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지뢰 매설과 달리 가로등 철거는 고철 재활용 차원이란 분석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경의선 및 동해선 육로(도로) 양측 가로등 수십개를 철거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군은 최근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주변 시설물을 철거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도로 가로등을 철거한 시점은 지난달이라고 합참은 전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사업은 우리정부의 차관 지원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에 상환 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남북 간 협력사업에 따라 설치된 가로등을 제거한) 북한의 그 행위 자체가 남북 간 합의정신 위반이고,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상환 의무가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우리정부가 지난 2002~2008년 해당 철도·도로에 대해 자재 및 장비 등을 현물차관 지원한 규모는 총 1억3290만달러(약 1800억원)이다. 차관 상환 시기는 차관 제공 후 거치기간 10년을 포함해 30년으로 하며, 이자율은 연 1.0%로 책정됐다.

   
▲ 2018년 당시 파주시 도라전망대에서 바라 본 개성공단./연합뉴스

2002년 9월 17일 채택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공사 자재·장비 제공에 관한 합의서’에 “남측은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공사에 필요한 자재·장비를 북측에 차관 방식으로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당국자는 “(다만)공사가 완전히 끝나고 차관금액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 공사 자체가 중단된 상황이다 보니 북한이 얼마를 상환해야 한다는 최종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와 무관하게 남은 과정을 거친 후 북한에 상환의무가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2004년 남북 간 연결공사가 완료된 경의선 도로는 개성공단으로 오가는 남북 간 유일한 통로이다. 하지만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남측 인원들이 모두 철수한 이후 이용되지 않았다.

역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행 차원에서 추진돼 2005년 개통된 동해선 도로는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저진리와 북한 금강산의 온정리를 연결하는 도로로 금강산관광 및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위한 차량이 오가던 통로였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부터 경의선·동해선 육로에 대량의 지뢰를 매설한 사실도 우리군 감시자산에 의해 포착된 바 있다. 그런데다 이번에 이 도로들의 가로등까지 철거한 것에 대해 최근 2국가론을 내세워온 북한이 남한과 관계 단절을 더욱 강조한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 한편, 앞서 경의선·동해선에 지뢰를 매설한 것과 달리 현재 사용하지도 않는 이 도로에서 다시 가로등을 철거한 것에 대해선 고철 등을 재활용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경의선의 경우 도라전망대나 판문점을 통해 육안 관측이 가능하지만, 동해선은 지형상 육안 관찰이 어렵다는 점에서도 ‘대남 시위용’이라기보다 고철 재활용 차원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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