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헌법조차 불변의 진리나 상역화 해서는 안돼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2일 정명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5차 정명토론회의 주제는 <헌법의 정명(正名), 왜 중요한가>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는 모호한 헌법 용어에 대한 점검과 바른 용어 사용에 대한 제안이 이어졌다.

발제를 맡은 김상겸 교수(동국대학교 법과대학)는 “헌법은 국가작용과 국가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근거인 동시에 국민생활의 규범이 되는 최고 법 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떼법’, ‘국민정서법’ 등을 운운하며 실정법의 효력을 무시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런 한국사회의 현상이 준법을 부정하는 그릇된 행태라고 비판하면서도 현행 ‘헌법’ 자체가 시대정신을 수용하지 못하는 동시에 그 내용과 용어에 있어서 혼란을 야기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지속적으로 정계와 경제계 및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라는 표현 역시 원래는 ‘경제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정치영역에서 사용하는 민주주의를 경제에 대입함으로써 오히려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헌법이 실정법상 최고법이라 해서 ‘잘못된 헌법’까지 불변의 진리나 규범인 것처럼 성역화할 필요는 없다. 사회적 혼란과 비용을 발생시키는 헌법 용어와 조항들은 그 과정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헌법 용어의 정명(正名)을 촉구했다. 아래는 김상겸 교수의 '헌법의 정명(正名), 왜 중요한가'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 주]

   
▲ 김상겸 교수
Ⅰ. 들어가며

우리나라는 1948년 건국 이후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을 제정하고, 이 헌법에 따라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법률을 제정하면서 국가법체계를 구축하였다. 헌법이 국가의 최고법이라고 하지만 국가공동체의 운영을 헌법만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국가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또 다시 하위의 법규명령이나 자치법규를 제정하여 시행한다.

이렇게 국가의 실정법체계가 헌법을 정점으로 갖춰져 있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떼법이니 국민정서법이니 하면서 실정법의 효력을 무시하는 현상이 자주 너무나도 빈번하게 벌어지곤 한다. 이는 국민 스스로 약속한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며 준법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헌법이 시대정신을 수용하지 못하고 헌법 자체가 그 내용에 있어서 혼란을 야기하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헌법이 사회적 갈등이나 혼란을 야기한다면 헌법이 불변의 진리나 규범이 아니므로 개정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헌법개정은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상당히 어렵게 되어 있다. 더구나 우리 헌법의 역사는 집권세력에 의하여 오염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헌법의 효력을 정지시키거나 부정한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헌법개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익히 아는 것처럼 제1공화국 시대에 발췌개헌이나 사사오입개헌은 헌법이 정한 헌법개정절차를 위반하였기 때문에 위헌임에도 그대로 통과되었고 효력을 발생하였다.

헌법개정절차를 위반한 경우는 그 후에도 발생하였고, 1987년에 가서야 정상화되었다. 굴곡의 헌법사에서 국가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이에 비례하여 야기된 사회적 갈등은 쉽사리 풀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법만으로 국가공동체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법이 제대로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데는 공권력이 국민으로부터 지지와 신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에 큰 원인이 있다.

근대국가 이후 성문헌법주의가 국민주권원리에 기초한 시민사회가 형성되면서 헌법은 국가작용과 국가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근거이다. 국민의 의사가 정치적 과정을 통하여 결집된 문서가 헌법이라는 점에서 헌법은 국가공권력의 정당성 근거이면서 국민의 생활규범이다. 헌법은 인간의 권리투쟁 역사에서 만들어진 문서라는 점에서 그 내용의 핵심이 인간의 기본적 권리이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으로 국가권력과 국가의 기본조직 및 그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도 국가권력의 정 당성에 관한 내용과 함께 국민의 권리와 의무, 권력분립원칙에 기초한 국가의 기본조직과 권한 등을 규정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헌법전문과 본문 130조 및 부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헌법의 전문과 부칙, 그리고 본문의 각 조는 헌법등가원칙에 따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그래서 헌법은 어떤 조항이 우월적 효력을 가지는 것인지 여부는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고, 헌법의 해석은 각 조의 유기적 관계를 고려하여 조화롭게 통일적으로 해야 한다. 헌법의 각 조의 문언은 그 자체가 헌법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내용으로 그 표현이 헌법이 추구하는 목적이나 목표에 부합되어야 한다. 이는 헌법이 국가에 있어서 최고 규범으로 최고의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행 헌법을 보면 표현을 달리하는 내용을 가진 조항으로 인하여 헌법의 이념이 훼손되거나 효력이 제대로 발생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헌법 제4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제8조 제4항의 ‘민주적 기본질서’가 있고, 제49조에서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하는 것이나, 제119조 제1항에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언급하면서 제2항에서는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화’를 말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에 헌법재판소에게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을 부여하고 있으면서, 제107조 제2항에는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에 대하여 대법원에게 최종심판권을 부여하고 있다.

