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통령비서실장에 5선 정진석 의원 임명 '직접 발표'
윤 대통령 "국민께 더 다가가 설득·소통…야당 관계도 살펴"
정진석 새 비서실장 "더 소통하고 통섭하고 통합의 정치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뭐 질문 있으세요?"

22일 오전 10시 35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에 '5선'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임명했다"면서 1분 50초간 이에 대한 설명을 차분히 밝힌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물어보았다.

취임 후 6개월간 대통령실 청사 1층 출근길에 기자들과 격의 없이 가졌던 도어스테핑은 2022년 11월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과의 충돌이 벌어져 중단된 후 더 이상 열리지 않고 있었는데, 1년 5개월 만에 윤 대통령이 격의 없이 질문을 받는 순간이었다.

이에 한 기자가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는데 국정 운영 소통방식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줄지' 묻자,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참모들에게 메세지라든지 이런 걸 할 때 국민들께서 좀, 평균적인 국민들이 이해하고 알기 쉽게 그렇게 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제가 지난 2년 동안 중요한 국정 과제를 정책으로 설계하고 집행하는 쪽에 업무의 중심이 가 있었다면, 이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정책 방향은 세워져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국민께 더 다가가서 우리가 나가는 방향에 대해 더 설득하고 더 소통하고 이런 정책 추진을 위해 여야, 당과의 관계뿐 아니라 야당과의 관계도 더 살펴가고 소통하는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정진석 전 부의장 같은 분을 비서실장으로 모신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미소 지으며 반문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직접 정진석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을 소개하고 있다. 2024.4.22 /사진=연합뉴스


또다른 기자가 '이재명 대표와 회담할 때 어떤 의제로 논의할지' 묻자, 윤 대통령은 "아무래도 제가 이재명 대표를 용산으로 초청했기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초청했다기보다 이재명 대표의 얘기를 좀 많이 들어볼라고, 그렇게 해서 용산 초청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이제 어떤 그동안의 입장을 보면 좀 많이 극명하게 차이가 많이 났다"며 "그렇지만 일단 좀 서로 의견을 좁힐 수 있고 합의할 수 있는 이런 민생 의제들을 찾아서 국민들 민생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몇 가지라도 좀 하자는 그런 얘기를 서로 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구체적인 영수회담 의제에 대해서 윤 대통령은 이날 "아직은 모르겠다"며 "어쨌든 뭐 저는 듣기 위해서 초청을 한 거니까 어떤 의제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서로 얘기를 나눠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결국 윤 대통령은 이날 세간의 예상을 벗어나 비서실장 임명을 직접 발표하는 파격을 보이면서, 국민에게 더 다가가 설득하고 소통하며 야당과의 관계 소통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뚜렷이 드러냈다.

총선 참패로 남은 3년의 임기동안 또다시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진 악조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 및 야당과 적극 소통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날 윤 대통령 소개를 받은 정진석 신임 대통령비서실장 또한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여러가지로 여소야대 정국 상황이 염려되고 난맥이 예상된다"며 "이 어려운 시점에서 윤석열 정부를 돕고 또 윤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 저의 책임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윤 대통령께 정치에 투신하시라고 권유를 드렸던 사람이고 윤석열 정부 출범에 나름대로 기여했던 사람"이라며 "어쨌든 이런 어려움을 대통령과 함께 헤쳐나가는 것이 제가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방금 전 말한 대통령 말씀은 '앞으로 통섭의 정치를 펼쳐나가시겠다'는 말 아니겠냐"며 "더 소통하시고 통섭하고 통합의 정치 이끄시는데 제가 미력이나마 잘 보좌해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정 비서실장은 "지금은 공화국 아니냐"며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대통령님께 객관적 관점으로 말씀을 드리려고 노력하겠다"면서 윤 대통령의 뜻을 재차 확인하고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 비서실장의 언급대로 윤 대통령이 향후 어떤 통섭의 정치, 통합의 정치를 만들어나갈지 주목된다. 공은 던져졌다. 이번 주 열릴 예정인 영수회담이 첫 단추다. 아직 윤 대통령에게는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