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결격사유 무관, 행장 제재 제외…시중은행 전환 '순항'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무더기로 임의 개설했던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DGB대구은행에 금융당국이 업무 일부정지 및 과태료 부과, 직원 신분 제재 등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번 제재 건으로 대구은행의 최대 현안인 '시중은행 전환'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제기되지만, 제재와 무관하게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사고에 따른 당국의 제재가 예정된 수순이었던 데다, 대주주가 아닌 임직원의 문제였다는 점에서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는 없다는 분석이다. 

   
▲ 금융당국이 DGB대구은행과 은행 임직원에게 업무 일부정지 및 과태료 부과, 직원 신분 제재 등의 징계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번 제재 조치가 대구은행 최대 현안인 '시중은행 전환'에는 무관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사진=대구은행 제공


18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열린 제7차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대구은행과 소속 직원 177명을 제재하는 내용의 조치안을 최종 의결했다. 

구체적으로 고객 명의의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 개설한 영업점 직원 및 해당 직원에 대한 감독 책임이 있는 관리자 등 직원 177명에 대해서는 위반행위 건수, 관여 정도 등을 고려해 '금융실명법'에 따라 각각 감봉 3월(25명)·견책(93명)·주의(59명) 등의 신분 제재 조치를 의결했다. 

아울러 이들 중 위반 행위자 111명에 대한 금융실명법상 과태료는 향후 별도 부과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국은 대구은행 본점 본부장 등에게 감독자의 책임을 물어 이번 제재 명단에 함께 반영했다. 이는 △다수의 대구은행 영업점 및 직원이 사고에 연루된 점 △본점 마케팅추진부가 증권계좌 개설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영방침을 마련했음에도 적절한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점 등을 고려한 조치다.

이들은 △금융실명법 제3조(금융거래 시 정당한 실지명의 확인의무) 및 제4조(금융거래의 비밀 유지의무) △은행법 제34조의3(금융사고 예방대책 준수의무) △금융소비자보호법 제23조(계약서류 제공의무)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지난해 8월 금감원 은행검사2국은 대구은행에 수시검사를 실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 56개 영업점의 직원 111명이 2021년 8월 12일부터 지난해 7월 17일까지 고객 실명확인을 거치지 않고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무더기로 개설한 사실을 확인했다. 

은행이 제출된 서류를 악용해 타 증권사 계좌까지 함께 개설하는 식으로 실적을 부풀린 것이다. 통상 고객이 특정 증권사 계좌를 개설할 때 전자신청서 등을 작성·서명하게 되는데, 은행이 이 과정을 무단으로 악용해 타 증권사 계좌까지 대거 개설한 것이다. 이 같은 악용사례 피해자는 1547명, 임의 개설 계좌수는 1657건에 달한다.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는 고객이 증권사 지점 대신 증권사와 제휴를 맺은 은행 창구에서 개설할 수 있는 증권사 계좌를 뜻한다. 은행 예금을 활용해 일반적인 현금 입출금 외에도 주식매매를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대구은행 229개 영업점에서 2021년 9월 26일부터 지난해 7월 21일까지 고객 8만 5733명의 증권계좌를 개설해주면서 계약서류인 '증권계좌개설서비스 이용약관'을 제공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구은행의 은행예금 연계 증권계좌 개설 업무 프로세스 및 관련 내부통제의 개선 계획과 관련 이행 현황 등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당국의 제재안에 대구은행은 즉각 "정직과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회사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업무 외에 모든 업무는 정상 거래 가능하며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은행은 철저한 내부통제 마련을 위해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혁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선진화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고도화된 내부통제시스템 구축과 내부통제에 있어서는 절대 양보와 타협이 없다는 전 임직원의 책임감 제고를 통해 고객 신뢰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구은행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위해 각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도 조기도입 추진 △외부 전문가 준법감시인 신규 선임 △전문화된 시스템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의 제재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임직원의 대규모 무단 계좌개설이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이어지면서 시중은행 전환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는데, 은행법 인가요건상 '대주주 결격 사유'와 무관한 까닭이다. 

아울러 황병우 대구은행장을 상대로 별도의 제재를 내리지 않은 점, 금융위가 인가 전 제재를 확정했다는 점 등도 시중은행 전환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정례회의는 제재안에 대해서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은행으로선 리스크를 털어낸 만큼, 시중은행 전환 심사가 빨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대구은행은 지난 2월 금융당국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을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전국단위 시중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사명을 'iM뱅크'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점포망은 전국 모든 행정구역에 거점점포를 새로 갖추되, iM뱅크 등 디지털 앱 및 IT시스템의 전면 고도화 등에 나선다. 더불어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 △디지털 검사기법 확대 △내부통제 전담팀장 배치 등의 획기적인 쇄신 조치도 단행할 예정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