헌법은 국가의 최고규범으로 효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표현 자체가 다른 조항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상충된다면 국가작용과 국민생활에 혼란을 야기하고 갈등을 유발하며 법질서를 무너뜨리게 된다. 지속적으로 정계와 경제계 및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라는 표현은 경제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정치영역에서 사용 하는 민주주의를 경제에 대입함으로써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고, 이런 용어로 인하여 헌법 자체가 사회적 혼란이나 갈등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헌법이 추상적 표현으로 국가의 모든 이해관계를 포용하는 것과 헌법의 잘못된 표현이나 상충된 내용으로 혼란을 야기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아무튼 이런 예에서 보듯이 헌법상 명확하지 못한 표현은 법치국가를 추구하는 우리 헌법질서에서 국가작용의 혼란과 국민의 불신을 통하여 법치질서를 확립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 자유경제원 주최 5차 정명토론회 <헌법의 정명(正名), 왜 중요한가>에서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Ⅱ. 현행 헌법의 기본원리와 내용

1. 헌법의 이념과 기본원리 헌법은 개별 규정이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하나의 통일체를 위한 상호 유기적인 체계를 구축하면서, 국가와 헌법 그 자체의 성격을 규정하는 기본원리를 갖고 있다. 헌법의 기본원리는 국가의 본질과 구조 및 정체성을 구성하는 원리로 헌법의 개정으로도 바꿀 수 없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즉 헌법의 기본원리는 국가공동체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헌법에 명문화되지 않은 기본원리로서 헌법질서의 형성에 기초가 되는 원리이며, 헌법의 이념과 국가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의 기본적 가치질서와 정치적 존재형태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헌법제정권자가 법규범을 통하여 확인한 것을 말한다.

헌법의 기본원리는 헌법규정과 모든 법령의 해석기준으로서, 국민과 국가기관이 존중 하고 준수하여야 할 최고의 가치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헌법의 기본원리는 국가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입법권 행사의 범위와 한계를 정하며 헌법 개정의 한계가 된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초기의 결정에서부터 헌법의 기본원리에 대하여 입헌민주헌 법의 기본원리로부터 기타 헌법상의 제 원칙이 나오며, 기본원리는 헌법전을 비롯한 모든 법령해석의 기준이 되고, 입법형성권 행사의 한계와 정책결정의 방향을 제시한다고 하였다.

2. 헌법의 기본원리와 그 내용 현행 헌법은 1987년 여야의 합의와 국민의 동의를 얻어서 9차 개정헌법이다. 현행 헌법은 우리 헌법사에서 국민의 요구에 의하여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합의를 이루고 절차를 거친 최초의 헌법이라 할 수 있다. 현행 헌법이 합의를 이루어 개정된 헌법이라고 하지만, 당시 정치적 상황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없었고, 이렇게 오랫동안 개정 없이 시행될 것인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헌법조항간의 유기적·체계적 관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였고, 문언의 구성이나 표현의 불명확성과 충돌문제가 발생하였다.

우리 헌법은 그 성격을 결정하는 기본원리로 민주주의원리와 법치국가원리 및 사회국 가원리를 담고 있다. 또한 헌법이 추구하는 목표를 위하여 문화국가원리와 평화국가 원리, 환경국가원리와 정보국가원리 등을 기본원리로 하고 있다. 그런데 전자는 헌법을 특정하는 기본 결정이기 때문에 헌법개정으로 이를 부정한다면 헌법의 정체성이나 기본 성격이 훼손된다. 우리 헌법을 지배하는 기본원리로서 민주주의원리는 국가공동체에서 정치적 지배를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 것을 표상하는 것이며, 법치국가원리는 인간에 의한 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국가권력을 법의 지배에 두어야 하는 것을 말하며, 사회국가원리는 국가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운영되어야 하는 것을 말한다.

Ⅲ. 민주적 기본질서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1. 헌법상 민주주의 현행 헌법에는 민주주의를 정의하는 규정은 없고, 헌법의 기본원리로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규정들은 있다. 예를 들면 민주주의에서 민주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헌법 제1조 제1항의 민주공화국이나,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제8조 제4항의 민주적 기본질서, 또는 제119조 제2항의 경제민주화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민주권원리를 표현하고 있는 헌법 제1조 제2항이나, 국회의원 과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제도,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수단인 국민투표를 규정한 제72조와 제130조 등도 있다.

민주주의는 일반적으로 자유와 평등을 기본이념으로 하여 정당성에 기초한 국민에 의 한 지배, 또는 국가권력의 대국민적 기속성을 특징으로 하는 원리를 말한다. 민주주의는 국가공동체에서 자유와 평등을 이념으로 하여 국민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을 함으로써 자기지배를 실현하고자 하는 원리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국가의 인적 요소인 국민이 자유로운 자기결정의 주체로서 누구든지 평등하게 공동체의 형성에 참여하여 통치하는 형태를 말한다. 또한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하여 국민의 자기지배를 조직을 통하여 구체화하는 조직 원리이기도 하다.

