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정례회의서 조치안 의결…고객 1547명 계좌 임의 개설 혐의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무더기로 임의 개설했던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DGB대구은행에 금융당국이 업무 일부정지 및 과태료 부과, 직원 신분 제재 등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7일 열린 제7차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대구은행과 소속 직원 177명을 제재하는 내용의 조치안을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대구은행과 연루된 직원에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업무 정지 3월 △과태료 20억원 △직원 177명 대상 신분 제재(감봉 3월·견책·주의) 부과 등의 조치를 최종 의결했다. 

   
▲ 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무더기로 임의 개설했던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DGB대구은행에 금융당국이 업무 일부정지 및 과태료 부과, 직원 신분 제재 등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사진=대구은행 제공


이들은 △금융실명법 제3조(금융거래 시 정당한 실지명의 확인의무) 및 제4조(금융거래의 비밀 유지의무) △은행법 제34조의3(금융사고 예방대책 준수의무) △금융소비자보호법 제23조(계약서류 제공의무)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지난해 8월 금감원 은행검사2국은 대구은행에 수시검사를 실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 56개 영업점의 직원 111명이 2021년 8월 12일부터 지난해 7월 17일까지 고객 실명확인을 거치지 않고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무더기로 개설한 사실을 확인했다. 

은행이 제출된 서류를 악용해 타 증권사 계좌까지 함께 개설하는 식으로 실적을 부풀린 것이다. 통상 고객이 특정 증권사 계좌를 개설할 때 전자신청서 등을 작성·서명하게 되는데, 은행이 이 과정을 무단으로 악용해 타 증권사 계좌까지 대거 개설한 것이다. 이 같은 악용사례 피해자는 1547명, 임의 개설 계좌수는 1657건에 달한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대구은행 229개 영업점에서 2021년 9월 26일부터 지난해 7월 21일까지 고객 8만 5733명의 증권계좌 개설 시 계약서류인 '증권계좌개설서비스 이용약관'을 제공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는 고객이 증권사 지점 대신 증권사와 제휴를 맺은 은행 창구에서 개설할 수 있는 증권사 계좌를 뜻한다. 은행 예금을 활용해 일반적인 현금 입출금 외에도 주식매매를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한편 당국은 고객 명의의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 개설한 영업점 직원 및 해당 직원에 대한 감독 책임이 있는 관리자 등 직원 177명에 대해서는 위반행위 건수, 관여 정도 등을 고려해 '금융실명법'에 따라 각각 감봉 3월(25명)·견책(93명)·주의(59명) 등의 신분 제재 조치를 의결했다. 아울러 이들 중 위반 행위자 111명에 대한 금융실명법상 과태료는 향후 별도 부과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국은 대구은행 본점 본부장 등에게 감독자의 책임을 물어 이번 제재 명단에 함께 반영했다. 이는 △다수의 대구은행 영업점 및 직원이 사고에 연루된 점 △본점 마케팅추진부가 증권계좌 개설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영방침을 마련했음에도 적절한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점 등을 고려한 조치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구은행의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업무 프로세스 및 관련 내부통제의 개선 계획과 관련 이행 현황 등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은행은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도출된 제재안 발표 이후 공식입장문에서 "정직과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회사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업무 외에 모든 업무는 정상 거래 가능하며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은행은 철저한 내부통제 마련을 위해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혁신위원회를 신설했고,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위해 각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도 조기도입 추진 △외부 전문가 준법감시인 신규 선임 △전문화된 시스템 도입 등 선진화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고도화된 내부통제시스템 구축과 내부통제에 있어서는 절대 양보와 타협이 없다는 전 임직원의 책임감 제고를 통해 고객 신뢰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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