화한다. 미국 정부는 현재 태양열 재생에너지와 연계된 ESS 배터리에 대해서 26%의 세금을 공제, 신축 주택에는 가정용 ESS 설치 권고와 100%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 정책 영향으로 가정용 ESS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현재 7개 주정부에서 ESS 보급 목표를 의무화했다.

유럽 또한 탄소 배출 감소 정책이 더해지면서 ESS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현재 유럽 시장 60% 이상을 영국과 독일이 차지하고 있는데, 높은 전기료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ESS 분야는 기존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린 상태다. 중국 업체들은 값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ESS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배터리 3사는 ESS 분야 강화 움직임이 뚜렷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개최된 코리아 스마트그리드 엑스포에서 전력망용 LFP(리튬 인산 철) ESS, 주택용 ESS 등의 제품을 선보였다.

또한 화재에 강한 'JF1 DC 링크' 제품은 공장 출하 단계에서 이미 조립이 완료된 상태로 인도되는 제품으로, 설치가 편리하고 폭발 방지 솔루션을 적용해 안정성을 높였다.

주택용 ESS 제품인 'enblock S'도 있다. 해당 제품은 한낮에 태양열을 저장한 후 필요할 때 전력으로 활용한다. 전기요금이 비싼 시간에 사용할 경우 요금 부담을 덜 수 있는게 특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ESS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총 3조 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17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장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는 '삼성 배터리 박스(SBB)'를 개발하고 ESS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컨테이너 박스 형태의 제품으로 내부에 배터리 셀과 모듈, 랙 등이 설치돼 사용 편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니켈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 삼성SDI의 최신 소재 기술을 총망라했으며, 스파크가 튀면 해당 부위에 소화액이 분사되는 '직분사 시스템'을 탑재해 안전성을 한층 강화했다.

삼성SDI는 이밖에 전력망용 NCA(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ESS, UPS(무정전전원장치)용 배터리 라인업도 갖추고 있다.

SK온도 LFP용 ESS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 시장에 공개할 만한 제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LFP배터리 제조 기술을 보유한 만큼 조만간 ESS 제품 출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SS 시장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분야다. 중국의 기술력이 떨어졌을 때는 LG에너지솔루션이 흐름을 주도했지만 최근 LFP배터리 기술력을 끌어올리면서 시장을 빠르게 재편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이 중국과 직접 경쟁보다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적용을 받는 북미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 업체들이 LFP배터리로 단가를 낮추더라도 중국산 ESS와 가격 경쟁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산 유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북미 시장에서 현지 생산 방식을 통해 판매량을 높이고, 꾸준한 품질 향상으로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린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성장 속도가 둔화하면서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는 ESS 분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려면 가격과 성능의 접점을 적절하게 적용한 제품들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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