현행 헌법은 민주, 민주화, 민주적, 민주주의 등 다양한 표현으로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의미로 사용되지만, 헌법에 규정되면서 규범적 의미를 갖는다. 헌법은 민주주의원리를 구체적으로 형성하기 위하여 대의제를 운영하고 있다. 대의제는 국가권력을 모든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하여 행사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 로 인한 민주주의 실현의 방법이다. 즉 대의제는 국민의 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대표자가 국가권력을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이 간접적으로 국가권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자유와 평등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기본 권인 자유권이나 평등권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권리이고, 국민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권력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우리 헌법의 모든 조항들은 민주주의원리를 실현하기 위한 규정들이라 할 수 있다.

2.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이란 두 가지 가치를 이념적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평등이란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자유가 핵심이다. 그런데 민주주의에 자유란 수식어가 붙게 된 것은 근대 이후 민주주의란 용어가 남용되면서 민주주의가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한 것으로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인민민주주의(popular democracy)에 대응하는 용어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인권보장을 목적으로 하여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제도를 통하여 정치체제를 구성하고 국민이 국가운영에 평등하게 참여하는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자유민주주의는 법치국가원리에 기초하여 권력분립, 사법부의 독립, 견제와 균형, 적법절차를 요소로 공화국이란 국가형태로 운영된다.

자유민주주의와 함께 논의되는 것이 사회민주주의이다. 사회민주주의는 19세기 후반에 등장하여 마르크스주의를 거부하고 정치활동을 통하여 사회주의를 실현하고자 하였다. 20세기 초에 이르러 사회민주주의는 폭력혁명 및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부정하고 의회정치에 의한 민주주의적 방법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하려고 하였다 사회민주주의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요소를 함께 수용하여 혼합경제와 민주적 복지국가를 지지 하고, 국가의 규제와 프로그램을 통하여 자본주의를 민주적으로 개혁하려고 하였다. 이런 사회민주주의의 역사적 전개과정은 사회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에 포섭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민주주의가 하나의 기본원리로 헌법질서의 틀을 이루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와 정당제도 등 다양한 제도가 필요하고 이를 규범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현행 헌법이 민주주의와 관련하여 다양한 표현을 쓰면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언급하는 것은 그 실현에는 법치주의가 적용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즉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법치에 따른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으로 ‘민주적 법치국가의 기본질서’를 말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 생각한다.

현행 헌법은 제8조 제4항에서 정당해산과 관련하여 민주적 기본질서를 언급하고 있는데, 헌법전문과 제4조에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양자의 차이에 대하여 헌법학계는 다양한 견해를 전개하고 있지만, ‘자유’를 강조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나 민주적 기본질서에는 내용상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 면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이란 두 가지 이념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그 의미가 없 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민주적 기본질서를 국민이 주권자로서 공동체의 기본질서를 결단하고 기본권주체로서 공동체의사를 평등하게 다수결로 결정하는 규범 질서”라고 하는 것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모든 폭력적ㆍ자의적 지배를 배제 하고 그때그때의 다수의 의사와 자유 및 평등에 입각한 국민의 자기결정에 따른 자유를 실현하는 법치국가적 통치질서”라는 것은, 표현만 다를 뿐 민주주의를 법치국가적 질서에 따라 실현해야 한다는 것에 차이는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헌법의 양 규정에 표현이 다름으로 인한 혼란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표현의 통일이나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 자유경제원은 2일 정명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5차 정명토론회의 주제는 <헌법의 정명(正名), 왜 중요한가>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는 모호한 헌법 용어에 대한 점검과 바른 용어 사용에 대한 제안이 이어졌다.
Ⅳ. 헌법상 경제질서와 경제의 민주화

1. 헌법에 있어서 경제질서의 의미 우리나라 헌법에는 경제에 관한 조항이 1948년부터 규정되어 현행 헌법까지 내려오고 있다. 경제가 헌법이란 규범에 들어온 것은 경제가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경제에 관한 규범적 의미는 경제가 국가에 미치는 영향과 이로 인하여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이해관계를 형성하는지 여부이다. 경제가 국민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정도에 따라 국가는 규범을 통하여 개입 내지 간섭을 하게 된다. 그런데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법적 근거가 있어야만 정당화될 수 있고 그 법적 책임도 명확하게 된다.

