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監査는 살필 감監, 살필 사査

취재수첩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더불어 국정감사도 같이 시작했다. 쏟아지는 국회의원들의 보도자료가 메일함에 수북히 쌓였다. 한 국회의원이 보낸 메일에는 4~5개의 보도자료가 한꺼번에 들어있다. 200명이 넘는 국회의원들이 하루동안 쏟아내는 정보량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의 공격을 받은 각 정부기관들은 반대 해명자료를 배포하면서, 또 메일함에 수북히 쌓이고 있다.

국회 정론관은 이미 국회의원들 보도자료로 난장판이 됐다. 왜 국감의 모양새가 이렇게 실타래처럼 헝클어진 것일까 모든 국회의원들은 핏대를 높이면서 정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는 있는데, 그들 스스로 복잡하고, 묵직하고, 비판적이고, 헝클어져서 싸움꾼이 되고 있다.



정부가 온통 문제라는데, 가관인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는 그들도 심각한 오류에 빠진 듯 하다. 문제가 뭔 줄 모르는 그러한 문제점.

감사가 무언인가 보통 감사라고 하면 무조건 따지고, 비판하고, 검정칠을 하고, 삐딱하게 봐야하고, 흠을 찾아내서 지적해야하는 것쯤으로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감사의 한자적 의미는 그렇지 않다. 감사監査는 살필 감監, 살필 사査로 되어있다. 살필 감은 신하 신臣, 사람 인人, 하나 일一, 그릇 명皿로 되어있다. 신하는 항상 왕앞에 마음과 허리를 굽히는 신분이다.

살핀다는 뜻은 신하가 허리를 굽히듯 굽혀서 세숫대야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본다는 뜻이다. 지금이야 거울이 완벽하게 보이기 때문에 대략 보아도 완전히 보이지만, 옛날 청동 거울이 나오기 전에는 물을 거울로 비쳐봤기 때문에 자세히 봐야만 자신의 얼굴이 보였던 것이다.

살필 사는 나무 목과 또 차의 합성이다. 또 차는 도마에 그릇이나 고기가 쌓여있는 모양이다. 살필 사는 나무들이 잘 쌓여있는 지 유심히 살펴본다는 의미이다. 즉, 전체적으로 살펴본다는 뜻이다. 이처럼 감사監査란 흠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세밀하고 전체적으로 살펴본다는 의미인 것이다. 게다가 거울처럼 자신을 들여다보는 의미도 포함되어있는 것이다.

자세히 쳐다보면 왜 잘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일까 혹시 정부라는 ‘세숫대야’에 비판하는 그들의 얼굴이 비친 것은 정말 아닐는지 의문스럽다. 잘한 것이 도대체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국회의원들의 수십개, 수백개 보도자료를 골라서 읽어봐도 어디에도 ‘정부가 잘했다’는 보도자료는 없다.

국감을 제대로 한 국회의원이 없다는 명백한 증거다. 자세히 살폈으면 좋은 점, 나쁜 점이 같이 보여야만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삐딱하다고 한다면, 보는 사람이 혹시 삐딱한 것이 아닌 지 의문이 들 정도로 천편일률적 보도자료들이다. 국감의 본질부터 국회의원들이 잘못 인지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핵심을 모르니까 방향을 몰라서 야단법석 떨다가 잔치 끝나듯 국감을 끝낼 심사들이다. 이런 국회의원들에 대한 ‘감사’는 누가 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