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서 기자] 그룹 뉴진스를 발굴·제작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갈등에 휩싸였다. 하이브는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의혹'을, 민 대표는 하이브의 '뉴진스 표절'을 내세우며 첨예한 입장 차를 보였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모기업인 하이브가 지난 22일 어도어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공식 입장을 내고 즉각 대응했다. 

해당 입장문에서 민 대표는 하이브가 주장한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해선 해명하지 않았다. 다만, 갈등의 원인으로 '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을 지목하고 그 부당함에 대해 호소했다. 

아일릿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에서 데뷔한 신인 걸그룹으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프로듀싱했다. 

   
▲ 민희진 어도어 대표(왼쪽),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각 소속사 제공


#.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 하이브가 관여한 일"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는 여러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이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멀티 레이블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어도어는 그 레이블 중 하나다. 그런데 어도어 및 그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가 이룬 문화적 성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브에 의해 가장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민 대표가 언급한 아일릿은 올해 3월 데뷔한 여성 5인조 그룹이다. 민 대표는 "아일릿의 티저 사진이 발표된 후 '뉴진스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폭발적으로 온라인을 뒤덮었다.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출연 등 연예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 아일릿은 '민희진 풍', '민희진 류', '뉴진스의 아류' 등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 아일릿 데뷔 앨범의 프로듀싱을 했다.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는 빌리프랩이라는 레이블 혼자 한 일이 아니며 하이브가 관여한 일"이라며 "K-팝(POP)을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하이브가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성공한 문화 콘텐츠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카피해 새로움을 보여주기는커녕 진부함을 양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 대표는 5월 컴백을 준비 중인 뉴진스의 이미지 소모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아일릿이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뉴진스를 소환했다. '아류'의 등장으로 뉴진스의 이미지가 소모됐고 불필요한 논쟁의 소재로 끌려들어가 팬과 대중에게 걱정과 피로감을 줬다"며 "이러한 사태를 만들어 낸 장본인은 하이브와 빌리프랩이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어도어 및 뉴진스의 몫"이라고 토로했다. 

#. "하이브 산하 레이블간 유사성, 양해한 적 없다"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와 빌리프랩 그룹간 유사성이 묵인 하에 진행됐다는 오해에 대해 바로잡았다. 

민 대표는 "하이브 산하의 레이블이니 아일릿이 뉴진스와 유사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 있다. 심지어 어도어와 뉴진스가 유사함을 허용하거나 양해했을 것이란 반응도 있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오해"라고 밝혔다. 

그는 "멀티 레이블은 각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체제이지 계열 레이블이란 이유로 한 레이블이 이룩한 문화적 성과를 다른 레이블들이 따라하는 데 면죄부를 주기 위한 체제가 결코 아니"라고 했다. 

#. "민희진 쫓아내면 끝? 모든 수단과 방법 동원"
 
민 대표는 이미 하이브 및 빌리프랩에 이번 카피 사태 그리고 하이브가 뉴진스에게 해온 일련의 행태에 대해 공식적인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이브와 빌리프랩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을 하기에 급급했다. 구체적 답변은 미루며 시간을 끌고 있었다"면서 "그러던 중 하이브는 22일 갑작스레 민희진의 대표이사 직무를 정지하고 해임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통보하면서 그 이유로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의 기업 가치를 현저히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언론에는 민희진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는 등 어이없는 내용의 언론 플레이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의 문화적 성과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항의가 어떻게 어도어의 이익을 해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인지, 어떻게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이브와 빌리프랩, 그리고 방시혁 의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나 대책 마련은 하지 않으면서, 단지 민희진 대표 개인을 회사에서 쫓아내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도어는 뉴진스가 일궈 온 문화적 성과를 지키고, 더 이상의 카피 행위로 인한 침해를 막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어도어는 카피 행위를 비롯해 어도어와 뉴진스에게 계속되는 여러 부당한 행위를 좌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민희진 대표는 "어도어는 뉴진스 멤버 및 법정대리인들과 충분히 논의한 끝에 공식 입장을 발표하게 됐다"면서 "하이브 및 빌리프랩은 아일릿의 활동이 많아질수록 뉴진스와의 다른 점들만 모아 부각시키며 데뷔 시의 사태를 희석시키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시간이 흐르는 사이 팬과 대중들이 가진 오해들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이프와 빌리프랩이 잘못을 직시하고 앞으로는 타인의 문화적 성과를 존중하고 치열한 고민을 거친 창작을 통해 우리나라 음악 산업과 문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 '경영권 탈취' 의혹은?…핵심 빠진 절반의 해명 

민희진 대표의 입장문은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과 이를 주도한 하이브, 빌리프랩에 대한 비판이 골자다. 그러나 하이브가 주장한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한 해명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그는 입장 발표 다음 날인 23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를 통해 "회사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해 어떤 투자자도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해당 보도에서 민 대표는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 80%를 갖고 있기 때문에 (20%를 보유한) 제가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며 "80% 지분권자인 하이브의 동의 없이는 어도어가 하이브로부터 독립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어도어가 하이브에 대한 내부 고발, 이의 제기에 대한 입장을 24일까지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었는데 반격을 당했다"면서 "돈이 목적이었다면 애초에 이런 내부 고발,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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