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법인·신용대출서 연체율 상승 유발…취약차주 부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내 은행권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약 5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기업·가계 대출에서 모두 상승세를 보였는데, 중소법인과 신용대출에서 연체율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상대적으로 상환여력이 부족한 취약 대출자(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51%로 전월 말 0.45% 대비 0.06%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4년 9개월여만인 2019년 5월 0.51%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2월 0.36%에 견주면 약 0.15%p 급등한 수치다.

   
▲ 국내 은행권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약 5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부문별로 살펴보면 가계와 기업에서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59%로 전달 말 0.50% 대비 0.09%p 상승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0.06%p 상승한 0.18%,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0.10%p 상승한 0.70%까지 치솟았다. 특히 중소법인 연체율이 0.62%에서 0.14%p 상승한 0.76%,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0.56%에서 0.05%p 상승한 0.61%를 기록해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42%를 기록해 전달 0.38% 대비 0.04%p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02%p 상승한 0.27%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반면, 주담대를 제외한 신용대출 등의 기타대출 연체율은 0.84%까지 치솟았다. 한 달 전 0.74%에 견줘 약 0.10%p 상승한 수치다. 

한 달 새 대출 연체율이 기업·가계 모두 크게 늘어난 셈인데, 지난해 2월과 견주면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기업대출의 경우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0.09%에 불과했지만 올해 2월 0.09%p 상승했고, 중소기업대출 연체율도 0.47%에서 0.23%p 급등했다.

   
▲ 원화대출 연체율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제공


가계대출에서도 주담대와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모두 상승세를 보였지만 신용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주담대 연체율은 0.20%에서 0.07%p 상승에 그친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연체율은 0.64%에서 0.20%p 급등했다.

2월 신규연체율(2월 중 신규연체 발생액/1월 말 대출잔액)은 0.13%로 전달과 동일했다.

이 같은 대출연체율 급등 현상은 지속적인 고금리 여파로 취약차주의 대출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진 까닭으로 해석된다. 전날 금감원이 공개한 '2023년 금융민원 및 상담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은행권이 접수한 민원은 1만 5680건으로 1년 전보다 43.8%(4776건) 급증했다. 

민원 유형은 여신이 49.4%를 차지해 보이스피싱 9.6%, 예적금 8.9%, 신용카드 4.2%, 방카슈랑스·펀드 2.6% 등을 크게 압도했다. 특히 높은 대출금리에 대한 불만 등 대출금리 관련 민원과 신규 대출, 만기 연장 등의 민원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감원은 은행권 대출 연체율 상승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월말 연체율은 0.51%로 전달 말 0.45% 대비 약 0.06%p 상승했고, 전월 대비 상승폭은 1월 0.07%p와 유사한 수준"이라며 "은행 연체율은 코로나 이전 장기평균 대비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5개년 2월 연체율을 살펴보면 코로나19가 창궐한 2019년 2월 0.52%, 2020년 2월 0.43%, 2021년 2월 0.33%에 이어 이듬해 2월 0.25%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2월 0.36%로 급등했고 이번에 0.50%를 넘어선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이전 10년(2010~2019)의 평균 연체율이 0.78%에 육박했다는 점에서 특수를 제외하면 연체율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이 과거 대비 크게 개선됐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대표적으로 은행권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은 지난해 말 214.0%를 기록해 2년 연속 200%를 넘어섰다. 2017년 말에는 93.6%에 불과했는데, 매년 충당금 적립을 늘리면서 2022년 말부터 200%를 넘기고 있다. 

아울러 총자본비율(20개 은행 기준)도 지난해 말 16.56%를 기록해 1년 전 16.01% 대비 0.55%p 상승했다. 이에 금감원은 대출 연체율 급등에도 불구, 은행권이 부실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월 말 연체율은 2월보다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통상 분기말(연말)에는 은행의 연체채권 정리(상·매각 등) 강화로 연체율이 큰 폭 하락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연체율 하락이 예상된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특히 2분기부터 은행권이 대출을 옥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는 역설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은행권의 대출태도지수는 -1을 기록해 1분기 -3보다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대출태도지수는 204개 국내 금융기관 여신업무 총괄 담당 책임자들을 조사(3월 7~19일)한 결과를 나타내는데, 지수가 양(+)이면 대출을 완화하겠다는 신호다. 

다만 대출상품별로 태도지수는 차이점을 보였다. 은행권의 가계주택대출 태도지수는 8로 전분기 3보다 크게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신용대출 등 가계일반대출은 -3으로 전분기 -6에 이어 대출을 옥죌 것임을 시사했다. 대기업·중소기업 대출도 각각 3으로 전분기 6보다 낮아졌다. 급전이 필요한 취약차주들로선 돈줄이 막힐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취약차주에 대한 채무조정 활성화를 유도하고, 부실채권 상·매각 등을 통한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토록 할 것"이라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대손충당금 적립을 확대토록 하는 등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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