현행 헌법은 제9장에 경제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으며 직업선택의 자유나 재산권 등 경제적 기본권에 해당하는 조항도 있으나, 경제질서(Wirtschaftsordnung)를 정의하는 규정은 없다. 경제질서는 오이켄(Walter Eucken)을 비롯한 독일 프라이부르그학 파(Freiburger Schule)가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 모델을 설명하기 위한 용어이나, 헌법에서는 국민의 경제생활과 국가경제정책의 방향과 운영에 관한 헌법질서를 말한다. 그런데 헌법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결집하여 내린 결단을 일정한 절차를 거 쳐서 제정한 규범으로 국가의 기본형태와 기본가치, 국민의 기본권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질서가 헌법의 필수적인 내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논란이 있다. 그렇지만 경제질서가 국민의 경제생활과 국가의 경제정책을 대상으로 한다면 당연히 헌법의 한 부분으로서 헌법질서를 구성한다.

2. 현행 헌법상 경제질서조항 헌법은 국가의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규범으로서 국민경제의 기본질서를 규정하고 있으며, 한국헌법은 경제와 관련하여 전반에 걸쳐서 직·간접적으로 경제질서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현행헌법은 우선 전문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라고 규정하여 경제분야에서 기회균등을 통 한 평등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그 다음 헌법은 기본권조항을 통하여 경제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다. 헌법 제23조 제1 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라고 하여 사유재산제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헌법은 제15조에서 직업선택의 자유를 규정하여 국민의 경제생활에 있어서 기초가 되는 직업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 조항은 직업선택과 직업활동의 자유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로부터 영업의 자유가 도출된다. 경제적 자유와 관련하여 헌법 제14조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한다. 이 조항을 통하여 사람들은 주거를 이동하면서 경제적 활동의 자유를 보장받는다. 이 외에도 헌법 제22조 제2항은 지적재산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으며, 동법 제18조의 통신비 밀의 자유를 통하여 경제활동의 비밀이안 영업상의 비밀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한국헌법은 일반적으로 다른 국가와 달리 제119조에서부터 제127조까지 9개의 조항을 제9장에 경제라는 항목으로 독립된 장을 갖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제119조는 경제질서에 있어서 기본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조항으로 제1항은 한국의 경제질서가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의 존중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경제질서가 기본적으로 사유재산제, 자유경쟁과 시장 경제를 기초로 하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한국헌법은 경제질서에 대하여 국가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 순수한 의미의 자유시장 경제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 적정한 소득의 분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남용의 방지,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는 수정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3. 경제질서의 성격과 내용 한국 현행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경제질서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또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학계의 견해는 대립하고 있다.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는 헌법 제119조 제1항에서 자유시장경제질서와 함께 제2항에서 자유시장경제의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정의와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의 규제와 조정을 수용함으로써 소위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채택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하여 독일의 경제헌법에서 언급되어 온 사회적 경제질서라는 용어를 아무런 고려나 비판없이 한국의 법질서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사회적 경제질서가 아니라 혼합경제질서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 헌법상의 경제조항은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규제와 조정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상의 경제질서를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양쪽의 주장에 대하여 구체성을 가지지 못한 추상적인 이론에 불과할 뿐이라고 논박하는 견해가 있는 가하면, 경제재의 생산과 분배가 원칙적으로 자유경쟁원칙 아래에서 사회정의의 실현과 건강한 사회질서와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위한 범위내에서 경제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정당한 권리이며 국가의 의무이기 때문에 시장경제의 원칙하에서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한 국가의 개입을 인정하여 우리 식의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언급한다.

나아가 헌법 제119조는 제1항의 시장경제질서와 제2항의 사회적 정의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경제질서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동 조항은 경제헌법상의 근본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규정으로 이해하는 견해도 있다. 이와 함께 헌법재판소가 경제질서에 대하여 어떤 견해를 갖고 결정하고 있는지 살펴 보면, 현재까지는 우리 헌법상의 경제질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확실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는 않다.

즉 다수의 견해의 입장에서 사회국가의 원리를 수용하는 자유시장경 제질서라고 하는가 하면,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경제질서라고 하는 결정도 있었다. 아무튼 어떤 경제질서를 추종하든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를 주축으로 국민경제의 발전과 경제민주화의 실현 등을 위하여 법치국가의 틀에서 국가가 경 제를 규제·조정할 수 있는 경제질서이다.

한국헌법의 경제질서를 구성하는 요소는 우선 사유재산제의 보장을 들 수 있다. 헌법은 1948년 이래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여 헌법상 경제질서가 전통적인 사유재산제 에 입각하여 구축되어 있다는 것을 선언하고 있다. 헌법에 의한 재산권의 보장은 근대 시민사회가 구성된 이후 개인의 경제적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것이 인간다운 삶의 전제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등장한 것이다.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은 단순한 재산의 법적 보장만이 아니라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결단이다. 사유재산제는 경제적 자유의 기초로서 영업의 자유와 함께 경제질서에 있어서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오늘날의 재산권은 재산권자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헌법은 제23조 제1항 후단에서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에 대한 법률주의를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 재산권행사의 공공복리적합성을 규정하고 있으며, 제3항에서는 보상에 의 한 공용수용을 규정하여 재산권의 상대화를 인정하고 있다.

