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에서 '축구 영웅'이 됐다. 마치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축구 영웅이 됐을 때를 보는 것 같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U-23(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26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국을 승부차기 끝에 누르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 신태용 감독이 이끈 인도네시아가 한국을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AFC U-23 아시안컵 공식 SNS


인도네시아는 연장까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도 12명의 키커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11-10으로 이겼다.

이번 대회는 파리올림픽 아시아 최종에선을 겸하고 있다. 3위 안에 들면 파리올림픽으로 직행하고, 4위를 하면 아프리카의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러 올림픽 본선행을 결정한다.

황선홍 감독이 이끈 한국대표팀이 인도네시아에 져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의 위업을 이루지 못한 것은 충격이다. 역으로 인도네시아가 한국을 넘어 대회 4강에 오르고 올림픽 본선 진출 가능성이 생긴 것 역시 충격이다.

인도네시아의 4강 진출 기적은 순전히 신태용 감독의 공이다.

   
▲ 맞대결을 앞두고 만난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과 황선홍 한국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신태용 감독은 2019년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A대표팀뿐 아니라 각급 연령별 대표팀 감독을 겸직하면서 인도네시아 축구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만들어왔다.

신 감독은 그동안 2020 아세안축구연맹(AFF)컵 준우승, 2023년 AFC U-20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고 2023 카타르 AFC 아시안컵에서는 처음으로 인도네시아를 16강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이번 U-23 아시안컵에서는 최초로 8강 진출을 성공시킨 데 이어 4강까지 올려놓았다.

이제 인도네시아는 4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우즈베키스탄의 승자와 만나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된다. 인도네시아가 결승에 오르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가 되고, 인도네시아는 1956년 멜버른 올림픽 이후 68년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당시 한국대표팀 사령탑이었다. 한국은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했지만 1, 2차전 연패 후 3차전에서 독일을 2-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한 바 있다. 앞선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 독일을 '신태용호'가 완전히 무너뜨린 것. 당시 경기가 열린 러시아 카잔의 이름을 따 '카잔의 기적'이라 불리기도 했다.

신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도중 올리 슈틸리케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 어수선한 분위기였던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아 무난히 본선에 진출시켰고, 비록 월드컵 본선에서는 16강 진출을 못했지만 독일을 꺾으며 지도력을 발휘했다.

그럼에도 신 감독은 대표팀과 인연을 끝내야 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감독을 맡아 한국의 올림픽 10회 연속 진출을 저지하면서 인도네시아에 올림픽 본선 희망을 안겼다.

인도네시아 축구에 새 역사와 영광의 순간을 계속 만들고 있는 신태용 감독은 이미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 계약 연장 약속을 받았다. 

   
▲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 회장이 한국과 8강전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과 식사를 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토히르 회장은 신 감독과 2017년까지 계약 연장을 알렸다. /사진=에릭 토히르 회장 SNS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 회장은 한국과 8강전을 앞뒀던 25일 자신의 SNS에 한식당에서 신태용 감독과 악수하는 사진을 게시하며 "한국 음식을 함께 즐긴 뒤 우리는 2027년까지의 인도네시아 대표팀 프로그램을 논의했고, 신태용 감독과 계속 함께 일하기로 했다"고 신 감독과 계약 연장 합의 소식을 직접 밝혔다.

한국과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신 감독에게 계약 연장으로 힘을 실어줬다. 신 감독은 한국을 꺾고 4강에 오름으로써 기대에 화답하면서 인도네시아 축구팬들을 열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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