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 현상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특히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PF대출은 건설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보고 대출해 주는 것을 말한다. 건설사가 금융권 대출로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올린 뒤 분양 수익을 내는 구조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수익을 내기 쉽지만 지금처럼 고금리에 자산가격 하락이 동반돼 미분양이 확대될 경우 금융사까지 대규모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부동산 시행사들이 사업 초기에 사용하는 비용(토지 매입, 인허가 등)을 융통하는 고금리 단기 차입금인 브릿지론은 현재 자금 회수가 되지 못해 만기연장이 지속되고 있다.

   
▲ 사진=미디어펜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2금융권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캐피탈은 3조5000억원에서 6조1000억원의 손실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신평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캐피탈사들의 지난해 9월 말 합산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저(노출액)는 총 28조6000억원이다. 본PF 16조5000억원, 브릿지론 12조원 규모로 구성됐다.

한신평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위해 3가지 상황을 가정했다. 1안은 현 상황이 지속되면서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부동산 경기 연착륙 상황, 2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급격한 저하에 직면했던 수준과 같은 경착륙 상황, 3안은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던 외환위기 당시의 부도율을 본PF 부도율에 적용한 극단적인 상황이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예상 손실 규모는 1안의 경우 3조5000억원, 2안은 4조6000억원, 3안은 6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각각 캐피탈업권 전체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 대비 13.4%, 17.3%, 23.2%에 해당하는 규모다.

캐피탈사들의 실제 충당금 적립 수준은 스트레스 테스트로 도출된 잠재손실 규모에 크게 못 미쳤다. 잠정손실 대비 충당금 적립 수준은 1안의 경우 39%였으나 2안은 30%, 3안은 22%로 모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저축은행업권의 부동산 관련 건전성 리스크도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 업권 전체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예상손실 규모가 최대 4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나신평 커버리지 16개 저축은행의 부동산PF 익스포저 규모는 지난해 말 7조7000억원이다. 부동산PF 익스포저 충당금 적립률은 7.1% 수준이다. 

시나리오 테스트에 따르면 16개 저축은행 부동산 PF 익스포저의 약 9000억~1조6000억원이 부실화되며, 이는 전체 익스포저의 11.4~20.8%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저축은행 업권 전체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예상손실 규모는 2조6000억~4조8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시나리오 테스트 결과 나이스 커버리지 저축은행이 추가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 규모는 약 3000억~1조원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업권에서 추가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 규모는 약 1조~3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금융권 전반적으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은 이달 말 PF 사업장 옥석가리기 기준이 될 '사업성 평가 기준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부동산 PF 구조조정 현황에 대해 "채산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이나 브리지론은 주인이 바뀌는 게 적정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본 PF 또는 사업성을 회복할 수 있는 사업장에 대해 노력해주는 금융사에 한시적인 인센티브를 주거나 자금 공급을 전제로 한 구조조정을 병행하는 투트랙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달부터 부동산 PF 부실채권을 효율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표준규정에 경·공매 활성화 방안을 반영해 시행 중이다. 이를 통해 부실자산을 조속히 정리하고, 건전성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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