사유재산제와 함께 우리 헌법상의 경제질서의 요소는 시장경제이다. 헌법은 제119 조 제1항에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하면서 개별적인 경제주체 상호간의 활동은 시장자율에 의하여 조정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헌법은 공정한 자유경쟁을 근간으로 하여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활동의 자유를 인정하기 때문에 활동에 따르는 의무와 책임을 간과하지 않는다. 헌법은 시장의 자율적 조정능 력을 인정하여 시장경제를 존중하나, 과도한 자유경쟁을 통한 시장경제질서의 파괴나 역작용을 좌시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경제에 대한 국가에 의한 규제와 조정을 수용한다. 이는 헌법 제119조 제2항에 의하여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채택하고 있다.

4. 경제민주화와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그 한계 헌법 제119조 제2항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란은 이 표현이 헌법에 들어온 이래 지금까지 그 의미와 관련하여 계속되고 있다. 경제의 민주화란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헌법학적으로도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고, 현 정부에서 경제민주화를 거론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그 구체적 의미를 정밀하게 규정해놓지 못한 상황으로 보인다. 헌법 재판소의 경우 그 사상적 기저로서 민주복지국가의 이상을 추구하기 위한 국가의 입법 형성의무 정도로 인식하고 표현하고 있지만 명확하게 정의하지는 못하고 있다.

1987년 9차 개정헌법에서 들어온 경제민주화는 그동안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여전히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헌법 제119조 제2항에 나열된 표현인 균형, 성장, 적정한 분배, 시장의 지배, 경제력의 남용 방지, 경제주체간의 조화,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의 해석을 위해서 어떠한 논의를 어떻게 시작하여야할지 어렵다. 그리고 헌법 제119조 제2항만으로 해석할 수도 없다. 헌법의 구조상 각 조항이 서로 유기적인 체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국가에 의한 경제질서 개입의 정당성, 경제질서의 구현을 위한 경제질서 체계의 논리성, 경제주체 상호간의 경제적 선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과 그 규제 내용의 균형성, 우월한 경제주체의 규제의 공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경제민주화의 이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경제질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하여 우리 헌법상의 경제질서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의 경제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다.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의 근거는 헌법 제119조로부터 도출되는데, 특히 동조 제2항은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 및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의 권한을 국가에 부여하고 있다. 경제질서의 근간이 되는 헌법 제119조는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관련하여 그 해석에 대한 논란이 있다.

우선 헌법 제119조가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해석하야 하는지에 대하여 여러 가지 견해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다수는 헌법 제119조 제1항과 제2항의 관계를 규정함으로써 국가개입의 범위와 한계를 정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견해에 의하면 경제질서에 관하여 헌법상 기본적 조항인 제119조를 대상으로 제1항과 제2항을 원칙과 예외로 나눈다. 헌법 제119조는 제1항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보장하면서, 동조 제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헌법 제119조 제1항과 제2항을 원칙과 예외의 규율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견해는 원칙적으로 개인과 기업의 자유는 보장되고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국가의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이 허용된다고 보고 있다. 또한 헌법 제119조 제2항은 예외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향에서 국가가 개입하는 경우 정당성의 근거이나 예외의 한계를 정하기에는 불확정적이고 개방된 개념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문제가 있다. 경제적 자유가 원칙이고 국가의 간섭이 예외라는 해석은 개인의 자유가 국가로부터의 자유로만 이해하고 국가와 자유 또는 국가와 경제를 대립관계로만 본다. 그렇지만 정신적 자유와 달리 경제영역에서 자유는 역사적으로 볼 때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 현실에서 강력한 경제력을 갖는 기업에 의한 독과점의 폐해는 관련 법률을 통하여 규제해야 할 정도로 경제에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 참가하는 경제주체는 한정된 재화를 둘러싸고 상이한 이해관계에 의하여 서로 얽혀있어서, 특정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타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경제영역에서 사회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이를 조정하고 규제하여야 할 필요성은 있다. 그런 점에서 국가의 개입은 전체 경제주체의 자유실현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경제영역에서의 특정주체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기본권을 보장하는 기능을 가진다. 따라서 헌법 제119조 제1항과 제2항은 원칙과 예외 또는 상호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라 국가의 개입에 의한 모든 경제 주체의 자유보장이라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경제영역에서의 개인과 기업의 자유는 자유방임적인 무제한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목표규정, 국가수권규정 및 국가개입의 한계규정이라는 체계 속에서 일정하게 제한된 자유라고 할 수 있다. 국가는 이에 따라 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경제에 개입하게 된다. 그렇다면 헌법상의 경제조항에 따른 경제규제법률들이 기본권의 일반적 법률유보에서 도출되는 기본권제한의 한계에 구속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왜 냐하면 이에 따라 경제에 대한 국가개입에 있어서 그 한계가 설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서는 일반적 법률유보와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와 경제조항의 법률유보에 근거한 기본권제한도 헌법 제37조 제2항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전자에 의하면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의 개념과 경제조항의 유보필요성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제정책은 복리증진이나 새로운 질서를 적극적으로 형성하며,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에 의한 기본권제한의 경우에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성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고 당해 경제관련입법이 헌법규정이 정하는 여러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적합성 여부만 문제되 며, 본질적 내용의 침해금지와의 관계에서 헌법 제120조의 천연자원 등의 사회화나 헌법 제126조에서의 사기업의 국·공유화를 가능하게 하는 헌법의 취지로 보아 본질내용의 침해금지원칙이 경제조항에는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든다.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헌법의 통일적 해석이라는 측면에서 경제조항과 관련한 기본권 침해법률이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근거하여 위헌적 침해여부가 가려지는 것이 아니고, 단지 경제조항과 무관한 기본권침해법률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적용을 받게 되고, 모든 기본권침해를 전제로 한 헌법의 일반적 법률유보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과 경제조항의 목적에만 부합되면 관련된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까지도 가능하게 되는데, 이는 헌법의 통일적 해석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오늘날 경제적 자유와 경제적 능력이 다른 기본권을 실현시키는 결정적 전제가 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제규제조항을 통해서 기본권보장의 공동화 현상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

