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혁신을 내세우며 야심차게 출범한 디지털보험사들이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낮은 미니보험을 주로 판매하는 영향이다. 암보험, 건강보험과 같은 장기보험도 늘리고는 있으나 비대면 영업으로는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캐롯·카카오페이·신한EZ손해보험과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등 디지털보험사 5곳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총 2304억원으로 전년(-1855억원)보다 손실이 확대됐다.

   
▲ 사진=각사 제공


같은 기간 생보사 22곳과 손보사 31곳이 장기보험 판매를 확대하며 전년 대비 45.5% 증가한 13조357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하나손보의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879억원으로 전년 말(-506억원)보다 손실액이 300억원 이상 늘면서 디지털보험사 중 적자 규모가 가장 컸다.

캐롯손보는 2022년 말(-840억원)보다 실적이 개선됐으나 적자가 지속되면서 7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해 37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2022년 말(-261억원)보다 실적이 악화됐다.

신한EZ손보는 전년 당기순손실 150억원에서 지난해 78억원으로 적자 폭이 줄어들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전년보다 적자폭이 93억원 증가하며 214억원까지 불어났다.

이처럼 디지털보험사들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비대면 채널의 한계와 미니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 때문으로 분석된다.

디지털보험사는 설계사나 영업점 없이 온라인만으로 보험을 판매·운영하는 회사로 현재 보험업법 규정상 보험계약 건수와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CM, TM, 우편 등으로 모집해야 한다.

비대면 시장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보험시장은 여전히 설계사 위주의 대면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상품구조가 복잡한 장기보험의 경우 설계사의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품 포트폴리오도 단기소액보험, 자동차보험 등 수익성이 낮은 상품 위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디지털보험사들도 장기보험을 점차 확대해나가고 있으나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손보는 지난해 12월 유병자보험을 출시했으며 신한EZ손보와 카카오손보는 운전자보험을 판매 중이다. 캐롯손보는 2022년 말 장기인보험 상품으로 어린이보험을 선보인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보험사들이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를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암보험, 종신보험 등과 같은 장기인보험을 판매해야 하는데 장기인보험의 경우 보장 내용과 약관 등 설계사의 설명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워 설계사 없이 비대면으로는 판매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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