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지상전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을 중재하려는 주변국의 움직임이 숨 가빠졌다고 외신 등을 인용해 연합뉴스가 27일 보도했다.

이집트는 이번주 이스라엘과 연이어 접촉해 협상 진전 방안을 논의했고 그간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을 만류해온 미국은 휴전 협상의 새로운 동력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 이스라엘 사태 악화로 우리교민을 포함한 외국인 등 총 220명을 태운 수송기가 서울공항에 도착하자 마중나온 가족들과 포응하는 모습. 2023.10.14.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압바스 카멜 국가정보국(GNI) 국장이 이끄는 협상 대표단은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해 헤르지 할레비 군 참모총장과 차치 하네비 국가안보보좌관, 로넨 바르 신베트 국장 등을 만나 협상 진전 방안을 논의했다.

이집트 당국자들은 자국 대표단과 이스라엘 교섭이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마스가 협상 테이블로 다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제안을 만들기 위해 이스라엘과 협력하는 동시에 라파 공격을 철회하도록 이스라엘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집트는 미국 등에 라파 공격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또 다른 계기를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이집트 대표단의 이번 이스라엘 방문 역시 미국이 라파 공격 계획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할 시간을 벌려는 목적이 있다고 이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이번 만남에서 이스라엘 측은 자국이 원하는 협상 조건을 일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현재 가자지구에 어린이·여성·노인과 부상한 인질 33명이 살아있다고 보고 있다며 6주간 휴전을 하는 대신 이들을 석방하는 내용의 협상을 고려할 의향이 있다고 이집트 측에 말했다고 이집트 당국자들은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제안을 하마스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기본적으로 '임시 휴전'을 주장하는 이스라엘과는 달리 하마스는 전쟁을 종식하는 '영구 휴전'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 당국자들은 영구 휴전을 위한 신뢰할만한 절차가 협상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하마스의 요구가 현재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전했다.

하마스는 27일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입장을 접수했다며 이를 검토한 뒤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 충돌로 교착됐던 휴전 협상은 이번 주 중반 일부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24일 이스라엘과 이집트 안보 수뇌부가 카이로에서 비밀 회동을 했다고 보도했고, 로이터도 같은 날 이집트와 이스라엘, 미국 당국자들이 대면 및 화상으로 회의를 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이 일부 완화된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도 전해졌다.

로이터는 이집트 당국자들을 인용해 당시 논의에서 이스라엘이 피란민의 북부 귀향 조건을 완화하는 데 더 많은 의지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피란민에 대한 제한 없는 북부 귀향을 제안한 미국의 중재안에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며 반대 의사를 표한 바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방송된 MSNBC 인터뷰에서 협상에 "새로운 동력과 활기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휴전 협상 재개 움직임이 라파 공격과 협상을 서로 연계해 현 국면을 자국에 최대한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이스라엘의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라파 공격을 계속 예고함으로써 하마스가 중재안을 받아들이도록 압박을 최대화하는 동시에 협상이 무산됐을 경우 이를 라파 공격의 '명분' 중 하나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이집트 측에 하마스와의 마지막 협상 시도를 할 준비가 돼 있으며, 만약 그 협상에서 진전이 없다면 라파 지상전에 돌입할 것임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문제는 협상 결렬과 라파 공격 모두 무고한 민간인의 피해를 동반한다는 점이다.

가자지구 중북부가 쑥대밭이 되면서 남쪽 끄트머리 라파에 몰린 피란민은 150만명에 육박한다. 그 때문에 이스라엘이 대규모 지상전을 벌일 경우 큰 인명 피해가 나올 가능성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의 생사도 갈림길에 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해 끌고간 인질은 250여 명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작년 11월 일시휴전 합의를 통해 풀려난 인원 외에 130여 명이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인질 대다수가 이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미국 당국자의 분석도 전해지고 있다.[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