헌법은 각 조항이 동일한 효력을 갖고 있는 등가원칙이 적용되는 규범이다. 그런 점에서 헌법은 통일성과 조화성에 기하여 해석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헌법상의 경제질서를 근거로 제정된 법률의 행사에도 헌법에 의한 제한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법률에 의하지 않고 헌법적 수권을 통해 행정부에 의해 직접 행해질 수 있는 경 제규제의 경우나 대외무역을 규제할 경우에도 법률에 의한 제한을 전제로 해서 규정 된 본질적 내용 침해금지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경제에 대한 국가개입의 한계가 정해진다.

Ⅳ. 국가의 기본조직과 권한

1. 국회의 의사·의결정족수와 국회선진화법 위헌성 우리나라 국회는 오랫동안 여야 간에 몸싸움으로 유명하였고 급기야 최류탄이 터지는 등 시위현장 같은 모습을 보이자, 여야 간에 우격다짐으로 만든 것이 2012년 개정된 국회법, 소위 국회선진화법이다. 이 법에는 다수당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하여 소수당의 합의가 없으면 의안을 처리하지 못하거나, 소수당이 회의장을 점거하거나 폭력행사를 통하여 회의진행을 방해하거나 저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되었다. 개정된 국회법은 입법지연을 방지하기 위하여 의안자동상정제도와 의안신속처리제도를 도입하였고, 소수당의 보호를 위하여 안전조정절차와 본회의에서 의사진행방해제도를 규정하였다.

국회법 제85조의2에 규정된 의안신속처리제도는 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에 대하여 재적 의원 과반수 또는 소관 위원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서명한 신속처리안건의 지정동의를 의장 또는 소관 위원회 위원장에게 제출하여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또는 소관 위원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였을 때에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여 처리하는 제도이다. 국회법 제106조의2에 신설된 무제한토론제도는 합법적 의사진행방해제도로 국회의원 재적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본회의의 심의 안건에 대하여 시간의 제한 없이 무제한 토론하도록 하고, 본회의는 ‘1일 1차 회의원칙’에도 불구하고 무제 한토론 종결선포전까지 산회할 수 없도록 하였고, 더 이상 토론할 의원이 없거나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제출한 토론 종결동의를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 의결한 경우나 무제한토론 중 회기가 종결된 경우에 무제한토론이 종결되도록 하고 있다.

개정된 국회법의 가중 다수결규정은 헌법의 의사·의결정족수를 반하는 위헌의 문제가 있다. 현행 헌법은 국회의 의결정종수와 관련하여 제49조에서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가부동수인 때에는 부결된다.”라고 규정하여 의사·의결정족수의 원칙을 명문화하고 있다. 헌법상 국회의 가중 다수결은 헌법 제130조 제1항에 의한 헌법개정안, 제64조 제3항의 국회의원의 제명 및 제65조 제2항의 대통령 탄핵소추 등 재적의원 3 분의 2와 제53조 제4항의 법률안재의결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다. 이러한 헌법의 규정을 보면 헌법 제49조가 비록 ‘헌법과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가중 다수결에 대하여 이미 헌법규정을 통한 예외 외에는 특별한 예외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시한 것이다.

헌법은 국회의 입법과 관련하여 제49조의 규정을 적용할 것으로 요구하면서 제53조 제4항에 재의요구의 경우 재적 과반수 출석과 출석 3분의 2 찬성을 요구하고 있다. 즉 헌법은 국회에서 법률안 통과의 의결정족수를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이하로 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국회법은 헌법이 요구하는 범위를 넘어서 과도하게 의사·의결정족 수를 규정하여 국회의 기능을 스스로 마비시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국회법은 헌법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특별한 경우라 하여도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가중 다수결을 제외하고는 법률안에 관한 의사·의결정족수와 관련해서는 재적의원 과반 수와 출석의원 3분의 2를 넘어서는 의사·의결정족수를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국회법이 헌법을 넘어서 의사·의결정족수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헌법 제49조가 명확하게 헌법의 기준을 정하지 못하였기 있기 때문이다. 즉 헌법 제49조가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이라고 하여 마치 법률로 특별하게 국회의 의사·의결정족수를 규정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2. 권력분립원칙과 행정입법권 현행 헌법은 제75조와 제95조에 행정입법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원래 의회입법 주의에 반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사회의 발전으로 세부적·전문적 사항의 입법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를 위하여 구체적 입법의 경우 전문지식을 구비한 집행부에 위임해야 할 필요성이 등장함으로써 오늘날 행정입법은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헌법재판소는 판결을 통하여 행정입법 중 법규명령의 필요성에 대하여 설시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행정입법은 현대 사회복지국가의 다양성과 전문성 및 기술성으로 행정기능의 요구 증대, 신속 대응을 위한 국회의 한계,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모든 사항을 법률만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정 사항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하였다.

헌법이 특별하게 행정입법에 관한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은 행정입법의 헌법적 필요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회의 입법권에 관한 균형의 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헌법 제108조에 규정된 대법원의 규칙제정권에서도 볼 수 있다. 헌법이 국가권력의 권한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 이를 법률로 규율하거나 통제하기 위해서는 헌법상 근거가 있어야 한다. 헌법에 근거하지 않고 다른 국가권력의 권한을 제한하거나 스스로 행사하는 경우에는 권력분립원칙을 위배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헌법은 제75조에서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하고 있으며, 제95조에서는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하여 행정입 법권을 명시하고 있다. 이 헌법규정들을 보면 법률이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대통 령령에 위임하는 경우에 한하여 대통령이 행정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또한 이 규정을 그대로 보면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 에, 행정입법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즉 대통령이 법문대로 한다면 행정입법을 할 것인지 여부는 대통령의 재량이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문제 삼기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의 행정입법권 행사와 관련하여 작위의 무의 문제가 있으나, 헌법이 행정입법권을 규정하고 있는 목적을 본다면, 법률에서 구체적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고 있는 한 대통령령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헌법은 행정입법권의 행사와 관련하여 구체적 범위를 위임하고 있기 때문에, 이 범위를 벗어나거나 범위를 확대하여 법규명령을 제정하는 것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또한 헌법 제107조 제2항에 따라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 대법원에게 최종심사권을 부여함으로써 행정입법이 사법심사의 대상임을 밝히고 있다. 즉 행정입법권의 위헌·위법에 관 해서는 대법원에게 최종심사권을 헌법이 부여하여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행정입법을 통제하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행정입법권은 대통령과 행정부의 헌법적 권한으로 국회가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헌법상 명문의 규정이 필요하다. 이미 헌법은 이를 위하여 여러 조항에 서 행정입법권에 대하여 견제하고 있다. 지금 국회가 주장하는 것처럼 법률의 취지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행정입법권이 행사되어 시행령이 법률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법률로 이를 통제해서는 안 된다. 헌법은 이미 위헌·위법적인 행정입법권의 행 사가 있으면, 이를 견제하도록 여러 조항을 두고 있다.

가령 행정입법권의 행사로 대통령령이 법률의 취지나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내용으로 제정되었다면, 관계 국무총리나 국무위원 및 정부위원에게 헌법 제62조에 따라 국회에 출석·답변하게 할 수 있다. 즉 국회는 행정부에 대하여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이에 대한 책임으로 헌법 제63조에 따라 대통령에게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또한 대통령과 행정부가 주어진 행정입법권을 부당하게 행사하거나 위헌·위법적으로 행사한다면 헌법 제65조에 따라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도 있다. 나아가 국회는 헌법 제61조에 근거하여 국정감사권이나 국정조사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렇게 헌법은 행정입법권의 잘못된 행사를 견제할 여러 조항을 두고 있으며, 잘못된 대통령령 등에 대하여 사법심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회가 국회법 제98조의2 제3항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지 않은 행정입법 수·개정요구 권을 규정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침해하고 권력분립원칙에도 위배된다. 이런 문제가 야기되는 것은 국회의 문제도 있지만, 헌법에서 보다 명확하게 이를 규정하지 않음으로서 발생하는 원인도 있다.

3. 사법권 체계의 부조화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는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여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법률을 제정하였다고 해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하면 그 법률은 폐지될 수밖에 없다. 소위 규범통제라 불리는 위헌법률심판제도는 현대 헌법국가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제도를 통하여 헌법의 최고규범성, 헌법의 우위원칙이 확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은 국가의 실정법체계에서 정점에 있는 규범으로, 국가의 실정법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으면 효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헌법 제107조 제2항을 보면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라고 하여 대법원도 법규명령에 대하여 헌법심사의 최종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헌법재판소와 사법부의 최고기관인 대법원 간 헌법해석에 있어서 최종해석기관으로서 다툼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대법원이 얼마 전 유신 헌법 하에서 발동된 긴급조치의 위헌여부에 관하여 재판을 통하여 결정함으로써,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시 재판권을 침해한 것은 아닌지 여부에 대한 논란에서 알 수 있다. 이러한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도 헌법의 규정이 표현에 있어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도록 불명확하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Ⅴ. 정리하며

우리 헌법은 오욕으로 점철된 헌법의 역사에서 굳건하게 그 정체성을 가지고 오늘날까지 실질적인 효력을 확대하고 있다. 1987년 제9차 개정헌법은 그 이전의 헌법과 달리 국민의 의사를 상당부분 수용하여 개정된 헌법이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러 조항에서 표현이나 내용에 있어서 문제를 드러내어 논란을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특히 경제와 관련된 헌법조항은 근대 이후 헌법의 대상이 된 경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담겨야 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그렇지만 이미 경제가 국가에 있어서 필수적인 영역이 된 이상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에 어떤 형태로든 규정될 수밖에 없음은 당연하다.

헌법은 국가의 최고규범이기 때문에 국가의 법질서의 정점에서 하위규범을 통제할 뿐 만아니라 국민생활을 규율한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이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면 헌정생활에서 혼란이 초래되고, 이로 인하여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헌법이 추구하는 사회정의의 실현이 어려워지고 사회적 평화가 실현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 예는 지난 통합진보당 해산사건에서도 드러난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해산을 결정하였지만, 헌법 제8조 제4조가 제4조와 같이 민주적 기본질서 내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더라면, 통합진보당의 강령이나 당헌, 당규가 보다 더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명확해졌을지도 모른다.

또한 헌법 제119조 제2항의 경제의 민주화의 경우도 경제적 불평등을 시정하여 경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의도로 도입된 표현이라고는 하나, 현실에서는 대기업에 쏠린 부의 편중현상을 법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래 민주주의 는 정치영역에서 적용되는 이념이었지만, 경제영역이 헌법의 규율을 받게 되면서 자본주의가 초래한 여러 폐단을 없애고 모든 국민의 최저 생활을 보장하려는 것을 경제 민주주의라고 하여 경제영역에서도 민주주의가 적용되었다. 이미 우리 헌법은 재산권 행사의 공공복리성을 통한 재산권의 제한, 사회적 기본권 등을 규정하여 경제적 민주주의를 수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불필요한 혼란이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헌법 제119조 제2항은 삭제해도 무방할 것이다.

나아가 헌법 제49조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의사·의결정종수를 규정하여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헌법 제53조 제4항이 법률안 재의정족수를 재적의원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에 특별 정족수가 규정되어 있다고 하여도 재적의원과반수의 출석이 법률안 재의에 있어서 의사정족수이다.

소위 국회선진화법이 이를 넘어서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바로 헌법 제49조에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헌법 제49조를 근거로 헌법이 정한 의사·의결 정종수를 얼마든지 넘어설 수 있어서 헌법을 무력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 다.

그 외에도 헌법은 제11조 제1항 제1호에서 위헌법률심판권을 헌법재판소의 권한으로 하면서도, 제107조 제2항을 통하여 명령·규칙·처분의 최종심판권을 대법원에 부여하고 있다. 이 경우 위헌여부에 관한 판단은 헌법재판소로 통일하는 것이 사법절차의 체계를 정립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헌법 제110조 제4항이 형벌로서 사형을 언급하고 있어서 사형이 형벌의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사형제 폐지법률안은 지속 적으로 국회에 올라가고 있다. 헌법 제110조 제4항이 비상계엄의 경우에 사형을 언급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헌법이 사형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그럼에도 헌법의 하위규범인 법률로 사형을 폐지한다면 헌법의 효력은 언제든지 법률로 변경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헌법의 최고효력을 부인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법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더한 문제는 헌법 제75조가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의 행정입법권을 헌법에 근거 없이 법률로 통제하겠다고 소리치는 국회를 보면, 헌법의 존재를 부정하는 무소불위의 국가권력을 보는 것 같아서 헌법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더구나 이 문제에서 우리와 다른 내용을 갖고 있는 외국헌법의 경우를 대입하겠다고 견강부회식의 주장을 보면 헌법해석에 있어서 기본권규정은 보다 넓게, 국가권력은 보다 축소하여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헌법해석원칙이 떠오르게 된다. 헌법의 정명이 왜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